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는 여기저기 방울방울

그렇게 쇠약해지면

by 윤혜경
img.png

*작은 누나의 결혼식에서 결혼반지를 목에 걸고 꽃길(웨딩 로드 Wedding Aisle)로 랄프 입장



온 가족이 랄프가 환견이라는 데만 충격이 커서 랄프의 소변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만 마음이 쏠렸다.

건강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생각하지 못하고... 8살 된 랄프는 참으로 든든하고 의젓할 뿐만 아니라, 커다란 덩치와 달리 눈빛이 선해서, 보기만 해도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는, 여간 온순하고 수줍어하면서도 아이들을 좋아하는 반려견이다.


안락사 전에라도... 랄프가 소변을 편히 할 수 있도록,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들은 번갈아가며 아침. 점심. 오후. 저녁 그리고 자정까지 랄프가 좋아하는 풀밭으로 데리고 나갔다. 밖에서 소변을 편하게 충분히 하는 랄프의 줄어드는 생에만 초조하여서...


그렇게 주 1회 통원치료를 다니면서, 수술 후 한 달이 지나니 랄프의 소변 습관이 안정이 되어 가나보다. 하루 종일 질질대던 소변이 8회쯤으로 줄어서 밖에서 5회, 실내에서 2-3회 하였다. 랄프는 여전히 실내에서는 될수록 소변을 안 하려고 애쓰는 습관이 여전하다. 비록 질질 새지만, 조절하지 못하는 소변을 하고서 눈치 보는 측은한 모습이라니...


가족들의 이웃 눈치 보는 스트레스도 줄일 겸 다시 랄프를 베란다의 하이얀 배변패드에 소변을 볼 수 있게 칭찬 요법으로 연습을 시도했다. 소변을 볼 때마다 '랄프'에게 '상품'으로 말린 쇠고기 간식을 주는 '긍정적 강화' 훈련법이다.


뒤뜰에서 갈기를 날리며 '왕복 달리기'를 즐기던 멋있는 랄프가 아프다, 많이.


누나랑 엄마랑 아빠랑...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황사 먼지 날리는 날에 마스크 쓰고 외출할 때'처럼 가슴이 답답하다. 해가 떠오른 아침인지, 해가 지는 오후인지 혼란스러운 오후 5시처럼 아주 막막한...


베란다의 흰색 타일 위에 떨어지는, 랄프의 핑크빛 물방울의 수가 점점 늘어났다. 색상은 처음 동물병원에서 보았던 옅은 핑크 빛보다는 조금 더 진한 핑크 빛으로 선명해졌다.


이젠 마루에도 방울방울 떨어져 있다. 그리고 랄프는 조금씩 수척해지고...


img.png

*랄프가 살던 거실의 겨울 그림


랄프는 거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철망 울타리를 두르고 그 안에 있게 했다. 누군가 계속 랄프와 함께 있기는 어렵고... 더운 여름과 노란 은행잎이 떨어지는 가을이 가고 겨울이 지나는 동안 랄프와의 시간은 그렇게 지나갔다. 랄프의 소변은 다시 자주 새어 나오고...


랄프는 전혀 소변조절이 안 되는 자신의 몸에 채워진 기저귀를 있는 힘을 다해 물어뜯고, 분해하고,

엄마와 큰누나는 거실의 소변을 열심히 닦고 또 닦고...

엎드려 있던 랄프는 가족들이 옆으로 지날 때마다 널브러진 몸을 일으켜 반가움을 표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새해를 맞이하고 아직 겨울이 머물고 있는 시간에

누나네 아빠는 젖은 음성으로 작은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keyword
이전 18화닦고 또 닦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