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를 쓰려다가 나의 감사일기가 12월 5일에 멈춰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감사일기를 쓰려는데, 감사한 일보다 우울한 일이 더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안 적고 싶어 졌다.
사랑하는 이를 잃었지만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난 바쁘게 살아야 했다. 업무는 휘몰아쳐왔다. 그동안 내가 미루고 안 한 것도 있고, 놓친 것도 있고, 시기상 지금 해야 하는 일인 업무도 있다. 퇴근을 늦게 해도 일이 자꾸만 생긴다.
그리고 이제 이별이 다가오고 있다.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흐르는 것인지. 이별도 싫지만 벌써 내년의 두려움이 한가득 몰려온다. 어떤 업무를 맡게 될지 늘 불안에 시달리는 그런 삶을, 난 몇 년 동안 지속해야 하는 걸까.
12월 연말의 그 분위기가 참 좋았는데, 이제는 정말 12월이 끔찍하게 싫어진다. 내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연말도 모두 싫어진다. 생일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 줬지만 행복하기보다는 피곤했고, 크리스마스라고 캐럴을 들을 정도로 여유롭지도 않다. 오히려 내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잘 보내기 위해, 다른 날에 일을 더 해야 하는 상황도 생겨버린다. 그래서 그런 날이면 더 피곤한 것 같다. 작년도 이런 기분이었나? 잘 모르겠다.
나의 올해 12월은 유독 춥다. 코가 찡하고 시리다.
하지만 이 또한 모두 지나가겠지.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