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계획에 따라 흘러간다.
계획은 계속되고, 이어지고, 새로 시작되며 그렇게 계획과 함께 오늘을, 일주일을, 한 달을 그리고 일 년을 산다.
계획한 그대로, 똑같이 인생이 흘러가지 않아도 계획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방학을 맞이하면 방학 계획표가 있었고, 개강하면 수업시간표가 있었고, 일을 할 때면 하루 일정을 회사 노트에 적으며 스케줄을 조정하기도 했다.
언제 결혼할지, 집은 언제쯤 살지 인생의 계획도 세우고, 언제쯤 아이를 낳을지 자녀 계획을 세우고,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 식단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여기까지 하자. 더 캐지 않아도 계획이 넘쳐난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게 되었으니까.
사람들은 다양한 계획 속에 살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해서 매번 어떤 일을 시작할 때나 하루를 시작하기 전 계획을 세우곤 했었다. 그 계획 안에는 꿈과 목표가 있었고, 오늘을 보내는 지침이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계획은 언제나 빡빡하고 빠듯했다. 시간의 여백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 목표와 성취만 가득한 계획표와 함께 했다.
어쩌면 비극은 여기서 시작했으리라. 계획은 했으나 안 될 때를 고려하지 않아서, 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하지 않아서 계획대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고는 했다.
방학 때마다 세운 하루 계획표는 너무나 쉽게, 파도 앞에 세워둔 모래성처럼, 아니 태풍 오는 모래사장의 모래성만큼 쉽게 무너져 내렸다.
나는 이런 경험을 수없이 했으면서도 계획 세우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계획대로 되는 것에 대한 강한 열망마저 가지고 있었다.
계획대로 실천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계획대로 실천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나는 고집과 바람을 포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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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몰랐고, 설령 알았어도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 의지대로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 버거운 것만큼이나 노력의 대가로 계획한 것을 얻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계획대로 이루기 위해 발버둥 쳤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몸소 느끼며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좌절했고, 패배감과 무능력감에 빠졌다.
결국 낮아진 자존감은 새로운 도전 앞에서 머뭇거리게 만든다.
‘어차피 또 결과는 안 좋을 텐데, 뭐하러 노력해?’
공무원 시험에 연이어 떨어진 경험이 내게 그랬다. 참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고 규정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기를 겪음으로써 나는 계획하지 않았던 것들을 배웠다.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괴롭게 만드는지, 그런 고통스러운 감정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를 말이다.
내 뜻대로,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그로 인해 찾아오는 괴로움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내가 낙담하고 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용기’였다.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못 할 거야’가 아니라 ‘내 길이 아니라면 또 다른 길을 찾아서 새롭게 도전해봐야지’ 하는 용기. 그리고 이런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주춤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용기. 용기를 내어 다른 선택을 할 때, 그리고 그 선택을 믿고 나아갈 때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또 한 가지, 새로운 도전에 걱정되고 불안할 때는 최악의 순간을 그려본다. 아무리 나빠져도 그 끝이 예상했던 것이고, 그것이 생각보다 치명타를 주지 않는다면 두려움은 어렵지 않게 떨쳐버릴 수 있다. ‘까짓것. 그래봤자 이 정도라면 괜찮아. 문제없어.’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두려움과 걱정은 사실 생각보다 별 거 아닌 경우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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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면, 그래서 시작하는 것이 두렵다면, 걸어가는 과정에 자꾸 머뭇거리게 된다면, 이런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건 어떨까.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모든 것은 단지 과정일 뿐이고, 그 과정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원하는 곳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때로는 그 과정을 통해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을 찾을 수도 있고,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준비과정일 수도 있으니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보자.
내 방학시간표가 그러했고, 공무원 시험 결과가 그러했듯이 계획은 자의든 타의든 깨지고 좌절되기 쉽다. 그러나 깨지는 그 순간에도 목표와 의지만 잃지 않는다면 분명 계획한 것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시기가 조금 달라도, 모양이 조금 달라도 말이다. 그러니 오늘도 ‘Keep standing.’
(사진 출처: Pixabay의 바다 단어로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