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은 모니터에

선생님의 고충

by 유울

내가 학생들을 대할 때 죄책감이 느껴지는 순간은 딱 두 가지 경우이다.

첫째, 수업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수업을 할 때.

둘째, 행정 업무한다고 모니터만 쳐다보며 학생들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할 때.

그런데 이 두 가지는 하나의 원인으로부터 파생된다.

바로, 과도한 행정업무.


교사 업무가 뭐 그렇게 많겠어,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들만 해도 교사는 편하고 좋은 직업이니 버티라고 하니까.

내가 느끼기에도 행정 업무 난이도가 극상인 것은 아니다.

엄청나게 명석한 두뇌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이것까지 교사 업무라고?’ 싶은 것까지 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초임 시절, 난 학생들이 등교했을 때는 나의 온 시간을 학생들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침활동 시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항상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무언가를 같이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공문이 많이 쌓였고 교감 선생님의 호출을 받았다.

교감 선생님께서는 쉬는 시간이랑 점심시간에도 공문을 처리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안 하면 공문이 엄청 쌓이게 된다는 말을 덧붙이시면서.


내가 나태해서 행정 업무를 안 한 게 아니었다.

학생들이 모두 하교하면 그때부터 행정 업무를 봤다.

공문 접수를 하고, 읽고 무슨 업무인지를 파악하고, 작년이랑 비교하고, 동료 선생님들과 상의하여 결정하고 관리자께 보고 드리고, 거부를 당하면 다시 처음부터 계획하고, 통과가 되면 기안을 하고.

안 그래도 학교가 작아서 한 부서를 통째로 맡아서 한다고 일도 많은데, 이런 본격적인 행정 업무가 처음이니 일 처리 속도가 굉장히 더뎠다.

그 덕에 행정 업무한다고 퇴근 시간을 넘기고 퇴근하는 날들도 많았다.


교감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뒤로는 공문을 빨리 처리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내게 말을 해도 반응만 해주고 모니터를 쳐다보는 날들이 늘었다.

그럴 때마다 난, 마음이 불편했다.

즐거운 수업을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싶었고,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데 에너지를 들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만은 없었다.

행정 업무도, 교사에게는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이니까.

그래도 이제는 시선을 모니터에 콕 박은 채, 기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며 동시에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에, 나름 적응이 되었다.




가끔은 이런 상상도 한다.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서 날 기억할 때, 모니터만 쳐다보던 선생님으로 기억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

행정 업무만 맡아서 하는 교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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