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걸이하기

행복할 수 없어

by 김횡

턱걸이를 할 줄 아는가?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이 턱걸이라는 것이 운동을 한다는 것에 대한 어떤 하나의 척도처럼 되어버린 느낌이다. 나만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튜브를 떠돌며 운동 관련 영상들을 좀 보면 이 턱걸이라는 운동이 최고의 상체 운동이라고 하며 운동루틴에 넣는 게 좋다는 내용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이 턱걸이라는 게 하나 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아마 성인을 기준으로 팔 굽혀 펴기 하나는 할 수 있어도 턱걸이 하나를 못하는 사람은 꽤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나도 그 못하는 사람 중 하나였고 말이다. 그래서 22년에 퇴사를 하고 집을 이사하면서, 이번 기회에 턱걸이 하나는 제대로 할 수 있게 운동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치닝디핑이라는(정식명칭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턱걸이를 집에서 연습할 수 있는 기구도 하나 샀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매일매일 열심히 했다고는 절대 할 수 없지만 나름 꾸준하게 연습하여서 한 1년 여가 지난 23년 가을즈음에 턱걸이 하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딱 하나 말이다. 그 하나를 하면 힘이 다 빠져서 손으로 봉을 잡고 힘을 줘도 몸이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후 나름 꾸준하게 연습하여 시간이 더 흐른 지금은 한 5개 정도까지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10개를 목표로 두고 있고 말이다.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저 23년 가을에 턱걸이 하나를 했을 때 내가 행복했었나?라고 돌이켜 보면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무려 1년을 연습하고 이뤄낸 나름의 성과인데도 말이다. 잡은 목표에 비해 너무 시간이 많이 들었다고 생각한 걸까? 이후에 3개를 목표로, 5개를 목표로 잡고 이걸 이뤄냈을 때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왜일까?


아주 자세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책에서 유명한 철학자가 그랬단다. 인간은 행복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이다. 그 이유는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뤘을 때 잠깐 행복할 수 있지만 곧 다른 목표를 세우게 되고, 다시 반복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점점 지칠 뿐 행복이라는 상태를 유지할 수 없으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상태만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저 철학자의 말을 딱히 맞다고 하고 싶지 않지만, 내 턱걸이 역사(?)를 돌아보면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더 많은 턱걸이 개수를 갈망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목표로 하고 있는 10개에 도달하면 그 순간은 좋을지라도 또 다른 목표가 세워지고 다시 갈망하는 상태로 돌아가 버릴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고 해버리면 그건 너무 우울하다. 어쨌든 과거보단 '더 나은 나'가 유지되고 있지 않은가? 늘 잊고 사는 것 같은데 과거의 나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저 앞을 보느라고 지금의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들을 자주 놓치는 것 같다. 가끔은 좀 즐겨도 되지 않을까 싶다. 전진과 멈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은 써야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 운동은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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