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오지 않는다

by 물냉이

기차는 오지 않는다


다섯시 오분, 겨울의 그림자가

사방을 흐릿함으로 가둘때

비가 내릴듯 구름낀 북쪽 철로에

기차는 보이지 않는다

거칠게 일어서는 파도 너머

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수평선에도

갈매기 한마리 보이지 않는다

어둠이 짙어지기 전에 떠나야 한다

플랫홈을 지나 반짝이는 역사를

가로질러 하나둘 불이 켜지는

골목을 걸어 돌아오지 않는

남쪽으로 가야한다

가늘게 모래들이 떨어지고

모래들이 쌓일때마다

플랫홈에 비를 머금은 바람이 분다

기차는 오지 않고 바다를 향한 소나무는

바람에 밀려 조금씩 육지로 눕는다.


[겿]

해질 무렵 정동진 역을 찾았습니다. 늦은 시간이지만 모래시계의 추억은 어두워지지 않았습니다. 이곳은 젊은 연인이 많이 찾는 곳인데 오늘은 나이 지긋한 분들이 쌀쌀한 바닷가의 풍경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시간도 세월에 늙어간다는 걸 마음에 새기는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