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을 먹으러 느릿느릿 길을 걷다 빙 둘러가야 하는 길에서 망설임 없이 밭으로 들어선다. 고구마 줄기를 넘어 가지런히 베어 놓은 들깨들은 본격적인 가을을 알리는 풍경이다. 바스락 거리는 들깨가 발길을 스칠 때마다 솔솔 깻잎 향이 올라온다. 그냥 발길을 멈추고 주저앉아 툭툭 씨주머니를 털어 한입 입에 넣고 싶지만 남의 밭이다. 어쩔 수 없이 밭을 지나 길로 접어들어 다시 돌아보아도 기분 좋은 가을 들녘이다. 사철 어느 때고 쌈으로 만나는 들깨는 잎의 향이 강해 다른 나라에서는 잘 먹지 않는 다지만 우리에게는 대중화된 채소이다. 들깨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우리의 밥상에 오른 식물로 그 역사가 오래된 만큼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식생활에서 만날 수 있다. 갓 짠 들기름을 넣어 열무김치와 함께 밥을 비비면 가을 들판의 메뚜기들처럼 툭툭 튀는 고소함을 즐길 수 있다. 추어탕에도 한 숟가락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들깻가루이다. 잘 삭힌 깻잎장아찌 한 접시만 있으면 밥 한 사발은 뚝딱이다. 특히 가을 들판에서 노랗게 새어가는 들깻잎으로 담근 깻잎장아찌는 빛깔도 좋고, 부드럽고 감칠맛이 난다.
살다 보면 잘 닦인 길을 갈 때도 있고, 생각지 못했던 힘든 길을 걸을 때도 있다. 특히 힘든 길에서 만나 도움을 받거나, 힘을 낼 수 있는 자극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특별히 나에게 무엇을 해주지는 않아도 그런 사람을 만나는 날은 살맛 나는 하루가 된다. 마치 들기름의 고소함 같은 사람, 비린내를 감싸주는 깻잎 같은 사람, 입안에 침이 고이는 짭짤하며 감칠맛 나는 사람. 잘 살펴보자. 오늘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깻잎 같은 이가 누구였는지. 그리고 나는 누구에게 깻잎 같은 사람이었는지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