사람들은 제일 만만한 사람부터 부순다.
직장엔 손님만 있는 게 아니다.
직원들끼리도 서열이 있고, 눈치가 있고, 기싸움이 있다.
피한다고 피해지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굳이 널 타겟 삼는다.
처음 입사했을 때, 나는
왕따는 아니었다.
그저, 그 매장의 욕받이였을 뿐이다.
•
나보다 열두 살 많은 선임이 있었다.
말이 많았고, 사람을 좋아했고, 회식 자리를 무척 사랑했다.
“사람은 부딪혀야 친해져”가 그녀의 철학이었다.
나는 말수가 적고, 조용한 편이었다.
같이 붙어 근무해야 하니
애써 맞췄다.
술자리에도 가끔 나갔다.
그녀가 웃으면 나도 웃었고,
그녀가 불평하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사회생활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알게 됐다.
그녀는 공생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다른 여직원 셋이 이미 그만뒀다고 들었다.
이유는 늘 같았다. 그녀와의 갈등.
매장 관리자도 알고 있었다.
심지어 둘은 싸운 적도 있었고, 서로 욕도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계속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결국 가장 만만한 타겟을 고른 거다.
나.
•
“일 안 해?”
그 순간에도 나는 물건 정리 중이었다.
사람들 다 들으라고 말했다.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조용히 자리를 정리했다.
그러자 그녀는 소리 없이 커피를 돌리기 시작했다.
단, 나만 빼고.
같은 조에 일하면서도
내가 곤란한 걸 알면서 돕지 않았다.
“바빠서 몰랐네~”라는 말로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유난히 상냥했다.
아양도, 농담도, 손도 많이 갔다.
비교는 조용히, 하지만 명확하게 일어났다.
나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차라리 묵묵히 일하는 편이 나았다.
왜냐면, 나는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내가 더 많이 일하고 있다는 걸.
•
괴로웠다.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버텼다.
나는 옳았고, 그걸 증명하고 싶었다.
그녀처럼 크고 빠른 말로 무너뜨리는 방식 말고,
조용한 근성으로 견디는 방식도 있다는 걸.
치졸한 방식이 아니라도
사람이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지 말 걸 그랬다.
그냥 그만두거나 싸웠어도 좋았을 걸.
하지만 그런 나는,
어쩌면 ‘싸움’이라는 언어조차 배운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
그녀는 먼저 그만뒀고,
나는 부매니저가 되었다.
지금도 매장엔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온다.
그때 그 선임처럼
내부에서 기싸움을 거는 사람도 있고,
외부에서 고함을 지르는 손님도 있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매일 감정의 실금을 조용히 수습한다.
**
이제는 안다.
직장에서 남는 건
목소리 큰 사람도,
눈치 빠른 사람도 아니다.
나는 끝까지 참았다. 그리고 살아남았다.
괴롭힌 사람은 떠났고,
괴롭힘을 참은 나는 자리를 지켰다.
이긴 건 내가 아니라, 품위였다.
다음 이야기 예고
『나는 아깝지 않다』
언젠가부터 나를 쉽게 판단하는 말들이 익숙해졌다.
“아깝다”, “그 일 말고 다른 거 해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까운 건 내가 아니라, 그 말을 쉽게 던지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나는 매일의 자리에서 조금씩 단단해졌고,
지금의 나를 만든 건 결코 “아깝다”는 말이 아니다.
— 나는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