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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콘, 너의 하루가 고소하길 바라

by 임경미


쿠키의 적당한 성공은 또 다른 목표를 만들었고, 그 욕망에 이끌려 스콘을 구웠다. 마찬가지로 제일 따라하기 쉽고 재료도 간단한 레시피를 찾아서. 그런데 쿠키의 그럴싸한 비주얼과는 다르게 스콘의 결과물은 처참했다.

남들이 한다고 무조건 그대로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남들처럼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나에겐 나만의 상황이라는 변수가 있는데.


반죽을 하면서도 이게 아닌데, 분명 여기서 멈춰야 하는데 하며 반신반의가 아닌 반의반의 100% 의심했지만, 무시하고 레시피대로 한 결과는 처참했다. 바삭거리는 식감은 찾을 수 없이 떡이 된 첫 번째 스콘을 버리고 복기한 실패 원인 찾기. 생각대로 되지 못한 상황을 바로 잡고자 2차 도전에 돌입했다. 어쩌면 우유량만 잘 맞추면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도 가진 채.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일은 가끔 이렇게 즐겁다. 그리고 결과는, 이번에는 그럴싸한 성공이다. 그리고 자신감이 붙어 구운 3차 스콘도, 재미 들려 구운 4차 스콘도 연이어 성공. 흐릿한 성공이 점차 뚜렷해지며 해내는 것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며, 그사이 나는 저울 없어도 계량하는 요령이 생겼고, 우유량을 조절하는 감도 생겼고, 용량을 줄이고 늘릴 때 바뀌는 버터의 양까지 터득하며 나만의 경험을 쌓아갔다. 참으로 고소하고 뜨거웠던 일주일이 스콘과 함께 흘렀다.


노래 한 곡이 마음에 들면 일주일 동안 무한반복 할 수 있는 나는, 먹고 싶은 건 질릴 때까지 먹어야 성에 차는 나는, 스콘의 향처럼 고소하고 오븐처럼 뜨겁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스콘을 향한 열정을 식히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하게 됐다. 그러다 문득 꺼져가는 열정에 기름을 붓는 생각이 떠오르고. 이 버터 풍미 가득한 스콘의 맛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하자고 마음먹었다.


대단할 것 없는 빵 조각 하나이지만 먹는 걸 나누는 것만큼 은밀하고 사적인 게 또 있을까. 밖에서 사 먹는 그런 음식들 말고 내가 직접 만들어서 나눠 먹는 행위는 어찌 보면 모든 걸 드러내는 행위다. 내가 평소에 어떻게 먹는지 내 입맛을 드러내는 행위.

그 쑥스러운 행위를 그러면서도 감내하는 이유는, 내 입안에서 느꼈던 작은 행복을 너에게 주고 싶기 때문이고, 손끝 하나에 담은 정성스러운 마음을 고이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생명체든 에너지가 있어야 살 수 있고, 자고로 에너지란 먹는 것에서 얻으니, 네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한 무언가를 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얻을 때 조금 더 나은, 양질의 에너지를 얻길 바라며 더 좋은 것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글루텐의 섭취를 줄이기 위해 밀가루를 아몬드 가루로 바꾸고, 좋은 밀가루를 넣기 위해 유기농 밀로 바꾸고, 풍미가 더 좋다는 고급 버터를 넣어 버터량을 조절하고, 설탕은 더 달고 흡수율이 낮다는 자일로스로 바꾸고, 그것도 부족해 소금과 설탕의 양은 줄이고.


삶이 고소하길, 사랑이 달달하길, 마음이 따뜻하길 바라는 좋은 마음을 담은 스콘이 양질의 에너지원이 되어 너를 더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만들길 바라며. 그렇게 한 판, 두 판, 세 판. 모두 네 판의 스콘을 구워내고 친환경이라는 포장지에 스콘을 담아 너에게 건넸다. 스콘을 핑계 삼아 그동안 전하지 않았던 마음을 담은 쪽지도 함께. 언젠가 몹시 춥고 지친 날, 함께 나눠 먹던 호빵의 온기를 떠올리며 옅은 웃음 짓고 힘을 내어 일어섰던 예전처럼, 문득 찾아온 차가운 시간에 온기가 되길, 힘이 되길 바라며 반죽을 만들었다.


내 마음이 어디까지 전해질까. 스콘 반죽에 담긴 이 마음이 부풀어 오르고 노릇하게 익어 고소한 향을 풍길 때 나는 확신했다. 이 고소한 한 조각이 하나의 추억이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절정에 달한 내 마음이, 입안에서 부서져 내리는 스콘을 씹어 삼킬 때 내 마음도 네 안에 자리 잡게 되리라는 것을.


어쩌면 다음날 네 식탁엔 따뜻하게 데운 스콘 한 조각과 그보다 더 뜨겁게 우려낸 차 한 잔이 놓여있을 것이다. 나는 스콘을 만들며 훗날 스콘 한 입 베어 먹으며 고소함에 작은 미소 짓는 네 모습을 상상하고, 너는 스콘을 베어 먹으며 분주히 버터 조각을 부수고 반죽을 치대는 내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게 우린 시공간을 넘나들며 서로의 시간에 함께하며 문득 이렇게 함께 걷는 누군가에 대해, 지치지 말라고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대해 다시 한번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아닌 존재들을 위해 노력하며 마음을 쓰며 이전의 내가 가지지 못한 어떤 것을 얻은 나를 발견할 것이다. 타인을 위하는 일이 결국 나를 위하는 것임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나는 더 많이 마음을 쓰며 더 좋은 사람이 되었을 텐데.


조만간 또 스콘을 구워야겠다. 이번엔 더 건강하게 견과류를 넣어, 당신의 오늘이 고소하고 더 진하게 더 고소해지길 바라며. 스콘을 굽는 마음에 당신을 향한 좋은 생각들을 가득 담아 노릇하게 한 판 더 구워내야지.






[스콘 레시피]

1. 밀가루와 아몬드 가루 총 200g, 베이킹 파우더 6g, 소금 4g, 설탕 20g을 골고루 섞은 뒤 체에 걸러 반죽할 그릇에 담는다.

2. 최대한 잘게 썰어놓은 버터를 밀가루와 섞으며 버터를 또다시 최대한 잘게(팥알 크기 정도) 쪼갠다.

3. 플레인 요거트, 달걀, 우유를 섞어 반죽에 부어가며 밀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섞는다.

(레시피마다 80ml, 100ml 넣으라고 천차만별이다. 레시피대로 하지 말고 뭉치지 않은 밀가루가 없을 정도로만 우유를 넣고 반죽하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절대로 걸죽하면 안됨.)

4. 완성된 반죽을 한번 나눠 겹친 뒤 다시 한번 나눠 겹치고 다시 한번 나눠 겹친다.(총 3번)

5. 적당한 두께로 반죽을 편 뒤 잘 싸서 냉장고에서 30분 정도 보관한다.

6. 반죽을 원하는 모양으로 자르고 계란물을 바른다.

7. 180도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낸다.(시간은 집 오븐마다 다름. 15~20분 정도 구웠음)


* 주의사항

- 버터를 쪼개며 밀가루를 섞을 땐 최대한 빨리 해야 돼요. 버터가 녹을수록 반죽이 질어져요.

- 우유량 절대 주의! 최소한의 우유로 반죽을 해야 돼요.

- 15분 정도가 지나면 오븐을 살펴보고 표면이 갈라지면서 골고루 노릇하게 익을 때까지 구워요. 너무 오래 구우면 돌덩이가 되고, 일찍 빼내면 스콘의 느낌이 생기지 않아요.

- 아몬드 가루를 너무 많이 섞으면 쿠키처럼 바스라지니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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