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열면 보이는 것들, 힘을 내자

by 물냉이

끝없이 오르는 집값, 세상엔 지원해 주는 돈도 많다는데 다 남의 이야기이다. 눈치가 빠르지도, 그렇다고 얼굴이 두껍지도 못한 처지는 에어컨 바람도 닿지 않는 공간에서 땀에 쩔어 하루를 버텨낼 뿐이다.

어쩌다 터를 잡는다는 것이 성곽의 돌틈이었다. 흙도 물도, 부족한 것 뿐인 삶이지만 그나마 경쟁자가 적다는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나는 괭이밥이다.

괭이밥이라는 이름은 고양이가 먹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속이 안 좋은 고양이들이 신맛이 나는 이 풀을 뜯어 먹는 다고 한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아 이런 광경을 직접 본적은 없지만 꽤나 신빙성이 높은 이야기이다. 괭이풀의 학명이 'Oxalis corniculata' 인데 속명인 Oxalis 는 신맛을 품은 옥살산(Oxalic acid, C2H2O4)에서 따왔다. 괭이풀은 영어로 'creeping woodsorrel'이라고 한다. 'sorrel'은 우리 풀 '수영'이다. 외국사람들도 괭이밥속의 식물들을 신맛으로 인식했다. 영어의 말뜻을 그대로 옮기면 '기어가는 나무수영'이다. 주로 바닥을 기듯 자라는 괭이밥의 속성을 표현한 것이다.

괭이밥이 온몸에 신맛을 품고 사는 것은 삶이 신산(辛酸)해서 그런 것일까. 우리도 각박한 삶을 살다보면 만사가 귀찮고 사람을 쏘듯 대한다. 괭이밥의 신맛은 식물의 유죄가 아니라 편하지 않은 세상 탓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맥을 놓고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 누구는 맛이 없다 고개를 돌려도 다른 누군가는 아픈 속을 고치려 찾는다. 누구나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듯 세상의 불의에는 벌처럼 신맛으로 쏘아대고 나를 필요로 하는 이에게는 가진 것을 나누어주자. 살아가는 형편이 조악하고 힘들어도 다시 생각하면 해볼만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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