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엘리베이터에서 가끔 마주치는 3층의 노부부는 내가 그려보는 이상적인 노년의 부부상이다.
커피색 베레모를 멋지게 쓰신 할아버지는 늘 할머니 손을 잡고 언제나 함께 움직이신다.
젓가락 두 짝처럼, 신발 한 켤레처럼 조용조용 다정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할아버지는 공주를 수호하는 기사처럼 할머니 등 뒤에 손을 올리고
조심히 발을 맞춰주신다.
가끔 자동차 문을 열고 할머니를 기다리셨다가 문을 꼭 닫아주는 젠틀한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도 저렇게 늙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오늘 날씨가 좋네요" 인사를 건네면 노부부는 함께 웃는데 그럴 땐 얼굴의 근육이 모두 둥글게
말아 올려지는 모습이다.
"새댁이 얼굴이 더 좋구먼" 50이 넘은 나를 새댁이라고 불러주는 인사에 나는 진짜 새댁처럼
발그레 기분이 들뜬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혼자이신 할머니를 만났다.
왜 혼자세요 묻는 말에 할머니는 늘 그렇듯 어린아이처럼 순하게 웃는다.
"우리 영감 그기 술 무문 개 아이가. 그제 술 묵고 발광하다 엎어져뿟어. 입원했다."
아....... 부부일은 부부만 안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