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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숲 Sep 18. 2023

아줌마와 비혼 아줌마의 중년.

9화. 언제 나올라나?.

인생 반을 함께 한 소중한 인연에는 대학 동창 아줌마들도 속한다. 다들 집이 멀어 자주 보기는 어렵다. 결혼식, 장례식에는 어떻게든 가는데,  만남은 어쩌다, 갖는다. 드문 만남이 아쉬웠는지, '여행 가자' 한다.


'2 공항이야?', '엉' 했다. 엥?? 분명 2로 보였는데, 1 공항이다^^; 비혼 아줌마의 허술함에 '챙기자' 한다. 한데, 어제 본 듯, 미덥다. 웃으며, 따라가는데, '아줌마, 저쪽 게이트요!' 동창 아줌마를 부른다.


이런~~!!, 아줌마~~~ 가 너무 싫다는 동창 아줌마다. '아줌마래' 되뇌는 표정이 시큰둥하다. '빨간 버튼'이 작동한 듯, 그런다.


'빨간 버튼'은 불시에 눌러진다. 인정 욕구와 관련이 있다고 번(Eric Berne)은 말한다. 평소에는 괘안타가 말, 표정에 의해 눌러진다. 엥~~~, 내면에서는 사이렌도 돌아간다. 점점 얼굴이 붉어지고, 표정도 변할 수 있다.


'버럭' 하며, 폭발적인 화를 내는 경우도 생긴다. 감정을 담당하는 뇌에 화재 경보가 울리면, 생각을 밀어내서 그렇다고 조지프 르두(Joseph LeDoux)는 설명한다. 받고 싶었던 인정? 무엇인지, 불을 끈 후, 잘~~ 들여다봐야 한다.  


동창 아줌마는 시부모님이 아프셔, 엄청 고생을 했다. '대단하다. 일하며 어떻게?', '죽는 줄 알았다'. 승승장구하던 남편의 사업도 무너져, 세우는 기간도 길었다. 물질적 고생도 더해졌겠구나, 한다. '힘들었겠네....'. 시, 쉼을 위해 여행 오고 싶었던 맘, 충분히 아.., 해진다.


3박 4일 동안 가이드를 따라, 여행지의 곳곳을 누볐다. 갖가지 명소에서 사진을 찍고, 음식을 먹었다. 여행이 무르익던 밤 '우리 집이다, 이제 마련했다', 한숨 놓으며, 보여준다. 힘들었던 시간에 선물을 받은 듯, 기뻐하는 동창 아줌마가 새삼 어여쁘다.  


'강의 빼먹고 놀러 갔었는데', '말도 마라! 스케치 배로 늘리셔, 죽을 뻔했다'. 밤 익어가는 수다에 아줌마는 없다. 이미 디자이너를 꿈꾸던 대학 소녀다 '언니는 잘 있나?', '글쎄, 임용됐겠지?' 하며, 그리운 이들의 안부를 묻는 여유도 찾는다. 동창 아줌마의 잊힌 이름이 온전히 불리며 말이다.


'나이 드는 것이 싫다' 말하는 동창 아줌마는 나와 같은 비혼 아줌마다. '회사는?', '일이 거의 없지'. 친오빠가 경영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위기를 맞았단다. 좀 더 일할 곳을 찾는데, 나이에 막히는 모양이다.


정년에 퇴직해, 맘 편히 살 줄 알았다. '너무 태만했어, 네가 부러워' 한다. 중년의 위기감을 경험하는 동창 비혼 아줌마에게 비혼 아줌마의 전문직은 안전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어디에 안전이 있을까, 싶다.


한 관문을 넘으니, 또 한 관문이 기다린다. 전문성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실력을 갈고닦아야 한다. 이제 끝가? 하면, 또 새로운 시작이다.


호통치신 윗분들 앞에서는 하찮음, 한심함, 부족함도 경험한다. '확~' 눌러진 '빨간 버튼' 불쑥불쑥 올라온다. 잘 참았는데, '이게 뭐야?'. 제대로 욱~~~~~~~~~~했다. 따따따 따다, 요것만이 아니라^^; 더했다. 엄하디 엄한, 윗분의 '빨간 버튼', 누른 듯싶다. 아휴.


동창 아줌마들과의 여행을 선뜻 따라나선 이유기도 하다. 힘들었던 마음을 푸른 바다에 날려 보내고 싶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욱'의 내용과 함께 말이다.


야호~~~~~~~~~, 얄미운 마음의 메아리, '일 쳤다?'로 돌려준다. 잉^^; 낙천적인 성향임에도 뻥 뚫린 푸른 바다의 시원함을 마음에 담지 못했다.  


두 동창 아줌마들이 비혼 아줌마를 챙겨주는 걸음이 보였다. '어디 있어?' 안 보이면, 찾는다. 여행 내내 이어 챙김에 쉼이 찾아든다. '욱' 하던 사이렌도 멈추니,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도 보인다.


여행길, 같이 걸어준 고마움, 동창 아줌마들과의 인연에 대한 감사를 연등에 실었다. '극강 행복~!!!!, 건강하자!!! 소중한 인연, 이어가자!!! 두 동창 아줌마들의 원함도 쓰인다. 참^^.


난 '아줌마'가 좋다. 마음을 알아주는 아줌마들이 있어, 더 그런다. 고단한 여정, 포근한 품을 잠시여도, 안기도록 허한다. 그 넉넉함에 빨갛게 달아올랐던 '욱'도 날려 보내자 했다. 분명!! 그랬는데, 엥?? 다시 따라와 있.^^;  다행히도 '멈춰'하니, 내려간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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