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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초등학교 선생님 안 할래요
10화
교사인 내가 투폰을 쓰는 이유
선생님의 고충
by
유울
Oct 25. 2023
임용에 붙었다는 행복이 가득했던 24살의 봄.
발령 전에 고향에서 기간제 교사로 한 학기 정도 근무했다.
내가 맡은 반은 4학년 2반이었고, 그 반에는 29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첫 출근을 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내 휴대전화 너머로 “선생님이 책임지실 거예요?! 어떻게 책임지실 건데요?!”라는 고함이 들렸다.
코로나로 인해 등교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던 시기였는데,
등교 수업을 할 때, 교실에 아픈 학생이 본인 자녀와 함께 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아픈 학생은 미열이 있었고 하교를 시킬 정도의 열이 아니었기에 보건실에 보내도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난 매뉴얼대로 행동했는데, 그 학부모는 내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은 채, “됐어요! 교장실로 전화할게요!”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 뒤로도 나는 많은 연락을 받았다.
가족들과 저녁을 먹을 때 받은, 놀이터에서 다른 학년과 시비가 붙어서 장난감이 망가진 일을 알리며
해결해 달라는 연락.
퇴근길 버스 안에서 받은, 아파트 앞에서 다른 반과 함께 돌을 던지며 싸웠으니 학폭을 열겠다는 연락.
일요일 밤 9시에 받은, 숙제를 안 가져가서 내일 숙제를 못한다는 연락과 내일 000을 혼내달라는 연락.
‘내가 담임 선생님이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하지만 담임수당
14만 원의 무게는 너무나도 버거웠고, 그 시기의 내 머릿속에는 그 돈 안 받고 담임 안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학부모의 폭언과 지속적인 연락에도 난 녹음이 안 되는 아이폰을 쓰고 있었기에, 아무런 증거자료가 없었다.
교직 생활이 하루종일 연락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라면, 통화 녹음이 안 되는 폰으로는 절대 생활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통화 녹음이 되는 플립을 하나 더 구매했다.
아이폰을 없애고 그냥 삼성폰으로 바꿀까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개인용 폰으로 또 밤낮과 주말 없이 계속 전화가 와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을 상상하니, 지옥 같았다.
결국
개인용 폰과 업무용 폰을 분리하여 사용하기로 정하고, 나는 요금제를 싼 것으로 바꾸었다.
교사로서의 내가 행복하려면, 인간으로서의 내가 행복해야 한다.
인간으로서의 내가 불행한데, 교사로서 행복한 척 연기하며 학생들을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인간 ‘나’의 행복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들을 보장받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나도 근무가 끝나면 휴식할 권리를 보장받고 싶고, 나의 사생활을 보장받고 싶다.
‘내’가 ‘나’를 잘
관리해 주고 행복하게 해 줄 때, ‘교사인 내’가 학생들과 더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난 투폰을 쓴다.
인간으로서, 교사로서 행복해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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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저 초등학교 선생님 안 할래요
08
저 선생님 봤어요!
09
시선은 모니터에
10
교사인 내가 투폰을 쓰는 이유
11
교사의 외로움
12
나는 라푼젤 공주가 된다
저 초등학교 선생님 안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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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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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좋아하는, 의원면직을 고민하는, 20대 초등교사. 교사로서, 인간으로서의 내 찰나의 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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