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심리 치료하기

동심으로 희망 만들기

by 윤혜경

*동백 (4월 29일, 12월 10일 탄생화, 꽃말: 매력, 고귀함)(출처: 꽃나무 애기 Band)


매 분기마다 여성발전센터의 강좌는 수강생을 모집한다. 전업주부들의 취업을 장려하는 자격증 강좌들은 대체로 3개월 코스의 1분기 길이로 마무리된다.


3개월마다 수강비용과 자격증 발행 비용을 민간협회들에 적지 않게 지불하고 단기간에 습득한 다양한 자격증을 들고 나와 숙련된 강사기 되기까지 일자리에 앉기가 쉽지 않다. 운 좋게 주 1회 1~2시간 강의를 시작한다면 처음에는 노령연금보다도 적을 수 있는 월수입이 기대된다.


그렇게 주 당 며칠 몇 시간으로 늘려내면서 그들의 기술이 연마되어 가사와 자원봉사, 프리랜서 직을 겸용할 수 있다. 어쨌건 시간과 뜻이 있는 경력단절 여성은 서울시 예산 지원 덕분에 할인된 3개월 코스 비용을 내고, 취미활동으로 다양한 강좌를 들을 수 있다.


그중 마음에 와닿는 자격증이 있다면 자격증 신청비용을 3개월 교육비와 비슷한 액수를 지불하고 취득하여 자신의 남은 여생의 진로를 계획할 수 있는 유용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이다.


강좌를 훑어보던 큰누나는


"전학 다니느라 미술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데... 미술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궁금하다."


했다. 그렇게 이번엔 모녀가 세 번째 심리치료로 미술심리치료를 선택했다. 이름하여 미술심리치료상담사 자격증 과정이다.


자격증 과정이라지만 웃음도 동화구연도 미술도 예비 치료사들인 자격 신청자 본인들부터 수강하는 과정에서 치유가 된다. 서로 자신의 눌린 마음을 열고, 한 줄씩 꺼내어 수업과정으로 사례 발표를 하고, 치료방법을 배워간다.


그동안 외면하고 애써 묻어둔 자신들의 약점(?)으로 오인한 상흔을 꺼내어 솔직하게 대면하는 방법은 개방시대의 큰 변화이다. 자신의 미술 작품을 통해서 고여있던 마음을 분석하고 얼굴 톤이 맑아지곤 한다. 서로 학생이 되고 교사가 되어 상처를 살랑살랑 헹구어주면 그 단점이 장점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크레파스, 물감, 포스터 칼라, 밀가루, 전분, 청자토, 백자토, 풍선, 화장지롤 심지, 가위, 풀, 색종이, 꽃잎, 나무, 부풀어물감, 반짝이풀, 도자기 초벌 컵에 그림 그리기, 잡지, 신문지, 공, 기타 낯선 재료들 등 아주아주 오랜만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시절의 미술시간을 떠올리며 접고, 자르고, 칠하고, 찢고, 붙여서 작품들을 만든다.


이후 큰누나네가 의욕이 앞서 신청한 미술치료 심화과정은 빡빡하다 못해 기진할 정도로 일정이 힘겨웠다. 더구나 종일 앉아있는 자세는 큰누나의 손발 저림 증세를 심화시키곤 했다. 엄마는 양털 방석을 준비해서 누나의 의자 위에 얹어주었다. 창백해진 얼굴의 큰누나는 일정 중 자주 일어나서 복도를 걸어 맨 끝에 위치한 화장실에 가서 손을 비누로 닦곤 했다.


엄마의 가슴에 있던 심장은 다시 강의실 문이 열리고 그 사이로 누나의 얼굴이 비칠 때까지 엄마 머리 뒤통수에서 뛰곤 했다. 눈치가 보였지만, 더 이상 앉아서 기다릴 수 없는 엄마가 조용히 일어나서 큰누나를 뒤따르는 일도 종종 있었다.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중에도 엄마의 눈앞에는 밖으로 조용히 나간 누나가 곧 복도에 쓰러져 있는 환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곤 했으므로. 큰누나가 변기에서 일어나다 의식을 잃은 이후로, 엄마는 누나의 손을 잡고 길거리에 걸어가는 중에도 눈앞에 누나가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환영이 공중에 펼쳐지는 걸 눈을 감고 고갤 흔들어 털어내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머리와 손, 발을 움직이는 밝은 그녀들을 만나면서 덩달아 엄마랑 큰누나도 동심으로 희망을 만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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