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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큰누나에게 반했어

by 윤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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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살 된 도자기 벽시계



[슬기로운 의사생활 ] 드라마가 끝나고, 엄마는 큰누나랑 서로의 컴퓨터에 시선을 붙이고 '읽기 도우미견 관련 선행 논문들의 번역 오탈자를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사이좋게 안방 침대에 몸을 뉘었다. 오늘은 다른 때에 비해 두 사람 모두 하루를 일찍 마무리한 셈이다. 오늘의 마감이고 내일의 시작을 향해 스물두 살 된 벽시계의 두 바늘이 자정을 향해 바로 섰을 때 누나 엄마는 누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만 '넌 내게 반했어'를 '난 네게 반했어~'로 바꿀래~**"


"이렇게 예쁘게 성장한 딸이 여전히 옆에 있어주니

말할 수 없이 고맙고,

자다가도 보드라운 딸의 손을 잡을 수 있어서 고맙고 ,

아기처럼 편안하게 자는 네 숨소리가 벅차게 고맙고

말을 잘 들어주는 환자라서 고맙고,

이렇게 잘 회복해 주니 고맙고,

많은 약을 지겨워하지 않고 잘 챙겨 먹으니 고맙고,

엄마를 신뢰해주니 고맙고,

건강 상태를 의논해 주니 고맙고,

엄마에게 인생의 목표를 만들어주어서 고맙고,

요즘은 식사를 잘하니 고맙고,

요즘은 참새처럼 재잘대어서 고맙고,

엄마의 온갖 히스테리를 다 품어주니 고마워~**.


엄마가 내 딸 덕분에, 노년에 떼 복을 누리는 중이네."


맞다. 하나도 틀림없이 모두 맞는 말이다.


사실 착하고 또 착한 큰누나는 누나 간호로 자주 주저앉곤 하던 엄마의 양극 장애에 가까운 갱년기 짜증을 모두 품어주어서 엄마는


"엄마가 미안해~"


입에 달고 산다.


나, 말티스 ' 수리'는

이렇게 착한 우리 큰누나가 날마다 날마다 행복하도록 센스 있게 나대며 더불어 행복한 심리치료도우미견이다.


[나도 날마다 날마다 우리 큰누나에게 반했어~**]이다.

2년째 지구를 점령한 코로나 감기가 싹 사라지고, 큰누나와 함께 아이들의 기쁨 가득한 얼굴을 맞이하러 교실에 입장할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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