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에 대한 착각 깨기

긍정은 좋은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by 임경미


잠시 상상을 해보자. 친구가 면접을 보고 왔는데 이번에도 역시 떨어졌다며, 아무래도 이번에도 불합격할 것 같다고 속상할 때, 나는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어떤 말을 건넬까.


“괜찮아. 다음에는 더 좋은 곳이 널 알아봐 줄 거야. 다시 힘내보자”라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왜 떨어진 건지 알겠어? 함께 원인을 분석해볼까? 네 상황은 이러니까 다른 곳에 지원하는 게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할까.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만약 내가 면접을 망친 친구의 입장이라면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후자의 말보다는 낙관적이고 따뜻한 말로 위로해주는 후자의 말을 더 듣고 싶을 것이다. 솔직히 힘들어 죽겠는데, 후자 같은 분석적인 말을 듣고 있으면 순간 절교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친구가 미워지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지 않을까.


사람의 여린 마음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힘이 되는 말을 들으며 위로를 받고 싶게 만든다.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분석하거나 잘못을 들춰 보고 싶지는 않다. 매보다는 한 번의 쓰다듬을 달라고, 긍정적인 말을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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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肯定)적인 말. 긍정이라는 단어는 그 이미지가 참 좋다. 그래서 우리는 ‘긍정’하면 좋은 것을 떠올린다.

긍정은 힘이 되는 것이고, 밝고, 아름다운 것이고, 희망적이다. 그래서 긍정적인 말, 긍정적인 반응, 긍정적인 자세 등 온갖 상황에 긍정을 가져다 붙이며 긍정을 추구하면서 살아왔다. 저도 모르는 사이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하면서 사는 것도 그렇기 때문에 무리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지속될수록 우리는 점점 함정에 빠진다. 긍정이 만들어 놓은 달콤한 긍정의 함정.

긍정의 함정은, 그것에 빠지는 순간 우리를 지금 이 순간에서 단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빅터 프랭클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잘 소개되어 있다. 빅터 프랭클은 그의 저서에서 무조건적인 긍정이 인간에게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언급한다.


1944년 성탄절부터 1945년 새해에 이르기까지 일주일간 사망률이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추세로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수용자들의 처우나 노동강도, 기후 등 많은 조건에 변화가 전혀 없었음에도 짧은 기간동안 많은 수감자가 죽었다. 왜 그랬던 것일까.

빅터 프랭클은 그 이유를 ‘수감자들이 성탄절에는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감자들이 자신이 희망한 대로 이뤄지지 않자 깊은 절망에 빠졌고, 그것이 면역력에 영향을 미쳐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다.



희망을 품고 사는 것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왜 오히려 우리에게 독이 될까. 단지 희망을 품었기 때문에, 우울한 현실에서 긍정적인 것만을 생각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희망과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좌절하는 이유는 긍정의 함정에 빠져 오히려 현실을 부정하면서 근거 없는 희망만을 꿈꾸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잘 될 거야, 괜찮아질 거야 하는 막연한 긍정이 지금을 개선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단지 꿈만 꾸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 꿈이 이뤄지지 않고 좌절했을 때 막연한 기대와 긍정은 커다란 상처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다.


긍정적인 것은 분명 좋은 것이지만, 행동이나 실천이 아닌 긍정만이 존재했을 때 그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타격이 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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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긍정이라는 단어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이다. 우리가, 혹은 내가 생각했던 긍정이라는 단어에는 ‘좋은’이라는 의미가 없다.

사전을 찾아보면 긍정은 ‘어떤 생각이나 사실 따위를 그러하거나 옳다고 인정함. 바람직한’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무조건 잘 될 거야,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거야, 좋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하거나 옳다고 인정하는 것, 내가 바랐거나 유리한 방향이 아니더라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진짜 긍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참된 긍정은 오히려 현재를 냉정한 시각으로 인식하면서 사실대로,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부하고 외면하는 것은 오히려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좋은 상상을 한들, 그것은 한낱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바로 가짜 긍정에 빠지는 것이다.


가짜 긍정으로부터 나를 지키려면 먼저 저항감이 드는 것을 없애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은 현실이더라도 있는 그대로 모두 인정하고, 어떤 일이 내게 발생했는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그 과정을 거쳐야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의 가네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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