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by 물냉이

보헤미안


한때 그집의 입구에서는 바다가 보였다

건어물 판매점들이 휘황한 불빛을 내뿜는

항구를 지나 골목으로 접어들었을때

늘어진 가지를 한 벚나무에 함박 꽃이 피었다

입동이 지나 비가 내린 후라 쌀쌀한 날씨는

꽃들을 움추러들게 했지만

철없는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대들이 길가에 늘어서 언덕을 넘어가며

솔베이지를 찾는 페르귄트처럼 숨이 가파왔다

길의 모퉁이를 돌거나 언덕을 올라 설때면

언제나 가슴 한켠에 마주할 풍경에 대한

설레임이 있었다. 바다가 그대로 있을까?

바다를 걷다 오면서 바다를 찾다니

보헤미안의 입구에서 바다는 작아졌지만

카페는 그대로였다. 가끔 시간의 변화를

거스르는 것들이 주는 작은 안도감이 있다

카페는 문이 닫혀 있었다

주인없는 카페에서 어딘가 베어 있을

과테말라 향기를 찾다 뒤돌아선다

늘 기대하던 대로 되지는 않는다

다시 바다로 가는 솔숲 길에서 마지막 보았던

모습이 그대로인 당집을 마주한다

당은 변함없는데 금줄이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와 갈빛으로 물든 솔잎들을

툭툭 떨구어 낸다.


[겿]

강릉의 보헤미안 카페로 커피를 마시러 갔습니다. 이제는 다른 곳에 더 큰 커피집을 내어 유명한 이커피집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이집에서 마시던 커피가 생각났습니다. 코로나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카페의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멀리 무언가 기대를 가지고 찾아 갔다 기대하던 것을 마주하지 못했을때 이상하게도 실망보다 안도의 한숨이 쉬어지는 것은 왜일까요?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 멀리 보이는 바다를 잠깐 바라보다 소나무 숲을 따라가다 서낭당에 잠시 들렀습니다. 커피와 서낭당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인데 이곳에 오게 되면 늘 이 서낭당을 들르게 됩니다. 김동리의 소설 '무녀도'에서 동서양의 문화는 만나 충돌을 일으키고 비극으로 끝납니다. 세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동시간대의 생활권에서 사는 요즘에 무녀도의 이야기는 이해되지 않는 풍속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강릉에서 소나무와 커피를 연관지을 수 있습니다. 테라로사처럼 소나무숲 안에 자리를 튼 유명한 카페도 생겼습니다. 서낭당도 얼마되지 않아 카페의 중요한 경관이나 이야기중 하나가 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