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횡 Feb 22. 2024

퇴사를 하지 않아도 용기 있는 것이다.

나는 재작년 6월쯤 퇴사를 하였다. 퇴사를 한다고 주변에 알리니 고맙게도 한번 보자는 분들이 계셨어서 퇴사 이후 이래저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다. 그리고 만나는 분들마다 나에게 거의 공통적으로 이런 얘기를 하셨었다. 


'퇴사는 머릿속으로나 하지 엄두도 못 냈는데 진짜 실행하다니 대단하다. 나는 그럴 용기가 없다.'


그때마다 나는 항상 이 말을 하였다. 


'용기의 종류가 다른 것일 뿐입니다만...'


생각해 보자. 퇴사는 용기 있는 행동일까?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직이 아니라 정말 그냥 다니던 회사를 나가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것이라면 감당해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퇴사 전에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직접 겪어보니 이건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내 경우에는 만용이었을 수도 있다.)


그럼 계속 회사를 다니는 것은 어떨까? 이것도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용기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씩씩하고 굳쎈 기운'이라고 나온다. 어떤가? 계속 회사를 다니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 맞을까? 누군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당연히 맞다고 말할 것이다.


일주일에 대략 5일 정도를 듣기 싫은 알람소리와 함께 일어난다. 5분만 더 누워있어 볼까도 싶지만 그랬다간 그 뒤에 일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나를 밀어 넣는다. 물을 맞으며 잠이 좀 깨는 것 같지만 곧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 버린다. 깊은 한숨과 함께 나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회사로 향한다. 주변에는 온통 나와 같은 얼굴을 한 사람들뿐이다. 이윽고 회사에 도착한다. 회사에서는...


30대에 들어서고 친구들을 만나면 하는 얘기가 전부 자기 회사 욕이다. 그리고 날 보며 항상 '아 나도 퇴사할까'를 거의 무조건반사 수준으로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다닌다. 아무리 하기 싫어도 퇴사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도 아침에 몸을 일으켜 회사로 향한다. 이보다 굳쎈 기운이 또 있을까? 밖에서 보기에는 무기력해 보일지언정 말이다. 그래서 항상 나는 나에게 용기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다니는 것도 나가는 것만큼 큰 용기라고 말했다.


그냥 자신이 늘 하던 일이니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본인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더 용기 있는 사람일 수 있다. 그러니 나가는 사람의 용기를 굳이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퇴사는 그저 다니는 것 정도의 용기가 필요할 뿐이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생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