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은 반복될수록 행동의 난이도를 낮춰서, 일상에서 내가 더 많은 선택권을 가져갈 여유를 만들어 준다.
“ 그때가 가장 좋을 때지”
듣기 싫었다. 그런 말을 하는 어른은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했다. 학생은 선택하지 않은 수업을 선택하지 않은 친구와 선택하지 않은 선생님에게 들어야 한다.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던 성적표에 쓰인 숫자로 평가되었고 등수가 매겨졌다.
강제로 갈 학교 시험도 없는 자유를 누리며 돈을 벌고, 스스로 선택하는 어른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그 어른에게 잘못이 있는 게 분명했다. 빨리 학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어른이 되어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쓰고 싶었다. 학생보다 즐거운 삶을 사는 어른의 모습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20년 넘게 훌쩍 지났지만, 아직 증명해내지 못했다. 반대로 어른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한다. 평범한 직장인이 된 나는 굴러가는 낙엽에도 웃는 맑은 학생들을 보면 참 좋아 보인다. '저때가 좋지' 새어 나오는 말을 애써 삼킨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보다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어른의 책임이라는 생각 한다.
왜 나는 학생보다 즐거운 어른이 되지 못했을까? 성인이 되자, 막상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보낼지 몰랐다. 그저 쉬고 놀고 싶었다. 이렇게 놀아도 되나 불안해질 때쯤 학생 때의 관성으로 누군가에게 평가받을 수 있는 숫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나는 내게 주어진 자유 시간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
자유를 제대로 대접하지 못한 나는, 회사에 더 많은 자유를 반납해야 했다. 학교보다 더 심했다. 회사는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납득되지 않는 일을 해야 했고, 평등하지 않은 소통을 하고, 핵심이 아닌 일에 집중해야 했다. 마치 학창 시절 힘센 아이의 눈치를 보듯, 높은 사람의 눈치를 보며 행동을 사려야 했다. 회사에서 이뤄지는 평가도 학교보다 합리적이지도 않았다. 공공연하게 사내 정치가 이뤄졌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구성원을 해고하고 그 자리를 빈둥거리고 무능력하지만 고임금을 받는 구성원을 채우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첫 번째 부류가 위협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인력이 임금을 적게 받다 보면 언제 기존 체계가 전복하려 들지 모른다는 것. 반면 무능력해도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두 번째 부류는 기존 시스템의 영속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게 되어 있다. 동료들과 상사들은 그런 사람들에게서 신뢰와 안정감을 느낀다.
- 책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
베르베르가 본 것처럼 회사에는 많은 불합리함이 있다. 그 상황에서 자기 선택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직장인이 무기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무기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 선택권을 확보해야 한다. 나는 그 방법으로 '습관'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