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에게 보고를 한다는 것은 가히 회사생활 중 제일 스트레스받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보고 받는 주체의 직급이 점점 높아질수록 (부장 > 상무> 부사장 > 사장), 보고자 입장에서는 더욱 긴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보고자의 연차가 낮아 보고 경험이 적을수록, 보고에서 오는 압박감은 더욱 심할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많이 해보면 해볼수록 익숙해지고 나름의 노하우가 생긴다. 보고 스킬도 그러하다.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는다. 반대로, 보고 경험이 적을수록 보고를 잘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예를 들어, 갓 입사한 뉴비들 뿐만 아니라 평소 보고업무를 접하지 못하여, 고연차임에도 보고 스킬이 미숙한 동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보고서나 ppt는 기깔나게 만들어놓고 정작 보고스킬이 부족하여 버벅거리며 진땀 흘리다가 보고를 망치는 경우도 수도 없이 봐왔다.
보고 스킬은 매우 중요하다. 보고서나 ppt 수준이 하찮다 하더라도, 소히 말빨로 성공적인 보고로 만들어 상사에게 신뢰감을 주고 더 중요한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남들이 맨땅에 헤딩하면서 온몸으로 겪으면서 깨닫는 동안, 앞으로 설명할 노하우를 보고 조금이라도 남들보다 빠르게 보고 스킬을 향상해 보자.
상사가 물어볼 만한 예상질문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자
상사마다 중요하게 보는 내용과 관점이 다 다르다. 상사의 관점은 성격에 따라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개발임원 중 성격이 꼼꼼하여 작은 디테일까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경우, 실무자들만이 알 법한 개발구조에 대해 물어볼 수 있다. 반대로, 디테일보다는 전체적인 업무흐름 파악을 우선시하는 스타일의 임원이라면, 과정의 디테일보다 언제까지 끝낼 수 있는지 등의 일정을 되짚는 경우가 많다.
해당 상사가 소속된 부서의 성향이 상사의 예상질문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다. 시장품질 부서의 상사라면, 보고 대상의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하기 전에 충분한 사전검증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어볼 가능성이 높다. 영업 부서의 상사는 예상 판매 대수나 예상 사용자수 등 회사매출과 관련 있는 지표들의 예상치를, 서비스 기획 부서의 상사는 서비스의 BM(Business Model, 수익모델)에 더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와 같이 보고를 받는 분의 성격, 관점, 소속 부서에 따라 예상 질문을 대비할 수 있다. 예상질문에 대응을 하지 못한 경우, 예를 들어 프로젝트 일정과 로드맵을 그 무엇보다 중시하는 상사에게, 상세내용‘만’을 보고하고, 정작 상사가 물어본 날짜를 대답하지 못한다면, 상사는 극대노 할 것이다. 상세 실무적인 내용까지 확인하는 상사에게의 보고자리에서 실무 관련 질문에 대답을 못한다면, 책임감 없이 일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반대로, 예상 질문을 준비하여 상사의 돌발질문에 막힘없이 대답을 해낸다면 그만큼 짜릿한 기분이 드는 것이 없다. 당연히 상사한테도 본인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말이다.
보고 받는 상사가 어느 부서 소속인지는 겉으로 드러나는 정보라서 파악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성향이나 평소 관심사는 소속부서 정보와 같이 눈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파악하기가 어렵다.
상사와 대화를 통해 성향/관심사를 파악하자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해 알려면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 간의 공통 관심사와 같은 공감대를 발견하면서 친밀해지고, 친밀해질수록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서로에게 털어놓으면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을 넘어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상사와의 관계도 동일하다. 상사가 어떤 성향인지, 평소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고민이 무엇인지 등 상사에 대해 더 많이 파악하려면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보고 준비 중에는 특히 보고 대상인 상사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고 대상 상사와 평소 많이 마주치고 협업하는 상황이라 대화를 하기 위한 약속을 잡는데 어려움이 없는 파트장의 경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채팅이나 대면을 통해 식사나 티타임 약속을 잡아서 서로 간 대화를 하면 된다. - "~님 오늘 같이 점심하실래요? 오후 3시에 잠시 시간 있으실까요?"
만약 그 대상이 되는 상사가 평소에 많이 마주치기조차 어려운 임원급이라면, 해당 임원과 친분이 있는 그 밑의 부장급의 상사과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 "제가 A 상무님에게 다음 주 2분기 판매전략 보고가 있는데요. '요즘 A 상무님이 특별히 신경 쓰는 포인트'나 다른 보고준비에 도움이 될만한 팁 좀 부탁드릴게요"
이렇게 상사와의 대화는 보고 대상의 성향이나 관심사를 파악함으로써 보고 시 상사로부터 받을 만한 예상 질문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와 더불어 예상치 못한 장점이 있다. 바로 상사와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본인과 친밀감을 쌓아 놓은 상사에게 보고를 하는 것과, 일면식도 없는 상사에게 보고를 하는 것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 차이가 하늘과 땅일 것이라는 게 느껴질 것이다. 보고자의 느낄 긴장감, 상사가 보고자한테 공격적인 돌발질문을 할 확률 등 상사와의 대화는 보고자에게 모든 관점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상사와의 대화가 힘들다는 거 안다. 하지만 한 번쯤은 '상사와 대화를 할 때 겪는 심적 힘듦'과 위에서 설명한 '상사와의 대화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저울질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예상질문에 답을 모를 때는 얼버무리지 말자
보기도 싫은 상사와 밥도 먹고 티타임도 가지면서 어찌어찌 상사의 성향과 관심사를 파악하고, 예상 질문도 대비하는 등 최선을 다해서 보고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사가 하는 모든 질문에 답을 할 수는 없다.
보고 중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을 받았을 경우, 순간적으로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거나', '대답을 얼버부리며 직접적 답변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심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질문에 모른다고 하면 자신이 무능해 보이지 않을까?
현재상황이 너무 불편한데 어떻게든 모면하고 싶다
지금까지 쌓아온 스마트한 이미지가 있는데, 이를 지키기 위한 자기 방어적 반응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는 하나 답변을 얼버무리는 행동은 보고자가 취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이다.
(보고자) "현재 발생한 앱성능 이슈는 저성능 칩셋의 메모리 부족으로 발생한 것으로 초기 부팅 시 다른 앱에서 사용하던 메모리를 해제하는 식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상사) "어 잠깐만. 지금 앱성능 이슈가 하드웨어 칩을 성능부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했는데, 경쟁사에는 동일 성능의 하드웨어 칩을 사용하는 제품이 없나요?"
(보고자) "제가 알기로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상사) "경쟁사 저가 라인업 중에 우리랑 유사한 칩셋을 쓰는 게 있는지는 한번 알아보도록 하고, 작년에도 앱성능 이슈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어떻게 해결했었나요?"
(보고자) "그때는 저가라인업에 들어가는 코드만 최적화해서 탑재를 했었던 거 같습니다."
(상사) "이번에는 왜 코드 최적화로 대응하지 않고, 메모리 해제를 하는 식으로 대응을 했나요?"
(보고자) "작년에 코드 최적화로 대응을 했었던 거 같은데, 확인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상사) "방금 확실하지도 않은 내용으로 답변을 한 겁니까? 제대로 확인하고 다음에 다시 보고 해 주세요"
가뜩이나 '시간이 금'인 임원들에게 확실하지도 않은 내용으로 답변을 하면, 임원은 생산적이지 않은 스무고개를 하게 되어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이는,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려고,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려 했던 행동이 오히려 상황을 최악으로 만드는 형국이 됨을 명심하자.
상사의 질문에 답을 모르겠으면, 소설 쓰지 말고 "다시 확인하고 알려드리겠다"라고 말하도록 하자.
문제를 보고하는 자리면, 문제만 말하지 말고 해결방안도 제시하자
보고의 성격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성과를 상사에게 공유하는 보고
새로운 과제/전략을 제안하는 보고
이슈가 발생해서 공유하는 보고
성과나 새로운 과제를 보고하는 것과 달리, 문제가 발생해서 이슈현황을 공유하는 보고는 꼭 해결방안도 준비해서 보고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상사에게 최대한 빨리 이슈를 보고하는 것'만을 염두한다. 왜냐면 이슈를 보고하면 상사가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사는 해결책을 생각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해결책을 생각해야 되는 사람은 바로 보고하는 실무자 본인이다. 지금까지 이슈가 생길 때마다 상사가 해결책을 알려줬다면, 그것은 그동안 실무자인 본인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사가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상사는 실무자가 보고하는 이슈현황과 해결책을 토대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실무자는 최대한 상사가 '좋은' 판단을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 "이슈 대응책으로 A방안과 B방안이 있고, 각각의 장단점은 이렇습니다."
보고서의 문장을 그대로 읽지 말자
보고를 처음 해보는 뉴비들이 많이들 하는 실수이다. 보고서는 열심히 준비했지만, 정작 발표자리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화면에 떠있는 보고서의 문장을 그대로 읽곤 한다.
보고를 받는 순간 상사는 빠르게 화면에 떠있는 보고서의 내용을 훑어내려 가면서, 동시에 보고자가 말하는 내용을 동시에 들으면서 머릿속에서 사고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자는 굳이 보고서에 적혀 있는 문장을 소리 내어 상사에게 전달하지 않아도 된다.
보고 시에는 장표의 내용을 구어체로 바꾸어, 듣는 상사로 하여금 해당 보고서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조하여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보고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사전에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발표경험이 많지 않거나, 달변가가 아닌 경우에는 보고서와 별개로 스크립트를 적는 방법을 추천한다.
ppt의 경우 각 장표마다 밑에 노트 적는 칸(이미지 내 파란색 박스)이 있어, 이를 활용하여 각 장표마다의 스크립트를 적을 수 있다. 처음에는 스크립트를 보고 읽다가 나중에는 해당 칸을 가리고 장표만 보면서 말하는 연습을 하는 식으로 활용하자.
하루아침에 보고를 잘하는 사람은 없다. 연습에, 연습에, 연습을 거치다 보면 어느 순간 적어도 상사의 보고자리가 두려워지지 않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보고서 쓰는 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Chapter. 뉴비들을 위한 업무 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