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이라니

오늘은 히비스커스

by 김횡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는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프랜차이즈 카페 정도에서만 디카페인 원두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카페에서 디카페인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카페인 걱정 없이 밤에도 커피를 즐기세요.'


나도 디카페인 커피를 몇 번 마셔본 적이 있다. 역시 주로 밤늦은 시간이었는데 그렇게 몇 번 마시다 보니 의문이 하나 떠올랐다. 대체 나는 왜 이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걸까?


우리는 왜 커피를 많이 마실까? 대표적인 이유는 아마 피곤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원래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았는데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하였다. 출근해서 한잔, 점심 먹고 한잔. 보통 이렇게 두 잔 정도 마셨는데 많이 마시는 날은 4잔까지도 마셨던 것 같다. 덕분에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카페에서 줄 서있는 관경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나도 같이 줄 서 있으면서 직장 그만두고 주변에 카페를 차릴까도 고민했었다. 아무튼 이렇게 우리는 피곤하지만 버텨야 할 일이 있는 경우에 커피를 주로 마신다.


다른 이유를 찾는다면 또 뭐가 있을까? 커피가 맛이 있어서? 누군가는 그럴 수 있지만 아직까지 나에게는 약간은 미지의 영역인 것 같다. 맛있는 커피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내 개인의 취향이라는 게 있지만 그래봤자 신맛 나는 게 싫다는 거 정도이니 말이다. 아무튼 그래도 누군가는 맛으로 커피를 마실 것이므로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 중에 하나로 꼽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외에도 저렴해서 라거나 접근성이 좋다거나 등등의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아주 크게 보면 위의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자 이제 그럼 한번 생각해 보자.


대체 디카페인 커피를 왜 마셔야 하는가? 디카페인 커피는 디카페인이기에 당연히 각성효과가 없다. 그러니 쏟아지는 잠을 막아 줄 수 없다. 그렇다면 맛이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커피 맛을 잘 모르는 나지만 디카페인 커피를 마실 때마다 '대체 맛이 왜 이런 걸까?'라는 생각을 안 한 적이 없다. 실제로 카페인이 빠지면서 맛이 변하고 그 카페인을 빼는 공법 때문에 또 맛이 변한다고 한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맛에 변화가 거의 없이 카페인을 추출할 수도 있다고도 하는데 그런 기술이 보편적으로 쓰이기엔 아직 어려운 모양이다. 어쨌든 결국 맛도 보통의 커피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디카페인으로 바꾸려면 추가 비용도 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밤에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사실 위에 주저리주저리 써두긴 했지만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다고 뭔가 이상하다거나 그런 것은 당연히 전혀 아니다. 그냥 가만히 생각해 보니 뭔가 좀 아쉬웠다. 잠과 가까운 시간만큼은 뭔가 커피가 아닌 다른 것들을 마셔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카페인이 없는 음료들로, 주로 허브차 종류들을 좀 마시곤 했었는데, 최근에는 밤늦게 무언가 마실일이 생기면 그냥 디카페인 커피를 자주 마시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습관처럼 아니 버릇처럼 언제나 커피만을 찾고 다른 것들을 생각 못하게 된 게 아닌가 하는 그런 마음이 어디선가 생겨났다. 그래서 괜히 밤에도 마실 수 있는 디카페인이라는 거에 뭐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하게 즐길 수 있으면 그만큼 삶이 더 다양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런 의미로 오늘은 이 글을 올리고 오랜만에 히비스커스 차를 마셔봐야겠다. 커피 대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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