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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하루는 어떻게 편집되고 있나요?

by 이완

한 가족에게 눈이 갔어요. 초등학교 5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은 계속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고, 상반되게 엄마의 표정은 어두웠어요. 너무 다른 두 표정의 이야기가 궁금해, 옆을 지나가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를 기울였어요. 아들이 말했어요. “엄마는 왜 안 웃어?” 엄마는 딱딱하게 굳은 인상으로 아들을 보고 말했아요. “너도 나이 들어봐. 웃을 일이 없어. 네 아빠는 또 왜….”


가족이 함께 한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 완전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았어요.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는 아들의 마음이 어떨지 궁금했어요. 물론 엄마에게 어떤 고민과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사랑하는 아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요?


자아상은 자신이 겪은 수많은 사건 중에서 특정 부분에 주목하고 맥락을 만들어서 의미를 덧붙인 기억의 모둠이다. 다시 말해 ‘내가 나에게 들여주는, 나에 대해 편집된 이야기’다.
인간은 누구든 성공과 실패를 고루 겪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작은 실패의 순간을 유독 예민하게 그러모아서 ‘나는 의지박약이야’라는 자아상을 그리고, 다른 사람은 작은 성취의 순간을 유독 예민하게 그러모아서 ‘나는 마음먹으면 해내는 사람이야’라는 자아상을 그리기도 한다. 객관적 사건의 양상보다는 해석의 의미 부여가 인지적 차별점을 만든다.
- 책, 에디토리얼 싱킹


우리가 사는 삶은 단순히 흘러간 사건들의 총합은 아닙니다. 편집된 이야기입니다. 또 이야기는 누군가를 위해 편집할 수도 있죠.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아이가 두렵지 않도록, 수용소 생활을 단체 게임처럼 편집시켜 보여 줍니다. 시간이 지난 아들은 아버지가 떠나던 날, 자신에게 최고의 선물을 해주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도 우리의 삶을 편집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문제가 없는 삶은 없습니다. 다만 어떤 편집점을 잡는지에 따라, 우리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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