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보고서
연차가 한 해 두 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찾아온다. 보고서를 작성해야 되는 순간이.
이번 건은 김프로가 과제 처음부터 실무 담당해 왔으니까, 보고서까지 한번 적어봐 봐
업무야 지난 몇 년간 좌충우돌을 겪으면서 어찌어찌해 왔다 하지만,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것은 처음 업무를 접했던 그 기분처럼 다시금 막막하게 느껴질 거다. "보고서 그까지 꺼 자신이 담당한 업무에 대해서 적으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보고서를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머리에 있는 업무내용을 보고서 형식으로 표현하는 건 엄연히 다른 개념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고서의 종류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1) 워드 형식의 보고서와 2) PPT 형식의 보고서
보고의 방식도 대면과 서면,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보고서의 형식과 보고의 방식에 따라 보고서를 준비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워드던 PPT 던 보고서 형식과 무관하게 대면으로 보고를 하는 경우에는, 구두로 설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배경설명'이나 '업무 실무자의 의도' 등의 내용에 대해서는 보고서 워딩 상에는 간단하게 관련 키워드만 적고 실제 대면보고 시 구두로 설명을 하면 된다. 반면, 서면보고 일 경우에는 상사가 보고서를 읽는 시점에 보고자가 옆에서 구두로 설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여,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을 달거나, 필요시 주석이나 별첨을 추가해야 한다.
워드 형식이냐 PPT 형식이냐의 차이는 각각의 파일 포맷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워드 형식은 서면보고에 주로 사용되고, PPT 형식은 대면보고 혹은 다수의 청중 앞에서 내용을 전달하는 세미나 등에 활용된다. 따라서 워드 형식은 대체적으로 시각적 요소보다는 명료한 문장을 사용하여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면, PPT 형식은 문장보다는 키워드 중심으로, 이미지/그래프/차트 등의 시각적 요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워드 형식의 서면 보고서를 작성하는 법에 대해 설명해보려 한다.
이번 보고는 대면으로 안 하고 그냥 서면으로 올리라고 하시네
이 얘기에 안도감을 느낀다면 그대는 이미 베테랑 회사원이다. 상사의 예상치 못한 질문 폭격에 진땀 빼는 '대면보고'보다는 메일로 보내놓고 자기 할 일 할 수 있는 '서면보고'가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훨씬 낫다. 하지만 안도하긴 이르다. 서면으로 보고했어도, 상사 입장에서 보고서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바로 서면보고로 퉁 처질 사안도 다음날 이른 아침 대면보고 일정으로 변하는 재앙을 맛보게 될지어니.
그렇기에 글만으로도 보고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ecutive Summary
Executive Summary에 대한 구글 검색결과가 잘 설명되어 적어본다: '보고서, 제안서 등의 문서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요약하여, 바쁜 의사결정권자나 경영진에게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문서이다.'
Executive Summary를 보고서 서두에 적음으로써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보고서에서 어떤 내용을 얘기할지 대략적인 내용을 머릿속에 넣어주어 본론을 읽으면서 더 빠른 이해가 되도록 도와준다. 이는 학술논문의 제일 앞부분에 논문내용의 대략적인 내용과 배경을 설명한 'Abstract'과 같은 개념이라 볼 수 있다. 회사생활하면서 여러 번 들어봤을 "두괄식으로 보고해"라는 말의 '두괄식'과도 같은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Executive Summary
. 최근 고객 피드백 및 시장 조사를 통해 서비스 기능 개선과 사용성 강화 요구 파악
. 기존 시스템의 성능 한계와 보안 문제를 식별하여 해결 필요성 도출
. 주요 기능 개선과 신규 모듈 개발을 통해 사용자 만족도 및 운영 효율성 증대 계획
. 이로 인한 고객 이탈 감소와 신규 사용자 확보로 연간 약 20% 서비스 이용률 상승 기대
. 개발 일정과 리소스 배분을 최적화하여 3개월 내 서비스 개편 완료 목표 설정
상사들 중 특히나 임원들은 1분 1초가 아깝다. 아침부터 시작해 오후시간을 지나 저녁회식자리에서까지 회의를 한다. 이렇게 쉼 없이 이어지는 회의의 연속이라면 그 누구라도 매 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고 싶을 것이다. 이런 임원들에게 최대한 보고서 내용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핵심내용만을 간추려 서두에 적는 행위는 '보고를 잘했다'를 넘어 임원으로 하여금 바쁜 자신의 상황을 '배려'하는 보고자의 마음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대로, 임원이 바쁜 와중에 없는 시간 들여서 보고서를 읽었는데,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뭐야?", "내가 뭘 결정해 주면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보고서는 서두에 Executive Summary가 있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이미 내용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부분 이런 경우는 문장 하나하나가 의도한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육하원칙(5W1H) & 주어-동사-목적어 구조(SVO)
결국에 보고서는 글쓰기이다. 그리고 글쓰기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2가지 원칙이 있다.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로 표현되는 육하원칙(이하 5W1H)과 "누가(주어) 무엇을(목적어) 어떻게(동사)"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주어-동사-목적어 구조(이하 SVO)가 그것이다.
이 2가지 글쓰기 원칙은 누구나 학교에서 배웠을 것이다. 더군다나 대기업의 고도화된 인사시스템에 의해 채용된 사람이라면 응당 알고 있을 것이지만, 어떤 지식이든 아는 것과 실행할 수 있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듯이 글쓰기 또한 그러하다. 그렇기에 생각보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 글쓰기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문장을 작성한다.
5W1H와 SVO를 지키지 않은 문장은 보고서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핵심 전달이 되기 어렵다. 이는 서면 보고서를 읽은 상사가 업무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부차적인 질문이 머릿속에 생기게 한다: "그래서 언제 했다는 거야?", "그래서 할 수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그래서 뭘 했다는 거야?"
어떤 상사던 보고서를 읽고 몇 가지 궁금증이나 추가질문은 있을 수 있지만, 명료하지 않은 문장들로 인해 정도가 지나치게 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에 생기기 시작하면, 이는 초반에 언급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와 같이 '서면으로 끝날 일을 다음날 아침 대면보고에서 상사의 짜증 섞인 질문융단폭격으로 비지땀을 흘리는 상황'으로 악화된다.
그렇다고 보고서의 모든 문장에 빠짐없이 5W1H와 SVO에 해당되는 단어를 적으라는 것은 아니다. 문맥 상 유추만 가능하면 괜찮다. 적절하게 단어를 생략하면 오히려 더 명료하게 그리고 세련되게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실제 예제를 통해 좀 더 알아보자. 다음은 5W1H와 SVO의 모든 요소를 모두 명시한 예이다.
"A 팀이 지난달 서울 본사에서 고객 요구사항 분석을 완료하였다."
▪Who(주어): A 팀
▪When, Where: 지난달, 서울 본사
▪What (목적어): 고객 요구사항 분석
▪How (동사): 완료하였다
하지만 실제 보고서에는 위와 같이 모든 요소 중 문맥 상 생략 가능한 부분은 생략하고 강조하고 싶은 내용만 남긴다.
고객 요구사항 분석 : 완료
▪Who(주어): A 팀 (생략) 해당 보고서가 A팀의 업무보고이기에 주어가 A팀이라는 것은 보고 받는 상사도 인지되는 내용
▪When, Where: 지난달, 서울 본사 (생략) 이미 완료된 사안이기에 언제, 어디서에 대한 내용은 부차적
▪What (목적어): 고객 요구사항 분석
▪How (동사): 완료하였다
또 다른 생략의 묘미를 살린 명료한 보고서 문장의 예시를 보자.
4개 시나리오 개발 및 과업 범위 논의 진행 중
▪Who (주어) : (생략) 우리 팀이
▪What (목적어) : 4개 시나리오를 / 과업 범위
▪How (동사) : 개발/논의
▪Status (상태) : 진행 중(中)
여기서는 '동사'를 '동사'와 '상태' 요소로 나뉘어 표현을 하였다. 참고로, '상태'를 나타내는 보고서 표현은 위에 쓰인 진행 중(中)을 포함하여 완료(完)/예정/목표/성료 등등이 있으며, 대부분의 보고서 문장을 마무리하는 용도로 쓰이기 때문에 해당 표현이 익숙지 않은 분들은 이번 기회에 익숙해지길 바란다.
추가 설명이 필요한 용어, 수치들은 당구장으로 밑에 주석 처리
보고서의 문장은 간단명료하게 써야 하는 만큼, 글자 수 제한의 압박이 있다. 특히나 상사에게 익숙지 않은 전문용어나 업계에서 새롭게 정의된 Terminology의 경우, 관련 설명을 보고서 본문에 풀어서 쓰다가는 보고서가 필요이상으로 길어지고, 실제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희석되기 일쑤다.
이럴 때는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들 밑에 본문 글자 크기 대비 작은 폰트 및 다른 색깔로 하여 당구장(※) 혹은 별(*) 표시를 앞에 두고 상세 설명을 적으면 좋다 (하기 이미지 예제 참조). 이렇게 하면 본문의 메인 워딩을 침범하지 않아 읽는 이로 하여금 선택적으로 해당 용어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할 경우에만, 잠시 시선을 밑으로 내려 별도 표시된 주석 내용을 읽으면 되는 편의성을 제공한다.
'LLM'의 경우, 인공지능 학계 및 업계에서 새롭게 정의된 Terminology로 추가 설명이 필요하였고,
'페르소나'의 경우, 심리학에서 사용되던 용어가 AI 도메인에서 인용되어 새로운 뜻으로 사용되어 주석을 통해 상세 설명을 기입한 예시이다.
주석은 특정 용어뿐만 아니라, 추가 설명이 필요한 특정 단어 및 문구에도 쓰인다.
차기 서비스 론칭 시 버그 픽스 배포 계획
※2025 1Q
'서비스 론칭' 옆에 쓰는 것 대신, 밑에 '※2025 1Q'를 적어 한 줄의 길이를 줄일 수 있다. 보고서를 써보면 특히나 앞뒤, 좌우 줄간격을 깔끔하게 맞춰야지 가독성도 올라가는 법이다. 한두 글자 때문에 줄 바꿈을 하기도 뭐 하고, 그렇다고 내용을 1줄로 유지를 하자니 오른쪽 여백을 침범하곤 한다. 그렇기에 위와 같이 주석 처리가 가능한 내용은 최대한 주석처리를 하여 원활하게 줄맞춤을 하도록 하자.
보고서를 올리기 전 검수 작업(Proofreading)은 필수
모든 글쓰기가 그러하듯 서면 보고서도 검수 작업이 필수이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자기가 쓴 글을 읽고 또 읽고 수정을 하면서 본인은 내용을 다 이해하고 있기에 문맥이 어색하거나 논리에 맞지 않더라도 이를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기에 글을 쓴 본인은 이해가 되는 문장들이, 글을 읽는 상대방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글을 글쓴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검수(Proofreading)하여 최대한 누구에게나 이해가 되는 글로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면 보고서일 경우에도 동일하다. 본인은 보고하고자 하는 업무의 실무자이자 보고서의 글을 작성한 글쓴이이기도 하기에, 본인에게 이해가 되는 문장들이 해당 내용을 처음 접하는 상사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렇기에 검수 작업의 중요도도 매우 높다.
상사가 보고서를 읽어보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상사 자리로 호출당하는 불상사를 막아야 한다. 영어를 넘어 제2외국어는 필수로 여기는 요즘 풍토에서 상사가 본인이 쓴 보고서를 읽고, "이 친구 해외파인가? 해외파도 아닌데 한글을 왜 이렇게 못쓰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면 안 되지 않겠나.
상사가 이해하기 쉬운 서면 보고서를 위해서, 검수는 되도록이면 '보고내용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동료'들에게 받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지 보고내용 관련하여 모르는 상사와 유사한 관점으로 글을 읽어줄 수 있고, 상사가 할 법한 질문들과 더불어 의미 있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보고를 받는 상사가 비개발자인데 개발자인 본인이 쓴 보고서를 다른 개발자가 검수를 한다면, 상사가 이해가 안될 법한 내용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 개발자들 간에는 "굳이 이런 것까지 추가 설명을 해야 되나?"라고 생각할 법한 기본 지식과 같은 내용일지라도, 비개발자가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석이나 별첨으로 추가 설명을 보충해야 된다는 피드백을 개발자들로부터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는 다음 검수 과정을 통해 서면 보고서를 작성한다.
1. 자체 검수를 한다
2. 다른 업무에 집중하다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시 검수를 해본다
3. 그다음 날 다시 검수한다
4. 보고내용을 잘 모르는 동료에게 검수받는다.
5. 서면 보고서를 직속 상사에게 1차 보고 한다.
6. (직속상사에 컨펌을 득한 이후) 보고 대상인 상사에게 서면보고를 전송한다.
위에서 알 수 있듯이 2일 이상을 걸쳐 여러 번에 나눠서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더 이상 고칠 것이 없어 보이더라도,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는 개선점이 보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렇게 공을 들여 검수를 했다는 건 상사에게 얘기하지 않아도 온전히 전해 질 것이다. 실제로 공이 들이지 않은 보고서는 티가 난다.
서면 보고서는 읽는 상사로 하여금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의 많은 것을 알려준다.
보고자의 업무 이해도 뿐만 아니라 보고자가 논리력이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이를 다른 각도로 보면, 보고 대상인 상사에게 본인의 강점을 어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면보고서 작성 스킬을 높인다는 것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 및 논리력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개인적으로 상사로부터 "보고서 정말 잘 썼다"라는 코멘트를 들었을 때의 전율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열심히 해서 자기 계발 + 업무력 + 상사로부터 좋은 평가, 3마리 토끼를 다 잡아보자!
Chapter. 뉴비들을 위한 업무 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