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사이의 갈등이었을까
두 번째 직장을 그만둔 지 이제 이 주일쯤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출근했을 때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서 이제는 출근 준비 대신에 운동을 갔다가 스터디 카페로 향한다. 향후 2-3개월은 명확하게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터디 카페에 가서 앉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이렇게 이 시간에 여기 앉아있는 게 맞나? 퇴사하는 게 옳았나? 그래도 자리 지키고 앉아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다들 그렇게 사는데 말이다. 이제는 의미 없는 물음이지만 그래도 그런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왜 나왔지?
뭐가 문제였을까? 사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낀 건 출근한 바로 그날부터였다. 부서 배치를 받고 점심시간에 앞으로 같이 일할 부서 사람들과 밥을 먹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아 여기 괜히 온 거 같아'와 '여기에서 나가야겠어'였다. 이게 좀 무서운 게 보통 신규들에게 '여기 말고 좀 더 좋은데 알아봐라 아직 늦지 않았다.' 이렇게 말해 주는 경우는 종종 있었는데 본인들이 나가겠다고 하는 건 처음 봤다. 이때부터 내 머리 한편에 뭔가 잘못된 거 같다는 불안감이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렇다고 그냥 이렇게 나오는 게 맞았을까? 이직도 아니고 다른 직장으로 옮길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말이다.
30대 중반에 신입으로 들어간 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 같다.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다. 같은 나이인 친구들은 과장님, 팀장님 소리 들으면서 그 시간들을 버텨낸 대우를 받을 시기인데 나는 그들의 맞은편에 손을 모으고 서서 머리를 숙이고 있다. 그렇다고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신규로 들어갔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웃긴 건 이런 생각들을 해놓고 그냥 다시 나와버렸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번에 들어간 곳에서 1년, 2년 버티면 나도 언젠간 지금 내가 서있는 자리의 맞은편에 설 수 있을 텐데 다시 나와버렸으니, 또 들어가도 다시 제자리일 텐데 그걸 알면서도 나왔다.
그렇게 안 좋은 직장이었나?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단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장점도 확실한 곳이다. 물론 그 단점과 장점들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냥 일하는 게 싫었던 걸까? 아니면 기대가 너무 컸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전 직장에서 나오면서 더 좋은 곳으로 가야지라고 생각했고 시간도 많이 쏟았는데 그 정도가 아니어서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누군가 그랬다. 천국 같은 직장은 없다고. 나도 이제 알 것 같다. 좋은 직장, 천국 같은 직장이 있다고 믿고 그걸 찾으려고 하는 건 헛수고다. 직장은 전부 지옥이고 그저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지옥을 찾는 것일 뿐이다. 내가 뜨거운걸 잘 참는지 혹은 차가운걸 잘 참는지 등을 파악해서 그쪽 지옥으로 옮기는 과정을 뿐인 것이다. 이렇게 쓰니 좀 우울하긴 하지만 이게 내 앞에 놓인 현실이지 싶다.
하긴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이미 퇴사라는 것을 또 해버렸고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이런 생각들은 나오기 전에 했어야 하는 건데... 내가 언제 이렇게 생각보다 행동이 빨랐는지 모르겠다.
그래 이렇게 된 김에 나에게 시간을 조금 더 주고 싶다. 사실 나는 따로 하고 싶은 게 있다. 이 나이 먹어서까지 제대로 도전해 본 적이 없지만, 어쩌면 그 이유가 잘 안 될걸 이미 알고 있어서 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하고 싶은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직장에 다녔었지만 어차피 생긴 시간 아닌가? 이번에 마음먹고 열심히 해보고 안되면 깔끔하게 접는 게 내 인생을 길게 봤을 때 훨씬 긍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또 불쑥불쑥 생각나지 않게 말이다.
그 해보고 싶은 게 무엇인지는 말 그대로 해보고 밝히도록 하겠다.
솔직히 무섭고 그냥 흐지부지 아무것도 아닌 시간을 또 보내게 될까 두렵다. 그런데 마음 굳게 먹으란다. 너는 이제 그럴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한다. 이번 퇴사는 신기한 게 훨씬 오래 다녔던 전 직장을 나올 때보다 더 응원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누군가 믿어준 다는 것은 고마운 만큼 큰 부담이지만, 부담은 이겨내고 고마움은 보답해 보려 한다.
뭐 그래도 두 번째 아니던가? 처음보단 낫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