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주변이 자주 가렵다. Covid 19로 3년을 오롯이 마스크를 상용하는 시절이지만, 앞에 서서 발표
를 하거나 식사를 나누는 자리가 있는 날엔 맨 얼굴을 드밀 용기가 없어 화장을 하게 된다. 본인이야 맨 얼굴이 편안하지만 곱지 않은 나이의 맨 얼굴로 대화를 나누기에는 다소 성의가 없어 보일 때.
작년 어느 날엔가 마스크를 종일 착용해야 하던 날 발표할 일이 생겨서 화장을 했다. 그리고 화장한 상태로 온종일을 보내고 돌아온 밤부터 얼굴이 가렵기 시작했다. 발그레해지며 피부가 점점 두꺼워진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겠지 하는 기대에 가벼운 마음으로 화장수만 발라주며 일주일을 보냈다.
기한 내에 마칠 원고에 눌려서 피부과 방문을 미룬 탓에 아주 비정상적인 상태로 소나무 껍질처럼 단단해져 가렵고 아프다. 동시에 둔한 느낌의 얼굴 피부는 결국 피부과 치료를 여러 차례 받고서야 부드러운 피부로 회복되었다.
모공을 화장품과 마스크로 막아서 생긴 일이라 하였다. 어설프게 선무당 노릇할 게 아니라 전문가에게 귀를 기울였어야 했는데...
작년부터 자주 목 주변과 얼굴 여기저기가 마치 아토피를 앓던 손가락 피부처럼 가렵고 따갑다. 다행히 마스크 착용 시대라서 화장을 오래 하지 않았으니 외부자극없이 순한 반란일게다.
인터넷 검색 결과에서 나이가 들면 목과 얼굴, 눈 주위의 얇은 피부에 사마귀나 쥐젖, 작은 물혹 등 피부 트러블이 생겨난다는 정보를 확인했다.
정기적인 피부 관리를 내려놓은 지도 8년째이다. 큰딸과 1+1으로 생활하기 전에는 정보를 곧잘 나누어주는 지혜롭고 즐거운 후배 덕분에 매월 적은 (?) 지출로 피부과의 도움을 받아 깔끔하게 정돈된 얼굴 피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점점 부풀어 오르는 나이에 긴장하기 시작한 내게 압구정 소재 단골 피부과 동행을 권했었다.
"언니, 일하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얼굴 피부가 젊어 보여야 해요."
아. 사마귀...
요즘 자주 컴퓨터나 핸드폰에 편평 사마귀나 쥐젖 등 피부 트러블을 연고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며 예쁜 여배우가 웃는 얼굴로 자신 있게 권유하는 팝업창이 자주 올라왔었다.
비슷한 피부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이 많나 보다. 연고가 어떤 게 좋을까 잠깐 검색하는데 인상 좋은 여배우들이 여럿 등장하여 각기 다른 연고제를 광고 중이라 또 결정장애가 온다.
부작용도 있을 수 있고, 광고처럼 바르기만 하면 금세 해결될지도 알 수 없다. 피부과 내원이 가장 좋을 듯한데...
많은 피부과 병원들이 에스테틱 관리라는 이름으로 고액 피부관리 프로그램에 열중한다. 하여 일반 소소한 피부 트러블을 호소하러 온 환자에게는 대기시간이 만만치 않다.
나는 큰 아이가 자가면역저하 주사를 맞기 시작하면서부터 소독 문제에 특별히 신경을 쓰게 되었다.
알코올을 큰 병으로 사서 책상 주변이며 손가락이 자주 닿는 콘센트나 조명 스위치 등을 닦아낸다. 더구나 COVID 19로 도처에서 알코올을 이용한 손 소독이 일상화되면서 더욱 친알코올 사고로 전환되었다.
큰딸은 병원 외래진료를 받고 귀가 후에는 밖에서 사용했던 물품들을 알코올 솜으로 닦아주곤 한다. 알코올을 이용한 손 소독 후에는 덩달아 수분 발산 부작용이 있으니 세면대에 들러 물로 닦은 후 손 로션 바르기도 중요하다.
우리 집에서는 특히 냄새에 민감하여 메스꺼움과 울렁거림이 잦은 딸을 위해 양조식초 큰 병을 한꺼번에 여럿 구입하여 과일 야채 소독에 사용한다. 반창 통뿐만 아니라 쨈 등 을 담는 빈병 소독에 양조식초와 소주 소독은 아주 요긴하다. 이렇게 알코올과 양조식초, 소주는 큰 아이의 심신 회복을 위한 간호가 시작되면서 우리 집에서는 필수 제품이 되었다.
나는 이번에는 목의 가려움증 해결을 위해서 내게 친숙한 식초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일하는 짬짬이 목을 긁게 되는... 일단 신경 쓰이는 가려움을 멈추도록 곧장 부엌으로 가서 사과식초를 찾아 접시에 1Tb 스푼 양으로 담았다. 그리고 양념으로 준비해둔 냉장고 안의 간 양파를 꺼내서 2tb 스푼을 섞었다. 이렇게 간편한 방책이라니...
하루 최소 4회를 탈지면에 찍어 도포하라니까 식초와 양파 냄새를 퍼내지 않도록 잔잔한 외출이 없는 오늘을 선택하기로.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시간 아끼고 컴퓨터 작업하면서 가려울 때마다 발라줄 생각을 하니 마음이 가볍다.
컴퓨터 스크린에 띄워진 논문 자료를 보는 중에 거울을 힐끗거리며 탈지면에 식초와 양파 섞은 물을 적셔서 목의 가장 가려운 부분에 좁게 발랐다. 시원해지면서 느낌이 괜찮다. 머뭇거림 없이 다시 가려운 목 주변을 골고루 탈지면으로 여러 번 반복해서 시원하게 양파 식초액을 펼쳐 발라주었다.
신기하게도 목 피부의 가려움이 금세 멈췄다. 잠시 후 약간 따끔해졌다. 치료되는 과정일 게다. 하루 4회라고 했었지... 그러고 보니 얼굴도 자주 가려웠는데... 목 부작용을 관찰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않은 상태에서 거울도 보지 않고 얼굴의 가려운 부분에도 추가로 발라주었다.
그리고 서류 작업을 마무리했다.
사과 식초와 양파즙 도포 후 30분쯤 지났을까 다소 따끔거려서 동그란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보았다.
오, 마이...
얼굴이 얼룩덜룩했다. 목에도. 마치 붉은 점을 온 얼굴과 목에 두르고 태어난 아기처럼.
처음엔 멍해서 이게 무슨 상황일까 했고, 그다음 식초가 '산성'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부엌으로 가서 확인하니 병 앞에 < 2배 사과식초>로 씌어있다.
인터넷에서 물 희석이라든가 실천방법을 좀 자세히 읽어보았어야 하는데... 재료만 훔쳐 읽고 혼자 감격해서 급행으로 실행한 무지 탓이다.
남의 편은 내 얼굴을 보고
"식초 원료가 초산인데 그걸 몰랐어?"
"얼굴에 식초원액을 발랐다고?"
" 아이고! 피부과에 빨리 가봐"
3단으로 날렸다. 매번 영양가가 없다.
돌진형은 남의 편이고, 나는 신중하다는 평을 듣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가끔 이런 급행 사고도 병행한다.
이게 뭔가? 집 앞에 있는 피부과를 놓아두고 방콕족으로 지내느라... 시간 아끼려다 시간을 더 내놓아야 하는 일을 만들다니... 다음 주 약속은 어쩐다?
마침 냉장고 속의 화상 대비용 <알로에 젤>이 떠올랐다. 일종의 화상이려니 먼저 세수를 하고 알로에 젤을 얼굴과 목에 잘 펴 바르고 거울을 보았다. 여전히 얼굴 반쪽이 붉은 색상의 둥근 반점으로 얼룩덜룩하다. 목은 온통 홍반이다. 알로에 젤이 건조해진 다음에 두 번 정도 더 바르고 기다렸다. 수분이 천천히 발산되게 병원처럼 거즈를 덮어야 하나?
어린아이들도 아니고 어른이 그것도 이 나이에 저지른 사고치고는 참...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엔드 (happy end)이다. 저녁 무렵엔 완전히 회복된 얼굴과 목을 보며 남의 편도 큰딸도 덩달아 안도했다.
"다행이네. 그러니까 미리 병원을 가지. 왜 병원 가기를 미루나?"
남의 편은 한 문장 더 거든다. 화장에 관심을 거둔 큰 딸의 피부관리와 부엌을 맡은 남편의 잦은 손가락, 손등, 팔목 화상에 대비해 한꺼번에 4개를 구입해서 냉장고와 각 방에 놓아두고 상용하는 알로에 젤은 가격도 저렴하다.
거칠어지는 딸의 팔과 다리에 자주 발라주어도 수분 제품이라 싫어하지 않고, 부엌에서 냄비나 프라이팬, 다리미를 사용하다 순간 손가락이나 팔목을 데는 선수들인 남편과 딸에게 반복해서 발라주면 금세 피부가 진정이 되고 화상에서 회복된다.
물론 가벼운 화상 정도일 때에 해당되는... 화상이 심하면 즉시 병원 처치를 받는 게당연하다.
Stupid!!!
오늘 이러한 무지한 소동을 해피엔드로 마무리해주신 God에게 감사했다. 그 와중에 알로에젤을 냉장고에 비치한 나의 지혜에도 살짝 윙크를. 그리고 위기상황에서 알로에젤을 머리에 떠올린 자신에게 또 윙크하면서 놀라서 자책했던 마음을 다독거렸다. 이런 정도의 일로 다시 우울해지지 않기.
어쩌면 이렇게 단순 사고를 만들게 되는지...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전해 들은 나도 이해하기 어려웠을 일을 나는 가볍게 저지르고 화들짝 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