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깝지 않다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

by 코기토

아직도 이 질문을 들으면, 마음이 한 번 쿵 하고 내려앉는다.

“저는 백화점에서 일해요.”

그 다음에 따라오는 말은 늘 비슷하다.

“아, 너 너무 아깝다.”


처음엔 나도 그렇게 믿었다.

나는 이 일보다 더 고고한 일을 해야 한다고, 더 ‘어울리는’ 삶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디선가 들은 말과 드라마에서 본 이미지 때문일까.

백화점에서 일한다는 건, 고작 그런 직업이 되는 줄 알았다.


화장 진하게 하고, 명품 가방 하나쯤 들고, 술 좋아하고, 뒷말은 더 좋아하는 사람.

‘거기 일하는 사람 만나지 마라’는 댓글들.

직업군 추천 글에서 항상 비하 섞인 표현으로 등장하는, 그런 이미지.


물론, 그런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누구나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자리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 많은 곳에서 시선을 견디고, 시시때때로 쏟아지는 반말과 무례함을 견디고,

하루 수백 번 “안녕하십니까”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거 얼마예요?”

“저기요, 여기요.”

“그쪽이 실수한 거 아니에요?”

“말을 그렇게 해요?”

“왜 이렇게 느려요?”


그 모든 말을 웃으며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

카드 결제 하나에도 당황하는 이가 많은 이 일에서,

나는 익숙하게, 능숙하게, 흔들리지 않고 일한다.


그리고 때때로는, 손을 대며 사람을 부르는 이도 있다.

허리나 팔, 때로는 손을 쥐고 흔들며 부른다.

반말은 기본이고, ‘얘’, ‘이봐요’는 흔하다.

나는 참을 수밖에 없다. 견뎌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은 이 일을,

나는 매일 해내고 있으니까.


그 누구도 나의 하루를 쉽게 말하지 못하게,

나는 계속 내 자리에서 버틴다.




“친절은 미소일까, 속도일까?”

긴 줄, 복잡한 주문, 그리고

상냥하지만 느린 응대.


말 한마디가 다정할 순 있어도,

그게 모두에게 좋은 서비스는 아닐지 모른다.


다음 화,

〈웃고 있지만 친절하진 않았다〉

– 진짜 ‘친절’이란 무엇일까? 고객의 표정에서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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