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메뉴에 없어요

커스터마이징의 끝은 어디일까?

by 코기토

요즘은 뭐든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고정된 재료로 구성된 인기 메뉴들조차 기본에서 추가하는 시스템으로 변해가고 있다.

마라탕, 요거트 아이스크림, 스무디, 샐러드…

고객의 취향은 점점 더 세분화되고, 요구도 정교해진다.


그래서일까. 메뉴에 없는 조합이나 요구를 받는 일도 흔해졌다.

“몇 조각으로 잘라주세요.”

“이건 저걸로 바꿔주시고요.”

가능하면 최대한 들어드린다. 하지만 그건 메뉴얼이 있어서가 아니다. 전적으로 ‘내 역량’에 달려 있다.


한 번은 진열된 종이컵을 가리키며 “이거 하나만 팔 수 없느냐”고 물은 손님이 있었다.

그건 별도로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었다.

“긴 종이컵은 따로 판매되는 게 아니라, 세트로만 제공됩니다.”

“나는 긴 컵이 필요한데. 메뉴는 부담스러워서 그것만 사고 싶은 건데요?”

죄송하다고 설명드렸다. 아쉬워하시며 돌아서셨다.


아직도 그때의 찝찝함이 남아 있다.

그 분이 무리한 걸 요구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본사의 시스템과 지침 안에서, 나는 ‘안 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들었던 일화가 떠오른다.

한 국내 항공사 승무원이 외국 항공사로 이직했다.

거기서 받은 피드백은 의외였다.

“가방을 들어주는 건 하지 마세요.”

그녀가 고객을 도운 행위가 동료들에겐 ‘업무 과잉’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 명이 하면 모두 해야 하고, 결국 그 부담은 전가된다.


요즘 MZ세대 동료 중 일부는 커스텀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한다.

나는 아직 그 경계가 모호하다.

어디까지가 배려이고, 어디부터가 침해일까.

나는 아직 그 선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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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왕따는 아니었다.

단지, 그 매장의 욕받이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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