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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llara Jan 29. 2024

마법사가 된 반려견

누나를 일으켜 세우다


몸무게 3kg의 마법사


"엄마,

'수리 Suri'는 내가 '쉬'하고 들어오라 했더니, 나를 연신 돌아보며 배변패드 있는 데로 간다.

내가 따라가니까 쉬 해놓은 패드를  입으로 가리키고 나를 올려다봐."


"???"


" '누나!

나 여기 조금 전에 했다고.

패드에 노란 자국 보이지?

이제 나는 침대로 가도 되는 거지?'

하는 것 같이.


자기 생각을 확실하게 내게 전달하네.

넘 영특해. 귀여워~** "


"네 생각...

 아닌가?"


"아니,

엄마, 진짜 '수리'는 사람처럼 말을 해,

몸짓으로 다 표현한다. 내가 지체 없이 알아듣게.

넘 귀여워"



*욕실청소도구를 거실로 들고 온 '수리'



'수리'의 눈빛과 작은 몸짓에  큰딸 입에서 하루에

'넘 귀여워.'

가 몇 번이나 나오는지 한번 세어볼 일이다.


'수리'의 반짝거리는 눈빛과 걸핏하면 두 발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인사  덕분에 옆지기도 딸도 종일


"우리  '수리'는 참 영특해."

"우리  '수리'는 넘 귀여워."

"꼭 사람 같아."

"'수리'는 예뻐하지 않을 수가 없어"


를 노래한다.









큰누나를 일으켜 세우다


'수리'는 실내에서 움직일 때면, 발소리도 안 나게 가만가만 걷는다. 가끔 빤히 쳐다보며 반려인들의 행동을 판단한다. 요란한 노력도 없이(사실 반려견은 반려인들의 심기 파악을 위해 그 작은 머릿속 지혜를 총동원하며 혼신의 힘을 쏟는다).


그저 말간 눈망울 마주침 만으로 겨우 3kg 몸무게의 말티스(Maltese)종 '수리'는 우리 집에 행복을 스프레이 spray처럼 뿌리는 하얀 마법사다.


하이얀  '수리'는  입양된 후 1주일도 안되어 그동안 늘 침대에 누어서 종일 약을 세어가며 먹고 잠들어있던 Sleeping Beauty 누나를 일으켜 세웠다. 산책은 반드시 '큰누나와 함께'였다. 아기오리처럼 큰누나만 졸졸 따라다니니 별수 없다.


그렇게 낯빛이 파리한 누나를 햇살아래 동반산책으로 이끈 '수리'는 우리 가족에게 희망을 가져다준 보물이다.


밝은 햇살아래 '수리'가 앞장서고, '수리'의 보호자인 큰누나가 뒤따르면, 나는 큰딸의 보호자인 엄마로서 뒤를 따른다. 영락없는 오리행렬이다. '수리' 덕분에 두 여자의 햇살아래를 거니는 일이 규칙적이 되나 보다.


세상에 어느 누가 자기 오줌똥도 못 치우는 형편에 우리 가족에게 이런 행복감을 매일 선물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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