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 / 출판사 : 북스피어
이 책에는 '어느 고쿠라 일기 전'이라는 단편 소설이 있다.
소설의 주인공 다노우에 고사쿠가 왼쪽 다리를 절며, 항상 벌린 입으로 숨을 거칠게 몰아 쉬며 어머니의 부축으로 '모리 오가이'의 흔적을 찾아 시골의 흙길을 힘겹게 걸어가는 장면을 읽었을 때마다 다노우에 고사쿠와 같던 집념이 있던 '그'가 생각난다.
그와 만난 것은 중3때였다. 우리는 둘다 '동아시아의 루저의 별'이라 불리는 주성치만큼이나 루저였다. 외관적 모습을 말하자면 그는 다노우에 고사쿠처럼 왼쪽 다리를 절고, 입은 항상 벌리고 있었다. 그러니 대화를 하는 것이 매우 불편해 간단한 대화라도 꽤 시간이 걸렸다. 더욱이 왼쪽 손은 팔꿈치부터 몸쪽으로 접혀 자유로이 움직이지를 못했다.
그의 절친이던 나는 어떠했는가. 중1때 발병한 결핵을 약을 조금 먹고 완치된 것으로 자가 판단을 내린 후 1년간 방치. 결국 결핵균은 온 몸을 침투해 폐에 구멍을 냈다. 중 3때에는 종이처럼 흰 피부와 뼈만 남은 앙상한 몰골이 되었다. 다행히 그래도 각혈 할 정도로 중증은 아니라 한달에 한번 영등포 보건소로 통원치료와 매일 열 몇 가지가 되는 약을 아침, 저녁으로 먹어야 했다. 끊이지 않는 기침, 그리고 소변을 누면 약의 영향으로 환타색이었다. 내 소변을 보고 친구들이 움찔거리며 놀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를 만난 것은 중3에 올라와서였다. 그와 나는 걸어온 길이 틀렸다. 난 중1때부터 중2때까지는 학교에서 악명을 끼치고 다녔다. 이런 말하면 부끄럽지만 나보다 약한 친구들을 곧잘 때리고 괴롭히곤 했다. 특히나 집중적으로 괴롭힌 건 중1때 같은 반에 뚱뚱하고 키가 큰 친구였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순박하고 착한 친구였다. 그 친구는 어머니가 암으로 일찍 돌아가셔서 교복도 제대로 빨아오지 못했고, 도시락도 제대로 가지고 오지 못했다. 나는 그걸 알았음에도 그 친구를 괴롭혔다.
그런 내가 중3에 올라오며 중2 겨울 방학동안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몸은 멸치가 되고 정신도 한없이 나약해졌다. 중3에 올라오자 그와 나는 반 아이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면 괴롭히는 병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는 인간의 태생적인 DNA인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 이미 그는 아이들에게 맞고 있었고, 나는 교실 뒤편에 앉아 조용히 구경만 하고 있었다. 어느 반이나 그렇듯 반에는 일진이 있다. 일진을 중심으로 한 6명 무리가 우리 반을 좌지우지했고, 나는 그 무리 중 한 명의 꼬봉 역할을 했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일진의 책을 사물함에 꺼내서 책상 위에 올려놓거 등 심부름을 했다. '그' 역시 누군가 한 명의 꼬봉 역할을 했다. 둘이서 남의 책상 위에 자기 책이 아닌 남의 책을 올려놓으며 우린 서로를 의식하며 조용히 서로를 스쳐갔다.
어느 날이었을까? 그의 자리에 짝꿍을 정하는 데 그 누구도 옆에 앉으려 하지 않았다. 왜냐면 반에서 가장 많이 맞는 그의 옆자리에 앉으면 자신 역시 그 피해받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누구 없어? 라고 몇 번이나 물을 때 그는 부끄러운지 부자유스러운 팔을 책상에 올린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나는 그때 '안쓰럽다. 동정한다.'는 감정이 아닌 왠지 나를 보는 듯한 생각에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렇게 우린 짝이 되었고, 반 아이들에게 '병신 커플'로 불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