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투성이 내가 더 사랑스럽다

by 임경미


새로운 부서로 발령을 받은 후배가 전화를 걸어왔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데 자신이 매끄럽게 대응하지 못해서 문제가 생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직원들까지 동원하는 바람에 폐를 끼쳤다는 것이다.


후배는 자신의 미숙함과 그로 인해 직장 동료들이 겪어야 하는 수고로움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후배의 착한 심성을 알고 있었다. 언제나 플러스 알파를 해놓고도 문제가 생기면 거기서 더 플러스 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고, 그 작은 실수나 아쉬움을 크게 트집 잡아 자신을 다그치고는 했다.


“제가 더 잘 파악해야 했는데…. 매끄럽게 처리 못 한 건 명백한 제 잘못이에요. 제가 실수를 했으니 결국 모든 원인은 저예요.”


정말 그럴까. 세상에 완벽한 것이 있을까. 발생 가능성이 있는 변수들을 미리 다 알고 대응할 수 있을까.

문제라고 생각되는 상황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정말 내가 혼자 만드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을 문제라고 인식한 또 다른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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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한 방송프로그램에 나온 기상청 직원은 기상청의 체육대회 날에도 비가 내린 적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닮았다.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되지 않거나, 잘 하려고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하지 못하는 것.

데이터를 잘 분석해서 일기 예보를 했지만,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보가 틀릴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의 어느 부분도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틀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내 실수일수도 있고, 상황에 변수가 생겨 어떨 수 없이 그렇게 될 수 도 있다.


그럼에도 내뜻대로 풀리지 않는 것들을 앞에 두고 나는 왜 이렇게 바보같은지, 왜 제대로 하지 못하는지 자책하고 있을 또다른 나와 후배를 닮은 당신에게 이런 바보 같음이야말로 인간의 특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니, 그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이라고.


인간미.

누군가는 이 말의 뜻을 따뜻한 심정을 가지고 있어 남을 돕고 남을 위해 베푸는 정의하겠지만, 나는 이 말에 좌충우돌 하고 우왕좌왕 하면서 살아간다는 의미를 추가하고 싶다.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매사에 틀에 박힌 듯 정확한 사람에게 인간미가 넘친다고 하지는 않으니까.

인간미 가득한 인간이기에 때론 실수를 하고, 일기예보도 가끔은 틀리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그렇게 때문에 마음껏 실수만 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기상청 직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틀렸지만, 다음엔 틀리지 않기 위해, 틀릴 확률을 줄이기 위해 더 공부하고 연구한다고 했다. 비록 틀리고 실수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기에 실수투성이 인간이어도 아름답다.


애당초 우리가 신이 아니니까 완벽할 수 없다. 내 다짐대로, 내 생각대로 모든 걸 해내는 그런 완벽한 인간이 있기나 할까.

설령 있다고 한들 그런 사람이 매력이 있을까.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매사에 정확한 사람은 인간미가 아닌 로봇미가 흐르지 않던가.


나는, 조금 버벅거리고 실수하고 좌충우돌하는 인간이 더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 끊임없이 실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이 더 매력적이다.


이제 나에게 조금 더 여유로웠으면 좋겠다. 타이트하게 몸에 달라붙는 수트가 아닌, 품이 넉넉한 옷을 입혔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팔과 다리가 자연스럽고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를 덜 엄격하게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실수투성이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기에 노력을 멈추지 않는 인간, 그렇기 때문에 나도, 당신도 사랑스럽다.


(사진: 픽사베이의 스티브 부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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