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을 후회하지 않는 방법

결정 장애에 빠진 당신에게

by 임경미


3년 넘게 질질 끌고 왔던 공무원 시험을 완전히 끝내야겠다고 다짐한 때의 이야기다.

작가가 되자고 결정했을 무렵에도, 만약의 사태를 위해 준비해 놓은 자동차의 스페어타이어처럼, 글 쓰는 것과 더불어 공무원 시험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책을 내기 위해, 작가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스스로 해야 할 것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동안 기쁘고 즐거웠지만, 마음 한편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작가의 삶이 빨리 찾아오겠어? 하루 내내 글 쓰고 책 읽는 것도 아닌데, 혹시 모르니까 공무원 시험도 같이 준비하는 것은 어때?’라는 안주하기 좋아하고, 걱정 많은 자아의 우울한 음성.


그렇게 불확실성이 만들어 놓은 두려움의 힘은 다시 나를 흔들었고, 나는 그 움직임에 동조하며 제멋대로 흔들렸다. 문제는 그 흔들림의 영향이 내게 달갑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 마음이 행동과 생각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공부를 하면, ‘글도 제대로 못 쓰면서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 싶어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한편, 글을 쓸 때는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려서 공부는 언제 하지? 하루에 네다섯 시간 공부하면 불합격할 게 뻔한데, 시간 낭비만 하는 것 아니야?’ 싶은 걱정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런 불편한 상황이 계속될수록 마음은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하라고 닦달했다. 미래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힌 나는 어느 것에 집중해야 할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질질 끌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가 조언을 구해볼까 싶어 내 고민을 털어놨을 때, 상대방은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닌 정반대의 대답을 했다.


“해보세요, 할 수 있어요. 하루 내내 글 쓰는 거 아니잖아요. 시간을 쪼개서 하면 되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순간 욱하는 감정에 눈물이 났다. 상대가 미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렇게 행동한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고, 나는 대답만 하면 돼. 이런 태도가 올바른 자세가 아님을 알면서도 나는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쩌면 내 생각을 상대도 느꼈을까 싶어서 오히려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문제는 나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그 길로 공무원 시험에 연결해 두었던 가느다란 미련의 실을 끊어내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끈을 확실히 끊어내고 나니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더 집중해서 즐기면서 실천할 수 있었다.




살면서 선택해야 하고, 결정하는 상황이 왕왕 찾아온다. 선택의 책임감은 무겁고, 남 탓 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그래서 결정에 앞서 조언을 구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도움이 되고 꼭 필요한 것이지만, 조언을 해줬다는 이유로 그 결정의 무게까지 상대에게 넘기는 건 좋지 않다. 진정한 조언이 아닌,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듣기 위함이라면, 혹은 선택의 책임을 상대에게 지우고 일이 그르쳤을 때 남 탓 하기 위함이라면 그건 너무 비겁한 생각이지 않은가.


어떤 일도 남이 결정을 내리거나 책임져 줄 수 없다. 중요한 것일수록 스스로 결정 해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책임감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선택해야 설령 원치 않은 결과가 찾아오더라도 미련도, 후회도, 원망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선택의 주체는 오롯이 내가 되어야 한다.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그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나를 알아차려야 한다. 결정 장애 순간을 연출하는 진짜 내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차려야 한다. 만약 이런 사심, 저런 사심 다 비웠음에도 결정 장애에 빠져있다면, 먼저 나만의 기준을 세워보면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내게 편함을 주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내가 지양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인내할 수 있는 정도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등 내가 나를 알 수 있도록 계속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야 한다.

이런 배경지식이 쌓여 있으면 이어 근거해 주도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 로버트 프로스트〈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중에서 -



완벽하게 옳은 결정은 없다. 그것이 있다고 믿는 내 마음이 있을 뿐.

시인처럼 어느 곳으로 갈지 선택을 내렸다면 그 길을 잘 걸어가면 된다.

내가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 그것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겠지만, 어떤 방향으로, 어느 만큼 달라질지는 이후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으니까. 결정 후 행한 나의 행동이 신세 한탄 섞인 한숨이 될지, 안도의 한숨이 될지를 결정한다.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결정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러므로 내가 내린 결정이 최선의 결정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된다. 그것이면 이미 충분하다. 이런 마음으로 여러 갈래의 길 앞에 선다면, 어떤 길을 갈지 선택하는데 조금은 더 수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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