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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경미 Mar 24. 2023

세상의 아주 조금이라도 좋아질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것을 목표로 하는지도 생각했다. 내가 쓴 글을 저장하느라 소비되는 전기가, 그로 인해 조금 더 뜨거워질 지구에 미안하지 않기 위해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느 날, 환기하느라 창문 열어놓은 걸 깜박한 내가 공기청정기를 한동안 켜놓았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면서 머리를 콩하고 쥐어박으며 생각했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하늘이 아주 조금은 맑아졌으려나?’


그날은 며칠째 이어지는 미세먼지 경보에 창문을 열지 못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창문을 열어둔 날이었다. 마치 안개가 잔뜩 내려앉은 듯한 창밖 풍경을 보며, 미세먼지가 삼켜버린 산과 강과 건물들을 떠올리며 도대체 무얼 해야 하나 암담했던 날.


쇠털 같은 많은 것 중 일부분이어도, 모래사장의 모래알 하나만큼 눈에 띄지 않는 정도라도, 그래도 공기가 지금보다 좋아질 수 있다면. 부질없을 바람을 키우며 나아질 공기를 기대했다.      




그때 자문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내 삶도 그럴 수 있을까. 나만 행복하고 잘 먹고 잘사는 삶만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내 글이, 내 삶이 누군가를 위하고 세상을 아주 조금이라도 더 밝게 만들 수 있길,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길 바랐다.     


지인이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한의원을 하며 번 돈으로 젊은 사람들을 후원하고, 훗날 고마움을 갚기 위해 찾아온 사람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한 일이니 사회에 환원하라고 했다는 이야기. 지인을 통해 전해 들은 김장하 선생의 또 다른 말씀은 깊은 감동을 줬다. 

"나는 사람들의 고통으로 돈을 벌었으니 세상에 돌려주어야 한다."


      


언젠가 미국의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그리고 유명한 투자자인 워런 버핏도 비슷한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이 농구선수로 성공하고, 또 투자자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시스템이 갖춰진 미국에 태어났기 때문이라는, 그래서 번 돈이고 이룬 성공이니 기꺼이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비록 그들처럼 거창하진 않지만, 나도 이렇게 오늘을 무사히 살게 해준 모든 존재들을 위해 자그마한 무언가라도 해야겠다. 마음속에 선명하게 새겨놓은 꿈을 언젠가 실행에 옮길 때가 오기 전까지는, 그전에는 대단하지 않아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통해 이 행성의 일부를 좋아지게 만드는 거다. 그런 마음을 담은 글을 쓰고, 말을 하고, 하루를 살고. 지구의 아주 조금이라도 좋아지게 만드는 하루를 사는 거다. 운이 좋다면, 그보다 넓은 사람의 마음을 좋아지게 만들 수 있다는 기대도 하면서.



(이미지 출처: 콜린 베렌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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