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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llara Feb 11. 2024

말티스 종 '수리'의 소통 방식

수리의 도덕적 권리


그리스시대부터


그리스 철학자이자 플라톤(기원전 424~기원전 347년)의 제자이며 알렉산드로 대왕의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기원전 384~ 322년)는 의사 가문으로 생물학 영역에 관심이 컸다.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함께 그리스의 3대 학자로 손꼽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 철학이 현재의 서양철학의 근본을 이루는 데에 이바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제자인 알렉산드로 대왕의 도움을 받아 도서관을 만들고, 대왕이 세계원정 중 보내온 동물을 모아서 세계 최초의 동물원을 만들었다.  동물을 연구한 그는 동물보다 인간 우위의 특징으로 '이성'을 주장하며, 인간과 달리 '동물은 이성이 없이 본능에 따르는 존재이므로 권리가 없다'라고 보았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한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는 철학자, 수학자, 과학자로 중세를 벗어나는 결정적 동력을 제공하여  '근대철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런 그도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므로 동물보다 우월하다.'  하여 인간의 우월성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에 동조했다. 심지어 고양이를 창밖으로 내던져서 나는 고양이의 울음을 기계적 반응으로 결론지으며 동물은 정신이 없고 고통도 못 느낀다고 비하한 것으로 전해진.   


17세기 영국 계몽주의 철학자인 존 로크(John Locke, 1632년~1704년)는 '동물에 대한 불필요한 잔인함은 윤리적으로 잘못이며, 짐승을 괴롭히고 죽이는 관습은 인간에 대한 마음도 비정해질 것이므로 동물학대는 금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공리주의 그리고


18세기 영국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은 '동물이 인간과 같은 수준의 고통인지능력이 있음'을 주장한다. 이후 공리주의 철학자들의 동물복지에 대한 연구가 이어졌으니 동물복지에 대한 구체적 이론은 공리주의 덕분에 시작된 셈이다.


 Australia 출신으로 호주 Melbourn 대학교와 영국 Oxford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U.S.A.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인 Peter Singer (1946~)는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동물의 권리를 주장해 온 공리주의자이다.  P.Singer는 생명윤리를 전공한 철학자로 1975년 첫 출간한 저서 <동물해방 Animal Livberation>을 통해  동물권에 관한 논의를 촉발시킨 공이 크다.  



2022년 성균관대학교 석좌교수로 초빙된 적이 있는 P.Singer는 행복이나 통을 느낄 수 있게 신경계가 발달한 생물체가 인간에 비해 차별받을 근거가 없으므로, 동물의 불필요한 고통을 배제할 것을 주장한다. 이어서 복지형 축산을 강조하며,  특히 동물실험을 강력비판하고 있다.


P.Singer와 함께 20~21세기의 동물복지주의자이자 대표적인 동물권자로 U.S.A.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교수를 역임한  Tom Regan (1938~2017)  《동물권에 대한 사례 The Case for Animal Rights》를 출간했다. 이 저서에서 그는  '모든 삶의 주체는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도덕적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고 동물의 권리를 주장했다.


 이와 같이  P.Singer T.Regan의 동물 주장은 현대 동물권 이론의 기초가 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오늘날  인간과 동물 유대관계를 연구해 온 국제기관들과 학자들은 인간과 동물과 자연이 하나의 건강, 하나의 복지(One health,  One Wealth)로 이어짐을 강조하고 있다. "자연이 파괴되어 건강하지 않은 곳은 그곳에 서식하는 동물의 건강이 악화되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건강도 악화된다"로 설명된다. 즉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의 관계가 이어져 있음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수리의 소통 의지


 유기견으로 하울링과 식탐이 난감한 상황이던 말티스  '수리'는 우리와 1년을 함께 생활한 후 눈빛과 발짓 그리고 입모양 만으로 우리 집 구성원의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치료도우미견이 되었다. 말을 하지 않고도 몸짓 즉 바디랭귀지(body language)만으로 반려인들과 소통이 될 수 있게 표현한다.


누군가가 서재에서 컴퓨터 작업 중이면 새벽 몇 시 건 간에 방 입구나 책상 옆의 쿠션 위에서 다소곳이 기다려준다. 덕분에 어둠에 대한 겁이 많은 엄마조차도 5kg도 채 안 되는 조그마한 수리 덕분에 안심하고 새벽까지 서재에서 원고 쓰기에 집중할 수 있다. 건강을 회복한 수리 덕분에 우리 가족도 더불어 심신이 건강해진 셈이다.
        

 *가족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수리



지난여름 여행가방을 서울 안방 문 뒤에 세워둔 채 부산으로 강의차 내려간 엄마의 부주의로 예정에 없이 큰딸이 가방을 챙겨  밤에 부산으로 내려온 적이 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올라갔지만 수리는 혼자 밤에 남겨진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나 보다.


홀로 12시간쯤을 집에 남겨진 반려견 '수리'는 반려인인 누나에 대한 불만을 '부엌 어지럽히기'로 표현했다. 낮은 곳에 있던 3kg 설탕 포장비닐의 일부를 입으로 뜯어서 설탕을 바닥에 쏟아놓았다. 처음 있는 일이다. 속상함을 충분히 표현해서 우리에게 전달된 케이스이다.


*누나 외출 시 수리는 재활용 비닐통 어지럽히기



확실히 데카르트의  "동물은 정신이 없고 고통을 못 느낀다"는 판단엔 공감하기 어렵다.


개나 고양이는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반려인들의 행동에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전달할 줄 안다. 적어도 자신의 '권리 주장하기'와  '소통'이 가능하다. 우리가 외출을 위해 외투 등을 입거나,  가방을 꾸리면 개들은 금세 우리들의 외출을 짐작하고 '홀로 남겨짐'을 염려한다.





*노견 럭키, 랄프와 천문대 부근 반려견입소허용 숙소에서










1997년 크리스마스에 첫반려견으로 시드니에서  3kg 몸무게의 요크셔테리어 '럭키 Lucky'를 만났디.  크기만 작을 뿐 19년간 셀티 'Ralph'와 비슷한 방법으로 우리들의 외출에 동행을 원하고 있음을 표현했었다. 그때는 럭키처럼 영특한 강아지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어하며, 온가족이 럭키에게 홀딱 빠져있었다. 


2005년부터 9년여를 함께 한 셀티(미니 콜리 외양의 Shetland Sheepdog)는 체중이 9 kg 정도 되었다. 셀티인 '랄프 Ralph'는 가방 손잡이를 붙들고 두 발로 서거니 가방 앞에 드러눕는다. 심지어 가방 안에 몸을 누이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만 집에 남겨지는 것이 부당하다고 이리저리 서둘러 달려보는 등 몸짓으로 말했다. 자신의 리드줄을 물고 자신도 외출에 동참하고 싶다는 의지를 충분히 표현했다. 동물 숙소의 케이지에 담겨 반려인이 돌아올 때까지 갇힌 채 머무는 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2018년에 만난 '수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과나 찐 고구마, 오이와 당근 등의 냄새를 맡으면, 우리에게 나누어줄 것을 요청한다. 특별히 예쁘고 다소곳한 포즈로 특식을 먹을 준비가 되어있음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우리가 못 본척하거나 외면한다는 생각이 들면, 나지막이 두어 번 짖거나 두 발로 서서 애타는 관심을 표명한다. 또, 바짝 뒤따르다가 우리들의 슬리퍼 자락에 조그마한 발 일부가 눌리면 아픈 정도에 따른 반응을 다르게 표현한다. 별로 아프지 않을 땐 그냥 참아본다. 많아 아플 때면 발을 들어 올리며 낑낑거려서 둔하게 인지한 우리에게 알린다.


"수리야, 몰랐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많이 아팠구나"


그럴 땐 수리는 자신의 간식 그릇이 놓여있는 부엌입구의 낮은 책장 앞으로 달려간다.

"그렇게 미안하면 대신 저 위의 내 간식을 주세요."

이다.


적어도 반려견들은 자신의 삶의 주체로 삶을 주관하고 있고, 고통인지능력도 인간과 유사한 수준이다. 자신의 식탐 본능에 대해 상황에 따른 절제노력도 수준급이다. 우리들의 말을 무시해도 되는 순간과 잘 보여야 되는 순간을 아주 잘 판단한다.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는 '수리'는 주어진 범위 내의 질서를 잘 지키고, 대소변 가리기도 뛰어난다. 단 자신의 기대에 실망스러운 반려인들의 낮 동안의 외출에는 따돌림당한 데 대한 섭섭함이 있다.


또, 시간 길이에 따라 저지르는 심술표현도 다르다. 심지어 혼자 남겨지면 안방 구석에 놓인 모자를 담아둔 모자상자에 소변을 뿌리기도 한다.  문을 잘 닫아두어야 하는데 자꾸 잊어서 시드니에서 가져온 애꿎은 모자상자가 수리의 응징을 당한다.


우리들의 방 안에서 키운  27년에 걸친 반려인의 경험을 토대로 할 때 반려동물도 '희로애락을 느끼고 표현함'은 선행 연구자들의 연구결과에 일치한다. 따라서 불가피한 단백질 섭취원으로서의 육식습관과 별개로 동물의 불필요한 고통 배제를 위한 사람의 노력은 당연하다.


반려동물과의 오랜 세월을 통해서 우린 관찰하고 경험한 바를 토대로 대학원시절 내내 찾아 읽었던 해외 동물학자들과 동물매개심리치료 연구자들의 논문들에서 제시된 동물의 도덕적 권리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자료출처

1.아동의 문해력 향상을 위한 Reading dog. 동문사. 2023.

2.인간과 동물. 동일출판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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