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해파랑길, 죽도와 인구해변

41코스 : 주문진해변 - 죽도정 입구. 12.4km

by 물냉이

해파랑길 41코스는 주문진해변에서 죽도정 입구까지의 12.4km 구간이다. 동호해변, 향호해변, 지경해변, 원포해변, 남애 1리해변, 남애 3리해변, 갯마을해변, 큰바다해변, 광진해변, 인구해변으로 이어지는 바다는 젊음의 열기가 넘치는 곳이다. 죽도, 휴휴암의 황어, 향호, 포매호 등 풍부한 이야기 자원들이 여행자의 발길을 잡아끄는 구간이다. 죽도정 입구에서 출발해 주문진해변까지 역방향으로 걸었다.


익숙해지는 것들(죽도정-인구해변-휴휴암)

죽도정의 입구에는 기와지붕으로 된 서낭당이 있다. 원래 현남면사무소 뒤편에 있던 것을 1902년 옮긴 것이다. 서낭당 입구에 벚나무가 서있고 금줄을 둘렀다. 오랜 세월을 지나며 낡은 것을 2010년 다시 지었으며 음력 3월 3일과 9월 9일에 제를 지낸다. 서낭당은 위험한 바다와 마주하고 살아가는 어촌에 큰 의지처가 되어 주었다. 죽도는 원래 섬이었으나 사주의 발달로 인해 육지와 연결된 섬으로 대나무가 많아 죽도라 불렀다. 죽도정의 대나무는 그 강도가 강해 화살용으로 매년 진상을 했다고 한다. 과거에 죽도는 이대가 빽빽이 들어찬 섬이었을 것이다. 햇빛을 많이 받고 잘 자라야 화살로 사용할 수 있다. 지금은 죽도에 소나무가 우거져 대나무들이 소나무 군락의 하부에서 자라고 있어 생장상태나 분포범위가 좋지 않다. 화살로 사용할 만큼 큰 이대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죽도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지금은 소나무가 우점하는 숲이 된 것이다.

20170329_165619.jpg 죽도정 입구의 서낭당. 서낭목인 벚나무에 금줄을 쳐 놓았다.
20170329_170117.jpg 죽도의 소나무숲
20170329_170425.jpg 죽도의 소나무와 대나무
20170329_170736.jpg 죽도정
20170329_170809_HDR.jpg 죽도정에서 바라본 바다. 굵은 소나무 줄기들이 멋을 더해준다.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 주변에 있는 바위들에서 사람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수성계(修成契) 계원들의 이름을 새겨 놓은 바위와 주절암(駐節岩)이라 새겨진 바위다. 주절암은 바위의 모양이 죽장을 멈추고 구경할 정도로 모양 있는 바위라는 뜻이다. 죽도의 정상에 오르면 죽도정과 죽도 전망대가 있다. 철제로 이루어진 죽도 전망대는 20미터 가까이 되는 높이로 이곳에 올라가니 양양 일대의 해변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죽도정에서 동쪽으로 내려오면 죽도암 주변에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이 자리 잡고 있다. 방선암, 농구암, 청허대, 연사대, 선녀탕, 부채바위 등등. 이들 바위를 찾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바위 중엔 타포니로 숭숭 구멍이 뚫린 바위들이 있다. 어떤 구멍엔 마른 솔잎이 들어가 자리를 잡고 다른 구멍엔 초록의 해초가 자리를 잡았다. 바위가 이렇게 다른 것은 물이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이다. 그렇다고 물의 유무가 좋고 나쁨은 아니다. 술꾼에게 술이 없으면 인생의 낙이 사라지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 바위들이 주는 감동은 아름답다는 것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20170329_171342.jpg 죽도의 다양한 바위들. 왼쪽이 신선암이다
20170329_171700.jpg 바위의 타포니
20170329_171713.jpg 바위에 생긴 구멍에 해초가 자라고 있다

인구에서는 매 5일 10일 5일장이 열린다. 전통장은 지역의 주민들의 생활이 묻어나는 문화의 터이다. 이런 인구에 주말이면 젊은이들이 인구해변을 찾아 파도를 타고 밤이면 정열적인 파티를 연다. 현지 주민과 관광객이 장소적인 만남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뒤섞이고, 새로운 문화로 녹여내는 현장이다. 인구를 보면 마이애미비치가 떠오르기도 한다. 20-30대의 청춘들이 새로운 휴양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해변을 부러움을 안고 걷는다.

20201204_122335.jpg 인구해변에서 바라본 죽도와 인구항의 방파제
DSC00894.JPG 인구해변에서 파도를 타는 서퍼

휴휴암의 입구에 서면 여길 들어갔다 나와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속칭 '출퇴근하는 물고기'를 보고 싶다면 휴휴암 해변의 고기바위로 가면 된다. 휴휴암은 바위의 이름이 아니라 사찰이다. 이곳에는 아침이 되면 물을 가득 채우는 물고기들이 출근을 하는데 이 물고기들은 연안에서 회유하는 황어이다. 고기바위 근처에서는 방생도 하는데 대부분 우럭을 방생한다. 하지만 우럭들을 황어 사이에서 찾아볼 수는 없다. 그럼 황어들은 왜 이곳을 찾아올까? 바로 먹이 때문이다. 물고기 사료를 현장에서 팔고 있으며, 관광객들은 물고기들이 모이는 모습을 보기 위해 먹이를 나누어 준다. 황어는 은어나 연어처럼 즐겨먹지 않는다. 가시가 많고 맛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유명 관광지가 되어버린 휴휴암의 고기바위지만 문제도 있다. 야생생물이 인간의 영향을 받아 길들여지는 것을 순치(馴致)라고 한다. 야생의 생물들이 순치되게 되면 생태계의 먹이사슬에 불균형이 발생하고 생태계 전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일 때가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20201204_123510.jpg 휴휴암의 물고기바위 주변 전경
20201204_123922.jpg 황어를 구경하고 있는 관광객들
20201204_124049.jpg 몰려온 황어 떼, 황어들이 온 이유는 먹이를 주기 때문이다
20201204_124608.jpg 물고기를 보러 가는 길에 있는 1970년에 지은 서낭당


20201204_124154.jpg 발가락을 닮은 바위 너머로 죽도가 보인다.


어둠이 내리는 길에서(휴휴암-남애항-지경해변-향호-주문진해변)

휴휴암을 떠나 데크와 포장도로가 잘 꾸며져 있는 남애해변을 지난다. 길 건너에 포매호가 보인다. 포매호는 아직 순환할 수 있는 탐방로가 개척되지 않아 걸어서 돌아보는 것은 어렵다. 향호 위로 늦은 오후의 태양이 잔광을 뿌리고 있다. 발길을 조금 서둘러야 한다. 남애초등학교에서 어린이 두 명이 공을 차고 있다. 잔디가 깔린 운동장과 곰솔을 담장처럼 심어 바람을 줄이는 학교환경은 아이들에게 가고 싶은 학교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남애항의 스카이워크 전망대를 바라보며 항으로 들어간다. 스카이워크를 들렀다 가는 것도 좋겠지만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 시간이어서 길을 서둘러 본다. 남애항의 마을 안쪽 길에는 둥근 식빵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바위 앞쪽에 콘크리트로 단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누군가 제를 지내는 곳인 것 같은데 그 외에 어떤 설명도 없는 것을 보면 개인이 섬기는 곳으로 보인다.

20200218_170026_41코스.큰바다.jpg 남애해변의 동해안 자전거길을 따라 걷는다


20200218_172005.jpg 남애 초등학교 전경
20200218_172639.jpg 남애 2리의 마을 길에서 만난 바위

어둠이 내리는 원포해수욕장을 걷는다. 바다와 파도, 모래사장은 이제 고향집처럼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화상천하구의 화상암(和尙岩)이 곰솔숲의 가장자리에 서서 배웅을 한다. 한국지명유래집에는 이 바위에 대한 전설이 있다. 옛날 화상암 근처에서 동자 셋이 낚시를 하는데 한 동자만 고기를 잡으면 그 자리에서 놓아주었다. 지나가던 노스님이 이를 보고 동자 앞으로가 합장하고 관세음보살을 말하니 동자는 사라지고 그 앞에 바위가 생겼다. 이후 사람들은 바위를 화상암이라 불렀다고 한다. 화상이란 수행을 많이 한 승려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그 뒤로 하천의 이름도 화상천이라 부르게 되었다. 화상암은 나란히 바위 세 개가 붙어 있는데 맨 앞쪽의 바위는 바위 위에 매가 한 마리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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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천 하구의 곰솔숲 끝자락에 서있는 화상암


지경해변에는 해안의 곰솔숲에 지경관광지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또 얼마나 많은 곰솔숲이 사라지게 될지. 누구는 나무 몇 그루 사라지는 만큼 조성 후 더 심으면 되지 않겠냐고 한다. 중요한 것은 나무가 아니라 나무가 살던 땅이다. 땅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과 생태서식지로서의 기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향호 입구에 왔을 때 어둠이 더욱 짙어졌다. 향호라는 이름은 고려말 조선초에 유행했던 매향 풍습과 관련 있다. 향호의 하구 어딘가에 향나무를 묻었을 것이고 그 향나무들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해파랑길 41코스의 시작점인 향호해변에 도착한다. 여정을 정리하고 소돌해변 입구 안내판이 있는 곳까지 걸어 나온다. 여기에서 주문진 터미널까지 걸어가 강릉행 버스를 타야 한다. 이제 집으로 간다.



20200218_180127.jpg 지경관광지 조성사업은 해변의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200218_181311.jpg 지경해변에 어둠이 내린다.
20200218_182252.jpg 향호하구 주변을 잘 살펴볼 일이다. 언제 매향한 향나무가 나올지 모른다.
20200218_182303.jpg 어둠이 내린 향호 전경
20200218_183017.jpg 소돌해변 입구에서 이번 걷기 여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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