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큰누나의 햇살 아래 산책을 유인하기 위한 야채 상자 (2018). 아파트 관리실의 동의를 구했습니다.
큰누나의 암수술 후 계속되는 의식소실과 함께 쓰러지는 원인을 찾기 위한 입원 검사 결과는 자가면역질환 뇌염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기립성 빈혈과 부정맥, 빈맥 진단이 추가되었다. 수술 후 1주일이면 정상생활을 한다더니 1년이 지나고도 낯선 병명이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더불어 약도...
자가면역질환이란 면역체계 교란으로 자신을 지켜주기 위한 방어체계가 자신의 장기를 보호하는 대신 역으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누나의 경우에는 자신의 면역체계가 뇌를 공격해서 생기는 일로 진단된다는 신경과의 설명이다.
"어떻게 그런 질환이 갑자기 생길까요?"
눈가가 촉촉해진 누나 엄마가 묻자 전문의는 건조하게
"병이 다 처음 발생하죠!"
했다. 의사 입장에서는 당연하지만, 환자 보호자인 누나 엄마는 누나의 수술 후 악화되는 상황이 참 막연하여 내일의 상황을 짐작할 수 없다.
엄마는 평생 이런 병명을 집안 내력으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누나를 키우면서 구경도 해본 적이 없는 증세이다. 이 모든 황당한 병세 진전들은 부갑상샘 상실을 초래한 갑상선 전절제 수술 후에 발생한 일이라고 엄마는 신경과 전문의 초진에서 하소연했다.
그리고 엄마와 작은 누나가 찾은 고칼슘 혈증과 저 칼슘 혈증 쇼크 관련 해외 사례 논문의 경우에 대해 문의했다. 응급실에서 부갑상선 소실 가능성에 대해 누나 수술에 참여한 의사로부터 들었던 내용도 구술했다.
병원은 환자의 질병 원인을 찾기보다는 발생해져 있는 결과에 대처하는 곳임을 이해하기까지 누나 엄마에게 시간이 오래 걸렸다.
누나가 서너 군데로 늘어난 타과 진료를 받으며 여러 차례의 응급실 입원을 경험하고 응급병동, 간호 전담 병동, 신장내과 입원 병동 등을 경험하며, 3년째가 되면서 병원이 마치 누나네 집처럼 익숙해졌을 때에야 뒤를 돌아보며 병원의 치료자 역할을 받아들였다.
신경과 의료 기록지에 환자 보호자의 전언이 고맙게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전문의 의사와 환자의 진료 중 대화는 대부분 진찰실 내의 다른 의료진이 컴퓨터에 고스란히 기록한다.
누나가 방문하는 타과 진료가 늘어나면서 누나 엄마는 누나의 전해질 수치 변화사항을 요약하기 시작했다. 물론 의료진들이 컴퓨터로 기록을 찾아보지만, 누나의 진료기록지가 100 page가 넘어가면서부터는 늘 A4 용지 3장 정도로 요약하곤 했다.
누나의 병력과 수술 후 각 과별 복약 변화, 혈액 검사 중 신장, 방광 관련 검사 결과, 그리고 부갑상샘 관련 수치의 변화, 그 외 검사 결과가 평균치를 벗어난 항목들을 표로 만들어서 진료의사에게 진료 시작 시에 제출한다. 궁금한 사항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컴퓨터 프린트 자료로 제시했다.
큰누나의 경우 병원과의 평상시 자동차 주행거리는 12km이고 자동차로 편도 28분 거리이다. 물론 주차장이나 병원 본관 입구에서 암병동이나 내과, 외과 진찰실까지 이동 거리가 있으니 이런 경우에 집에서부터 40분 거리로 예상해야 한다.
누나네는 이유를 모르는 상습적인 교통정체에 걸리면 출발 후 90분이 되어도 도로 위에 선 채 맨 마지막 순번인 오후 3시 30분으로 정한 예약시간을 20분이나 초과한 적이 있다.
연이어 간호사실에 늦어지는 상황과 예정 도착시간을 전화로 연락을 해야 했다. 다행히 앞 순서들의 진료가 지체되어 도착 후에도 대기하다가 진료를 받게 되었지만...
이후 승용차 이용 시에는 약속시간보다 1시간 40분 전에 출발하는 편이다. 주 1~2회, 나아지면 3주마다로 늘어져도 3개 과를 검사하고 외래 가느라 평균 주 1~2회가 되는 일이 잦았다.
물론 누나네는 세 사람이 함께 움직여서 소풍 가듯 누나 약 복용 시간에 맞춰 도시락, 과일, 커피, 생수, 뜨거운 물, 차를 준비한다. 한국에서는 부모가 직장을 다니면 환자와의 잦은 병원 동행은 불가해 보였다. 엄마의 일도 아빠의 일도 그렇게 접어졌다, 평화로이 환자와 동행할 수 있도록.
미리 도착해서 주차장의 차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예약시간에 맞춰 넉넉하게 진찰실 앞에 도착하는 편이 쾌적하다. 왕복 3시간, 대기시간 1시간, 병원 정문 밖 약국 방문과 대기 및 조제약 픽업 1시간을 포함하여 환자는 회당 약 5시간을 쓰고 정작 외래진찰을 위해 배당된 시간은 2~3분이다. 물론 다른 대학병원 중 15분에 3명을 예약하여 1인당 배당된 시간이 5분으로 조정된 곳도 있었다.
어느 날 누나의 혈액과 소변 검사 결과가 2개월 동안 안정적이라며 전문의는 누나를 다음 예약은 일반 외래로 전환시켰다. 매번 바뀌는 전공의들은 누나 혈액검사 결과에 환자의 칼슘이 9.4로 나온 것을 보고 일반인 기준 정상수치로 판단했다. 앞서의 처방전과 같이 내준 일반의 진료 처방에 의한 약 복용이 몇 주 이어진 누나는 두 차례나 급성신부전으로 입원한 뜨끔한 경험이 있다.
적어도 주욱 살펴온 전문의였다면 신부전 위험이 시작된 징조였으니 칼슘이나 비타민 D 복용을 일시적으로 낮추어 조절해주었을 텐데...
오전이나 오후 진찰을 하는 전문의들은 9시부터 12시까지 또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15분 단위로 환자가 8명씩 예약되어있다. 가끔 노쇼 (No Show)를 하는 환자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큰누나의 예약시간 즈음에 그 전문의 환자들의 노쇼는 거의 보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혈액 등 검사 결과에 따른 약 처방 위주의 외래이니 환자 당 2~3분 간격의 배정이 무방할 수 있다.
그러나 큰누나의 경우에는 칼슘조절이 갑자기 불규칙할 때가 잦아서 누나가 다니는 타과의 약 처방이나 변화 상황을 미리 환자가 서면보고를 하면 그걸 기초로 컴퓨터 상의 큰누나 기록을 빠르게 점검할 수 있으니 아마도 중복처방의 위험을 줄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누나 엄마는 열심히 혈액검사 결과와 복약 변화를 요약해서 표로 만들어 가곤 한다.
중간에 다른 과와 중복처방이 이어지면서 생긴 급성신부전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하고, 이제 만성신부전 환자가 된 뜨거운 경험을 기반으로 내린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누나는 날이 갈수록 병명이 늘어 병명 부자가 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