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은 한 대만
*나팔 수선화(Daffodil)(4월 3일 탄생화, 꽃말: 존경)(출처: 꿏나무애기 Band)
누나네 엄마와 아빠는 '사회 규범은 잘 지켜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특히 엄마의 사전에는 '과속 운전'이란 단어는 아예 없다. 엄마는 속도제한 '60km'는 '60km 미만'으로 이해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제한속도 '60km' 표시를 '60km 이상 70km 이하'로 이해한다. 신호등 철저히 지키기'도 필수조건이다.
가끔 아빠가 운전 중에 신호등에 걸려있는 노란 불과 빨간 불 사이를 지나면 엄마의 얼굴이 굳어진다. 가끔 누나네 아빠는 엄마의 그런 부분이 불편하다. 서울에서 신호등의 노란 불빛을 보고 감속하며 정지선에 멈춰 설 준비를 했을 때, 뒤차가 빠아앙! 소리를 내며 화를 내고 추월해서 더 위험했다는 것이 아빠의 의견이다.
엄마도 뒤차의 매너 없는 추월로 인한 사고 위험은 동의하지만...
'그래서 노란 불을 보면서 엑셀을 더 밟아서 교차로를 빨리 통과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엄마의 운전습관은 대체로 규칙을 잘 지키는 사회에서 오래 운전을 했던 탓일 수도 있다.
하여, 누나네 엄마는 집안의 에어컨 1대 켜기를 권장하는 절전 정책 국가의 시책을 적극적으로 따른다. 낮에는 에어컨을 아예 안 켜고 세수와 샤워, 그리고 얼음 수건으로 체온을 조절한다, 에어컨이 방마다 달려 있는데도...
열대야에는 안방에만 에어컨을 켜고, 랄프와 럭키도 엄마. 아빠 그리고 누나랑 안방에 모여서 잠을 자는 거다. 또, 여름밤 기온이 아주 높은 날에는 아빠랑 누나에게는 잠자리에 들기 전, 욕실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 수영장처럼 몸을 담갔다 나오기를 권한다.
누나네 아빠는 '패스', 큰 누나는 '오케이'...
큰누나랑 엄마만 물속에 들어가기를 실천한다. 엄마는 결혼한 작은 누나에게도 이 비법을 전달했다.
재활센터 수영장처럼 욕실의 미지근한 물에 잠시 몸을 담가주면, 체열은 물에 날아가고... 시원해진 피부 덕분에 밤에 잠을 잘 때도 쾌적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그러면 열대야 더위도 견딜만하다고... 성공적인가 보다. 누나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걸 보면.
가끔 엄마는 신선식품에 따라온 아이스팩을 얼려두었다가 타월에 말아서 각자의 침대 위에 놓아주는 열대야 극복 비법도 사용한다. 물병 얼리기는 냉동실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납작한 아이스팩 얼리기가 더 효율적이라는 엄마의 의견에 온 가족이 협조 중인 여름이다.
뉴스 시간마다 이미 정전사태로 온통 까매진 아파트 단지들의 동영상을 속보로 내보내고, 예비전력량을 온 국민에게 알리며 전열기구 사용을 자제해줄 것을 호소하는 정부의 알림을 전하고, 아파트 전체의 정전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하루 한 번은 아파트 관리실에서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호소 방송이 이어지는 중이다. 엄마네는 방마다 설치되어 있는 에어컨을 놓아둔 채, 대표 에어컨 한 대만 켠다. 그래도 에어컨을 켤 수는 있으니 다행이다.
랄프가 견딜만한 상태라는 소식에 안도의 숨을 내쉰 엄마는 힘들어하는 랄프를 향해 아예 고정으로 선풍기를 틀어주었다. 대신 랄프가 힘들지 않게 회전으로....
하루에 두 번은 랄프를 안방에 옮겨주고 벽걸이 에어컨도 가동했다. 랄프 덕분에 가족들도 에어컨 덕을 더 자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큰 누나는 동물 병원에서 준 랄프 약을 사료에 섞어서 열심히 먹였다. 아빠는 랄프가 좋아하는 통조림 사료를 골고루 부지런히 사 왔다.
랄프랑 더 지낼 수 있다 하니 음울하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마치 랄프의 암이 완치라도 된 듯, 집 분위기가 밝아졌다. 그동안 살찌면 다리의 관절염이 덧날까봐 통제하던 랄프의 기호품도 ‘행복하게 먹이기’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랄프의 체중이 급속히 빠지기 시작했다.
누나 엄마는 소파 뒤에 둘둘 말아져 길게 누워있는 카펫에 눈길을 주었다. 엄마는 랄프가 훨씬, 훠얼씬 중요하므로, 카펫이 소파 뒤에 처박혀 있는 것쯤이야 오래오래 아무렇지도 않다. 아니 소파 뒤에서 카펫이 나오지 않아도 좋다. 랄프랑 럭키랑 더 오래 살아갈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