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 해석된다. 웬만해선 힘들다는 소리를 안 하고 잘 해결하는 터이므로 전화로 이렇게 얘기하면 무슨 일이 있어서 '엄마의 손이 도움이 될 텐데'이다.
"엄마가 이번 주 3일 동안 하루 3~4시간은 네게 쓸 수 있어." 했다. 작은 딸은 반색을 하며 아기랑 놀아 줄 시간이 될지 물었다. 이 말은 "엄마, 아기랑 놀아주세요"이다.
아, 마침 아기의 어린이집 등원이 시작되었고 그 시간에 맞춰서 아기 돌봄 전문가의 근무시간에 변동이 있게 되었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아기를 돌보는 일정으로.... 그래서 새로운 돌봄 전문가가 세팅되었다고. 흥이 나면 엉덩춤을 곧잘 추곤 하던 아기는 어린이집의 새로운 환경과 새 돌봄 전문가에 적응하는 기간이 되어 스트레스 수치가 꽤 높은 상황인가 보다. 그리고 새로 온 세 번째 아기 돌보미는 아기네의 개에 적응이 안 되어서 2주 후에 그만두는 걸로 의논해왔다는....
"엄마가 달려가는 걸로~"
"와~, 사실 아이가 좀 긴장을 해서 할머니랑 이모랑 시간을 보내면 나아질까 싶어서요." 했다.
그렇게 사흘간의 짬을 만들어 새아기와 놀기를 했다. 첫날은 긴장한 모습이 보였고, 둘째 날은 많이 눅어졌고 셋째 날은 편안해진 모습이 확실하게 보였다. 오랜만의 조우에도 아기가 할머니랑 이모를 익숙한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준 건가 보다. 남의 '개가 두려운' 도우미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하므로 오늘 그만둘 수 있게 하기로... 도우미에게 '남의 개는 나도 무서워서 충분히 그녀의 애로사항이 이해가 된다' 고 말을 건넸다. 배변 훈련이 아무리 잘 되었다고 해도, 매사를 아는 체하고 싶어서 따라다니는 개가 아기 돌봄 전문가에게 힘들지 않겠는가?
그리고 다음 주는 아기의 친할아버지께서 아기의 유치원 하원부터 돌보아주시기로 했단다. 그리고 다다음 주에는 처음에 수술로 그만두었던 아기 돌봄 전문가가 건강 회복 후 일을 찾는 중이고, 아기의 어린이집 하원후 시간에 맞춰서 근무시간 조절이 가능하여 다시 오게 되었다는 소식... 그이는 건강 회복 기간 동안에 아기가 보고 싶을 때에는 가끔 주말에 아기 부모의 시간을 만들어주고자 아기랑 놀아주곤 했었다. 두 번째 돌봄 전문가도 새 일터에 나가기 전에 아기가 세 번째 돌봄 전문가에게 적응하도록 가끔 들러주고 있었다. 고마운 돌봄 전문가 들이다.
문제는 오랜만에 아기와 놀기를 하면서 허둥대는 아기 외할머니에게 있었다. 아기가 먹을 멸치를 아기 멸치가 아닌 성인용 맛있는 멸치를 무쳐낸다든가, 쇠고기 구이를 아기용 부드러운 재료가 아니라 어른용 구이로 만들어서 다소 세다든가... 온통 실수 연발이다. 다행히 급히 만든 핑크빛 비트 물김치와 두유, 식혜를 좋아해서 체면을 조금은 세울 수 있었다. LA 갈비구이는 드세서 조용히 다시 가방에 넣어 집으로 가져왔다.
목욕은 어떤가? 아기 엄마의 퇴근 이후에는 아기가 엄마와의 분리불안증을 보여주며 매사에 "엄마랑 할 거야"를 서툴지만 분명한 발음으로 의사표현을 했다.
"목욕은 할머니랑 할까? "
의 내 제안에
"아니, 엄마랑 할까?"
로 답하는 두 돌짜리 아기를 아기 엄마는 거품을 풀어 마련한 욕조의 목욕물 위에 분수 놀잇감과 함께 놓았다. 잠깐 전화통화를 위해 아기 엄마가 자리를 뜬 것을 눈치챈 아기는 분수놀이를 팽개치고 벌떡 일어나며, "엄마랑~**'을 노래했다. 말을 배우는 과정이라서 성인들의 제안인 물음표로 아기는 대답한다. 그래서 '엄마랑 할까?'는 '엄마랑 할래!'의 표현이다.
급한 마음에 '할머니랑 씻고 엄마한테 가자'며 거품 아래 놓인 맑은 물로 머리를 감기고 몸을 씻겼다. 헹굼 중 들어온 딸에게 나는 거품 물아래 고인 물로 머리를 감기는 중이라고 했다. 욕실에서 탈출을 의도하는 아기가 눈이 매울까 봐 빠르게 안고 대강 씻긴다는 게...
"어, 비누 폼은 씻기는 데 쓰는 게 아닌데... 땀냄새 때문에 아기 비누로 해야 하는데... 제가 할게요."
하며 다시 아기 비누 폼으로 머리를 감기고 아기와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맑은 물로 헹구는 딸을 보며, 그동안 나는 새아기를 위해 전문 도우미 교육과 구청의 추가 교육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기 관련한 일은 온통 까맣게 잊은 것을 깨달았다.
작은 딸은 부엌의 그릇 설거지를 엄마가 못하게 했다. 식기세척기에 넣어서 돌리면 노동시간이 줄어든다고... 몇 개 안 되는 식기 외엔 플라스틱이나 세척기에 넣지 못하는 그릇들이 있는데 설거지를 일체 못하게 하니 그 또한 엄마는 불편했다.
엄마가 옆에만 있어달라며 베란다 청소도 못하게 했다. 베란다에는 탐이가 배설한 배설물이 놓인 기저귀가 있다. 친정엄마 입장에선 그곳을 청소해주는 보람이 필요한 데, 딸은 팔 한쪽을 오십견으로 일시적으로 못 쓰는 엄마의 노동이 싫다는 거다.
그까짓 거.. 집안일 도사인 엄만 베란다 청소쯤이야 한 팔로도 빠르게 할 수 있는데, 자잘한 일이 많은 딸이 죄다 자기가 하겠다니... 엄마는 어렵게 낸 시간의 보람이 또 줄어든다.
그렇게 다른 생각들로 5시간을 보내고 고단하게 돌아왔다. 아마도 아기가 학교에 들어가면 수월해질 텐데...
오늘은 두루미 집을 방문한 여우네의 우화를 실천한 날이다. 두루미가 정성껏 차린 병 주둥이 속의 음식을 혀로 먹을 수 없는 여우처럼....
마음껏 도와주지 못하고 우두커니 있다 돌아온 느낌의 엄마 표정을 읽어낸 작은 딸은 엄마가 집에 도착한 밤 11시 즈음에 전화를 했다.
"엄마, 난 엄마가 옆에 있어주면 그냥 좋아. 엄마가 너무 바빠서 자주 안 오니까.... (안 오는 게 아니라 딸아, 못 가는 거야. 엄마 일이 경영학 측면에서 투자 대비 가치가 낮다 하더라도 내겐 중요해) 내가 아기 볼 때 내 말을 들어줄 엄마가 옆에 있어주면 답답한 머리가 개운해져. 팔이 아파서 올리지도 못하는 엄마가 자꾸 집안일을 하려고 하면 내 마음이 많이 불편해서... 논문 작업 다 끝나면 나랑 우리 집 앞 유명한 정형외과에 치료하러 다니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