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이 어찌 아니 반가운가.
'어머니~~~~~' 하는 30년 지기 친구 같은 아줌마가 있다. 비혼 아줌마 오빠의 아내, 새언니다. 바빠도 잊지 않고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비혼 아줌마 엄마는 이런 아줌마 며느리가 너~~~ 무 이쁘다며 '애교 며느리'로 부른다.
'어이구~~~ 바쁘지 않고?' 목소리에 꿀도 떨어진다. 그 소리에 비혼 아줌마, 잠시 엄마 챙김을 생각한다. '야~~?' 부르시면, '바빠~!! 나중에' 미루기 일쑤다. 그에 반해 애교 며느리는 '저녁은요~~?' 하며 다정하다.
듣는 일에 전문인데도, 엄마에게 그러지 못하다. 가끔은 '서운하셨다는 말이죠?' 놀리듯 물어도 '그래!' 하며 눈을 흘기시니, 미안해진다.
노년기 일상에서 서운함, 섭섭한 이야기는 자주 드러나는 주제다. 몰라주면 시끌시끌해진다. '내가 이렇게 잘 살아왔구나'하는 자아통합(ego integrity)이 이뤄지는 한 과정이어서 그렇다.
에릭슨(Erik H. Erikson)에 의하면 자아통합(ego integrity)이 이뤄지는 핵심은 만족에 있다. 과거의 모습 중 잘한 일, 부족한 일을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얻어진다. 자식들 잘됨은 '잘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므로 비중도 크다. 할머니들 모임서 자식 자랑이 빠지면 간혹 시체 되시는 이유? 이해되는 부분이다.
비혼 아줌마 엄마도 '아들......., 딸이......, 손주가......, 싫다는데도', 하시며 만족을 나눈다. 상대의 만족이 더 큰 듯 보이면, 금세 속상해도 하신다. 때로는 얄미워서, 만남을 멀리 하시는 상황도 생긴다.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 하는 절망(despair)이 소곤대어 우울해져서이다. 울려대던 전화가 뜸해지는 모습을 통해 드러난다.
다행히도 만족과 절망은 시소처럼 균형을 맞추며 화해를 돕는다. 언제 그랬냐, 싶게 멀리한 할머니들과 '형님, 동생' 하신다. 하하하 웃음소리가 동네를 삼키는 때도 잦다.
'아, 무릎? 그래, 그래?' 하시며, 경험도 나눈다. 서로의 인정은 자기(self)에 대한 긍정 평가를 더하므로 신나들 하신다. '아, 거기? 낼 보세!' 절망을 제치고, 만족이 떠오른 날이다.
'어머!!! 그 할머니가요?~~', 아줌마 며느리 맞장구에 흐뭇함의 만족도 더해진다. 어찌나, 살갑게 알아주는지, 듣는 비혼 아줌마도 덩달아 즐겁다. 아줌마 며느리? 놀지도 않는다.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어 휴일 쉬기도 어렵다.
이런 며느리가 온다니, 엄청 챙기신다. 신 것 좋아하는데, 짜지 않은가? 부산하다. 새벽부터 어느새 장도 세 번이다. 넘치는 사랑에 엄마~!!! 해도, 이미 들리지 않는 신바람이 나 계시다.
동생처럼 대하는 아줌마 며느리에게 시누이 생색? 드물다. '언니~~~~~~ㅠ' 하면, '이런!!! 애들 좀 풀어볼까?' 하는 언니다. '오빠가 그랬잖아?' 화를 내면 '유리 같은 우리 남편 흠집 내지 말라'며, 웃게 한다.
'며늘아, 힘든 면도 많지?'. 사랑해서 한 결혼이라고 힘든 일이 없을 리 없다. 다만, 홀로 계신 시어머니에게 걱정을 드리지 않으려 '아니요~~~' 함을 안다. 깊은 마음에 감동되어 비혼 아줌마도 아줌마 며느리 챙겨본다. '성질 한번 내줘?!!' 하니, '갈비 오빠랑 같이 재었는데...' 아낀다. 권태기일만도 한데, 그런다.
괜한 걱정이었나?? 벗어 놓은 신이 커플 운동화다. 젊어서는 그러려니 했는데, 중년에도?? 이런~~~~~~!!!! '시누이 함 돼 볼까?', '시집온 지, 30년이다~~~, 새언니 함 돼볼까?' 하며, ㅋ 웃는다. 이러니, 어찌 아니 반가운가:) 아줌마 며느리, 울 언니를 비혼 아줌마는 참 좋아하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