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가 두려운 당신에게
원숭이 한 마리가 있었다. 바나나 알레르기가 있는 원숭이. 친구들은 원숭이가 바나나도 못 먹는다며 놀렸지만, 원숭이는 바나나 알레르기가 있는 것이 속상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동정하는 척하며 비웃을 때, 나는 바나나를 사랑한다며 값싼 동정은 필요 없다고 당당하게 거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원숭이가 가져온 바나나우유를 마신 원숭이는, 바나나는 먹지 못해도 바나나우유는 마실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걸그룹 오마이걸이 부른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의 가사를 이야기로 각색한 것이다.
처음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너무 슬퍼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환상일 수도 있지만, 내가 아는 원숭이는 바나나를 좋아하는데 알레르기가 있으면 그 좋아하는 바나나를, 그 맛있는 바나나를 먹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바나나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원숭이에게는 종족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것이 콤플렉스였을 테지만, 이런 내 예상과 달리 원숭이는 그런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며, 오히려 바나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제목만 봤을 때는 나 혼자 감상에 젖어 슬펐지만, 멜로디와 함께 가사를 음미하니 원숭이의 말이 치기 어린 마음에 내뱉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원숭이에게 이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이런 문제들이 한두 개쯤은 있다. 우리가 단점, 혹은 콤플렉스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 날, 장점과 단점을 10개씩 써보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장점을 5개 쓸 때쯤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7개를 썼을 때는 펜이 멈춰 섰다. 조금 더 끌어내기 위해 고민하다가 단점을 적기로 했는데, 맙소사! 펜이 모터를 단 듯 빠르게 움직이며 순식간에 10개를 돌파하더니 15개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 않은가.
왠지 억울해져서, 단점을 들킨 나를 변호하기라도 하려는 요량으로 내가 적어놓은 단점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자기소개서를 써봤거나 면접 준비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서 알고 있는 진리. 나의 단점을 거꾸로 하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단점 뒤집기를 해봤다.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끈기가 부족한 것은 무리하지 않거나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에너지를 잘 분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다음, 걱정이 많다는 단점은 미리 준비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잘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단점이나 콤플렉스가 관점을 달리하면 마냥 나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면을 보거나 보완점을 알면 오히려 나의 무기가 되고,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꽤 쓸모 있는 사실을 가끔 잊어버리고 산다.
그래서 나의 단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거나 남에게 들키지 않게 꽁꽁 숨긴다.
그러나 또 생각을 바꿔보자. 바로 나의 단점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단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면 더는 단점이 되지 않으니까.
물론 내 단점을 세상 밖으로 공개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고, 어리석은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내 취약점은 이것이니 마음껏 공격하라고 알려주는 꼴이 될 테니까.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게 공개했기에 나는 대비를 할 수 있다. 세상 사람이 내 단점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보완하고 나면 내 약점은 사라지게 된다. 단점을 드러내는 것은 나를 더 강인하게 만드는 하나의 전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바나나 알레르기가 있다고 공개한 원숭이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숨기지 않았기에 더 당당했고, 바나나우유라는 차선책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기에 진심으로 행복할 수 있었다. 생각과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로 섰기에 다른 원숭이들의 동정 어린 태도를 당당히 거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 스스로 콤플렉스 앞에 당당해졌을 때,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위로를 받을 수 있고, 내가 거부했던 내 모습이 별것 아닌 사소한 것이 될 수도 있고, 보완할 어떤 방법을 찾아 더는 그로 인해 상처받을 일도 줄어들 것이다.
바나나 알레르기가 있는 나를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마저도 사랑한 원숭이처럼, 어떤 콤플렉스든 그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