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게도 가족이~**
*큰누나네와 가족이 된 후 큰누나랑 미용실에 다녀와서 취한 내 침대 위의 포즈
3년 전 흰돌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큰 누나를 만나기로 한 날 정오 즈음에 도우미견 센터의 입구에 서있는 전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예쁘고 우아했다. 그럴 것이 누나가 1시에 도착한다고 했으므로 나, 수리를 오전에 유기견 센터 누나가 깨끗하게 목욕시키고 말려서 털 정리까지 끝맺음 상태다. 내 이름은 그때 털이 하얀색이어서 붙여준 이름인 '흰돌이'였다. 난 누나네 가족이 처음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견사로 걸어 들어올 때 이미 느낌이 왔다. 아, 내게도 드디어 가족이 생기는구나.... 오늘은 6월 6일이다. 나는 오늘 현충일 6월 6일에 찾아온 행운을 잊지 않을 거다.
유기견 센터 핸들러의 안내로 내가 머물고 있던 정갈한 견사까지 들어온 큰누나가 내 리드 줄을 잡고 나를 꺼내서 뒤뜰 마당을 지나고 본관 사무실까지 산책하며 이동했다. 그동안 핸들러는 나의 장점을 1,2,3,4 순서로 큰누나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큰누나네는 주중에 전화로 안내받은 대로 나를 입양하기로 하고, 사무실에서 누나 가족의 입양 자격을 평가받고, 입양대상견에 대한 주의사항을 전해 들었다. 그 후 제법 여러 장의 서류를 마무리하느라 40여분이 소요되었다. 그동안 나는 풀어놓아진 리드 줄을 끌고 마지막이 될 유기견 센터의 사무실과 우리들의 작은 행사 방들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눈인사를 나누었다. 물론 여기저기 놓인 배변패드 위에 영역표시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리고 하필 오늘 비번인 나 흰돌이 담당 핸들러와 큰누나네가 통화를 하게 되었다.
"흰돌이'는 현재 이곳에 가장 오래 머물고 있는 '유기견"이고
"흰돌이는 기본 훈련은 마쳤으나 '분리불안' 정도가 심해서 현재까지 입양이 안되어,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8개월째 머물고 있다"라고 했다. 또, "혼자 남겨지면 당황해서 날뛰고 여우 울음이 심해서 추천이 어렵지만... 혹시 은퇴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거나, 가족 중 '누군가가 늘 집에 있는 가정'이라면 '흰돌이'가 적응에 성공할 수도 있다"며, "참 영특해서 훈련을 잘 받아들이는 녀석인데... 분리불안과 식탐이 심해서 아직 추천하기가 어렵다"라고 난감해했다.
누나네 가족들은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워졌다. 오늘 토요일 당번인 핸들러는 나를 잘 모르지만 나를 전담해서 훈련을 시킨 다른 핸들러는 심한 분리불안과 식탐이 나의 치명적인 약점이고, 그 이유로 여기 유기견 센터에서 8개월째 예비 반려인과 맞선만 보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나의 핸들러는 멀리서 방문한 누나네에게 보다 안전한 푸들 까망이를 추천했다. 사실 나는 그로 인해 파양 당한 경험도 이미 했다. 나의 핸들러는 먼 데서 찾아온 가족들인데 다시 어려움이 생겨 나를 데려오는 수고가 상상되어 미리 알려준 거지만...
이미 나는 사무실과 본관 손님맞이방을 돌아다니는 중인데 다시 까만 푸들 '까망이'라니... 오늘 까망이도 목욕 단장을 마쳐서 깔끔하긴 하다. 그즈음에 큰누나는 한참 많이 아파서 병원 출입이 이어지고 있던 터라 입원을 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단다. 함께 온 작은 누나가 분리불안으로 울음 우는 나보다는 안전하게 까망이 입양을 큰누나에게 권했다. 모두 병원으로 달려가고 집에 혼자 남겨지면 나 흰돌이는 틀림없이 아파트 1층까지 들리게 여우 울음을 낼 것이 상상되므로.
누나네는 10여 분의 의논 끝에 '분리불안으로 혼자 남겨지면 여우 울음을 계속 낸다'는 나 대신 푸들 까망이 입양으로 결론이 났나 보다. 다시 사무실에 앉아 까망이 입양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오늘 내 핸들러의 제안은 누나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내게는 마음 아픈 일이 되었다. 난 이렇게 6월 6일의 슬픔을 잊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누나네는 깜장이와 면접을 시작하고, 까망이를 쓰다듬고 까망이와 손님맞이방으로 갔다. 세상에...
내가 분리불안이 될 수밖에 없던 유기된 환경은 생각해주지도 않고, 분리불안과 식탐을 나의 단점으로만 짚으면 나의 분리불안과 식탐은 어쩜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치료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나는 마지막 인사들을 이미 다 나누었던 방들을 돌아보고, 푸들 까망이와 누나네 가족이 들어간 손님방에 귀를 기울이다가 방 입구 한켠에 놓여있는 라운지의 의자 위에서 머리를 묻고 엎드렸다.
아, 난 다시 따스한 햇살과 상큼한 바람이 한 줄도 들어오지 않는 시멘트 바닥의 견사로 돌아가게 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