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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경미 Dec 12. 2022

소중한 인연에게 띄우는 고백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다. 그 중 누구는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한 채 스쳐지나가고, 누구는 한 번의 시선이 섞일 정도의 찰나를 거쳐 가고, 누구는 오랫동안 함께 하고, 또 누구는 지지고 볶으며 죽이네 마네 하면서 살 것이다.

인연의 시간도, 관계의 밀착감도 다른 다양한 인연들과 함께 나도 여태 살아왔다.


어디 인연의 끈이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어지고, 유지되고, 튼튼해지던가. 인연은 마치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양쪽으로 끈을 잡고 느슨해지지 않도록 돌봐주어야 유지되는 법이었다. 나 혼자만의 노력은 인연이 아니라 미련일 뿐이다.


그렇게 인연의 줄다리기를 하며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헤어지고. 또 다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어갈 때, 모든 시간들이 마냥 달콤할 수 없는 이유는 그만큼 더 많은 관심과 신경을 쏟아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현종 시인은 '사람이 온다는 건 어머어마한 일'이라고 했다. 단지 그만 오는 게 아니니까.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그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기에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했다. 그 어마어마한 일을 이뤄낸 우리에게 서로의 존재란, 결코 나약하지도 사소하지도 않은 오히려 소중한 어떤 것. 그렇기에 인연이란 쉬울 수가 없다.


그 쉽지도, 가볍지도 않은 일을 해내는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번거로우면 안하면 그만인 일을 굳이 참고 해내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다 이유가 있을 것이고,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그 뻔한 답 다음에 찾아낸 답이란 나를 성장시키기 위함이었다는 것. 나를 스쳐간, 그리고 내가 만들어간 수많은 인연들이 어떤 의미였는지 단 하나로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이런 인연들로 인해 나는 이만큼 성장하고 삶의 지혜를 배웠다는 것. 그들로인해 영향받으며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것.

‘초록동생(草綠同色)’이라 했고, ‘A man is known by the company he keeps.’라 했으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와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의 영향은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 없다. 서툴고 부족한 과정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맺으며 나는 인간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조금씩 배우고 성장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때론 어떤 의지가 발동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변화가 시작될 때가 있다. 그런 변화의 바람이 불 때면 오랫동안 소수의 한정된 사람들과 깊이 있는 관계를 유지하기 좋아했던 사람이라도 새로운 형태의 인연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글을 쓰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인연을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서로 연락처조차 모르지만 만나면 이름을 불러주며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그런 만남도 있다. 이런 관계를 지속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친밀도가 낮다는 이유로 다 쓸데없다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건 까다롭고 녹록치 않다는 이유로 피해야만 하는 걸까.


 

사람들은 불편한 관계를 힘들어한다. 다른 취향과 감성을 가진 이들과 호흡을 맞추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려 한다. 하지만 위대한 문명은 항상 여러 문화와 민족이 만나고 부딪히면서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싹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는 “독창성과 상상력, 나아가 다르게 생각 하는 용기”를 원한다.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모노타이프(mono-type) 조직이 갈등이 적을 수는 있다. 그러나 남다른 도전과 창조적인 발상을 할 가능성도 그만큼 낮다. 불편한 관계에서 창의성이 싹튼다는 바우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철학으로 휴식하라》 중에서



종의 다양성이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코스모스》의 한 구절처럼, 관계의 다양성이 나를 발전시키는 배경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면 어불성설일까. 아직까지는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렇기에 오늘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것이다. 성별도, 나이도, 생각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또 다른 모습의 나로 성장하기. 다양성, 독창성, 그리고 생각을 교류하고 수용하는 용기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을 배우며 조금더 성숙해지기.

새로운 인연을 만들며, 나는 살아가는 방법을 하나 더 습득하고 있다.



(이미지 제공: Naassom Azevedo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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