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 ~ #36주_평화로워 익숙해진 임신

이제는 출산

by 이완

Thanks


임신에 적응했다. 지난 30주 동안 대체로 평화로웠다. 아이는 배에서 잘 컸고, 아내와 나는 잘 지냈다. 아이의 태동이 느껴지니, 아이가 잘 있다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어 한결 더 마음이 편했다. 워낙 편안한 임신 기간을 경험해, 다른 임산부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입덧이 심해 오직 안방에서만 식사가 가능하다는 친구 와이프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꼈다. 지난 30주 동안 편안하게 임신에 적응할 수 있게 해 준 아내가 참 고맙다.


36주가 된 아내의 배는 정말 커졌다. 하나둘씩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쉽게 숨이 찼고, 잘 자지 못했고, 소화를 잘하지 못한다. 이제 정말 출산이 다가온 게 느껴진다. 올 것 같지 않던 2022년도 왔다. 이제 진짜 곧 아이를 만난다. 익숙해진 임신에서 다시 미지의 세계인 출산과 육아를 만날 날을 앞두고 있다. 더 늦기 전에 2021년 다이어리를 보며, 특별했던 임신의 순간들을 정리했다.




#7주 '두근두근' 심장소리.


심장소리.jpeg 절규하는 입 같아 보이는 것은 난황이다.


'우와!' 아내와 나는 동시에 감탄했다. 정말 입 밖으로 감탄사가 나왔다. 1cm가 조금 넘는 아이의 몸이 내는 심장 소리가 우렁찼다. 스피커 성능이 좋아서 일까? 예상보다 심장소리가 크고 빨랐다. 여전히 초음파에는 둥근 난황만 눈에 들어왔지만, 아이가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선명하게 전달됐다. 아직 큰 변화가 없어 보이는 아내의 배에 새로운 심장이 뛰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감사했다.




#16주_성별, "어떤 소가 일을 더 잘하오?"


예전에는 딸을 갖고 싶다는 이야기를 편하게 했다. 하지만 아이가 아내의 배에 자리 잡고 난 이후로는 성별 질문을 받으면 이 질문이 떠올랐다.


"어떤 소가 일을 더 잘하오?"


쉽게 답할 수 없었다. 어떤 성도 좋다고 대답했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길고 길었던 궁금증이 해결했다. 내 아이는 '공주님'이다. 딸이 귀한 우리 집에서는 경사였다. 은근히 바라던 딸을 만날 생각에 기뻤다. 기쁨의 감정이 차분해지자 소중한 공주님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세상인지 걱정이 시작됐다.



#25주_위험한 것 중 가장 안전한, 전치태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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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성장과 아내의 컨디션 모두 수월하던 중 '빨간불'이 들어왔다. '전치태반'을 만났다. 태반은 아이와 자궁벽을 연결하는 부위다. 영양공급 등 역할을 수행하는 태반은 덩어리 형태인데, 보통은 자궁 위 쪽에 위치한다. 가끔 태반이 자궁 아래 입구 쪽에 위치하는 경우가 있다. 태반이 입구를 막거나 구멍 가까이 있는 경우를 전치태반이라고 한다. 입구를 막기 때문에 자연 분만이 어렵고, 가까이 있는 경우에도 산모의 출혈이 많아질 수 있어 위험하다.

지금은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수술하면 문제없이 출산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전치태반은 고위험 산모로 구분된다. 선생님이 몇 번이고 안심을 시켜주셨지만, 쉽게 안정이 되지 않았다. 앞으로 자궁이 커지면서 태반의 위치가 자궁 입구와 더 멀어질 수 있다고 해서 몇 주 더 지켜보기로 했다.




#29주_ 전쟁 같은 베이비페어. 눈물 같은 아기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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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아내는 아이 물건들을 열심히 알아보고 하나둘씩 준비했다. 의외로 아기 용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보기 힘들었다. 특히 유모차나 카시트는 다양한 브랜드를 볼 마땅한 곳이 없었다. 코로나로 조심스러웠지만 베이비페어에 가기로 결정한 이유이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베이비 페어는 전쟁터였다. 기대보다 제품이 많지 않았고 제품 설명과 전체적인 경험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처음인 육아에 관해 많은 설명을 받고 싶었는데, 빠른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게 너무 느껴졌다. 공격적인 판매와 비난에 가까운 다른 브랜드와의 비교가 계속되자 피로했다. 쉴 곳이 마땅치 않은데 아내 컨디션도 좋지 않아 물티슈 같은 것들 몇 가지만 구매해서 나왔다.


11.jpeg 사기 조합_ 흰 침대에 노란 수유등 그리고 모빌에서 흘러나오는 오르골 소리.


아내는 당근 마스터다. 좋은 물건을 찾아 오더를 내리면, 나는 그 물건을 해체하고 차에 실어 집에 가지고 와서 조립한다. 베이비페어의 실망을 뒤로하고 아기 침대를 당근했다. 그동안 당근했던 기저귀 갈이대, 카시트는 큰 감흥이 없었지만, 아기 침대는 달랐다. 방의 조명을 끄고 아기 침대 위에 수유등을 켰다. 모빌에 있는 오르골을 돌리자 아기자기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모빌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이상한 감정이 올라왔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이 촉촉했다. 아이를 만날 일이 실감이 난다고 해야 할까? 아이 침대를 보며 이런 감정이 드는데, 아이를 만나면 어떤 감정일지 궁금해졌다.




#32주_아름다운 시간을 볼모로 '만삭 사진'


결혼에 스드메가 있다면 임신에는 산삭 50(산후조리원, 만삭 사진, 아기 50일 사진)이 있었다. 산후조리원과 연계된 곳에서 만삭 사진, 출산 사진, 50일 사진을 촬영해준다. 촬영은 무료다. 만삭 사진용 드레스도 무료로 대여해주고, 화장도 해준다. 1시간 정도 촬영 후 여러 상담실이 있는 장소로 이동한다. 촬영은 무료지만 원본사진을 받는 것은 유료다. 무료로만 진행한다면 1시간 동안 찍은 수많은 사진 중 딱 2개 정도의 사진만 볼 수 있다. 파일로도 받을 수 없다. 웨딩사진처럼 어떤 앨범, 액자, 몇 컷의 사진을 선택해서 보정하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인지 사진이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즐겁게 촬영했던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 원본 사진을 구매했다. 이후 있을 아이 사진까지 포함해 40만 원을 결제했다. 웨딩 사진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시스템에 꽤 당황했을 것 같다.




#33주_코로나 격상, 임산부는 어디로.


오뚝이 같은 코로나. 잠잠해지는 듯했던 코로나가 다시 존재감을 뽐냈다. 아이를 배에서 키우고 있는 엄마는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 초기 임산부가 백신을 접종해도 문제가 없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이젠 임산부도 접종을 권장하는 분위기지만, 이미 아내는 임신 후반기에 도달했다. 여전히 안전하다 위험하다 뉴스가 공존하는 상황이었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라 혹시라도 모를 리스크를 추가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대한 조심해서 실내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와중,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었다. 이젠 아내와 함께 외식할 수 없었다. 미접종자도 혼자 음식점에 갈 수 있으나, 혼자 다니기 힘든 임산부에게 좋은 대안은 아니었다. 종종 리프레시를 위해 함께 가던 도서관도 더 이상은 갈 수 없었다. 코로나 참 짓궂다.




#34주_대기 시간 정말 긴 대학병원.


자궁이 커지면서 태반의 위치도 조금 더 자궁 입구와 멀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준은 아니었다. 수술이 더 안전한 선택이었지만, 태반의 위치 때문에 수혈을 받아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었다. 코로나로 혈액 수급이 어렵다고 했다. 아내는 대학병원에서 더 안전하게 출산하길 원했다. 기존의 산부인과 병원 의사는 흔쾌히 선택을 존중해주고, 원하는 병원을 선택해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태아검진 휴가를 쓰고 아내와 대학병원에 갔다. 지난번 검진에는 회사 일이 바빠 장모님이 대신 동행해주셨다. 대학병원 방문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다녔던 깔끔했던 산부인과와는 많이 달랐다. 주차장도 크고 많았고, 사람은 주차장부터 건물 구석구석 가득했다.

산부인과 벽은 핑크색이었고, 이곳의 역사를 추측케 하는 오래된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선생님과 짧은 검진 후 초음파를 받기 위해 대기했다. 대기 시간은 길었고, 초음파를 봐주시는 의사는 굉장히 어려 보였다. 2시간 정도 병원에서 시간을 보낸 뒤 약을 사서 돌아왔다.




#35주_1월 1일, 셀프 만삭 촬영. 성공적.


1월 1일 오전. 2022년 셀프 스튜디오의 개시 손님이었다. 스튜디오에 찍은 만삭 사진들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내는 다시 촬영하고 싶어 했고, 셀프 촬영을 하기로 했다. 마침 연휴인 1월 1일 오전에 셀프 촬영장에 갔다. 보라색 배경에서 밝은 색 옷을 입고 촬영했다. 여행지에 가서 이런저런 사진을 찍는 득한 느낌이 들었다. 둘만 촬영을 하니 부담도 없었고 편안했다. 20분간 준비한 아기 옷과 소품들을 활용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사진들도 마음에 들었다.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화질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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