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5월에 시작해서 21년 10월까지 500일 조금 넘게 매일 한 편씩 명상하는 영상을 찍어 올렸다.
500일 동안 500개의 영상으로 5명의 구독자를 얻었다. 5만이 아니다. 한 손으로도 셀 수 있는 5명. 100개의 영상으로 한 명씩 사로잡은 셈이다.
아마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1년 후부터 직장은 내 미래가 아니다 느꼈다. 2020년에도 자유를 찾아 다양한 것들을 알아보고 있었다. 한 영상에서 자신이 꾸준히 하고 있는 게 있다면 영상으로 올려보라고 했다. 한 달 정도만 꾸준히 올려도, 결론이 나니 우선 시작해 보라고 조언했다. 무엇을 올리면 좋을까 고민하다, 매일 아침에 하고 있는 명상을 찍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각도가 좋은가 저 각도가 좋은가. 얼굴이 안 나오게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주 온갖 방법들을 시도했다. 나중에는 휴대폰 거치대를 샀다. 아내는 혼자 영상을 찍는 게 외로워 보였는지 명상 인형 하나를 지원해 주었다. 중간부터 매일 함께 영상에서 명상한다. 자세나 표정이 모두 나보다 한 수 위다. 가끔은 고양이와 강아지도 등장한다. 그리고 명상한다며 졸고 있는 남자를 발견할 수 있다.
영상을 찍은 지 한 달이 넘었다. 내가 들었던 조언이었던 한 달이면 결과가 나온다는 말에 따르면 나는 포기해야 했다. 근데 계속하고 싶었다. 유튜브를 언제 가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그걸 정복하는 느낌도 들었다. 매일 명상하는 모습이 인터넷에 쌓여가는 것도 재밌었다. 그러다 365일 내가 명상하는 모습을 모아서 언제가 기회가 있다면 동시 상영하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1년을 올렸다. 이제 목표는 달성했다. 영상을 더 이상 안 찍을 생각이었으나, 습관이 한번 시작하니 또 끝내기가 쉽지가 않다. 그러다 내가 이렇게 영상을 찍어서 올리는 게 명상을 시작한 근본적 이유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500일 근처였을 것이다. 그래서 매우 어색하게 촬영을 종료했다.
객관적으러 보면 성과가 없다. 그저 500일 간 나는 내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했다. 500일 동안 매일 15분이 넘는 영상을 매일 유튜브에 업로드했으니, 유튜브 입장에서는 데이터 낭비가 아니었을까.
이 성과 없어 보이는 습관에도 얻은 것이 몇 개 있다. 유튜브에 뭔가 올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이후에 아기 영상도 1년 가까이 매일 찍어서 올려, 가족들에게 채널을 공유해 줬다. 매번 아이를 보고 싶었을 어른들이 좋아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어느 날부터 조회수가 만단 위를 넘었는데, 신기하게 주요 시청자가 인도인이었다. 걱정과 기대를 하며 조회수를 지켜봤지만, 조회수 폭발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그래도 꼭 한 번씩 아이 이쁘다는 댓글을 다는 알 수 없는 나라의 사람들 덕분에 감사했다.
또 다른 성과는 이렇게 내가 매일 명상을 했다는 걸 증명할 증거가 되었다.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명상을 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믿지 않을 사람도 많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기본 체력이 생긴 것이다. 영상을 촬영하면서 명상의 재미를.. 재미까지는 아닌 것 같다. 명상을 계속해야겠다는 경험을 많이 했다. 지금까지도 어떤 일이 있어도 명상만큼은 하는 데 이 영상을 촬영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거 같다.
오늘도 하고 싶은 말은 같다.
당신도 작은 습관을 시작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