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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초등학교 선생님 안 할래요
11화
교사의 외로움
선생님의 고충
by
유울
Oct 16. 2023
교사는 하루종일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대부분의
직업이 모두 사람과 관련 있지만, 그중에서도 교사는 상대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어야 하는 직업이다.
학생들은 8시 30분부터,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교실로 들어온다.
안전상의 이유로 등교 시간이 되어야 교실을 개방하는 학교가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학교들은 모두 그보다 더 일찍 문을 열었다.
그래서 나도 8시 30분보다는 더 일찍 출근하고는 했다.
초등교사는
출근해서
학생들이 하교하는
시간까지 오랜시간동안 많은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다.
아침 시간에는 시끄럽게 떠드는 학생들을 진정시키고 아침 활동을 하게 하고,
수업 시간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거나 평가를 하고,
점심시간에는
급식 지도를 하며 학생들과 함께 밥을 먹고,
쉬는 시간에는 학생들을 상담하거나 갈등을 해결해 주거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업무를 본다.
이렇게 하루종일 사람과 만나지만 학생들이 떠난 빈 교실에 혼자 앉아있으면 참 외로워지는 순간이 온다.
우리 반
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일지, 내가 하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뭔가를 배우기는 했을지, 친구들끼리 사이가 안 좋아 자주 싸우는 학생들을 내가 잘 지도하는 건지, 내가 정말 교사로서 자격이 있는 것일지.
고민이 많은데 이것들을 나눌 사람이 없다고 느껴 외로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가끔은 주변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이 학생들의 조합으로 담임을 하며 하루종일 아이들을
상대해 본 어른은 나밖에 없으니,
다른 선생님들이나 어른들이 나와
우리 반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학생들과 함께 있을 때는 이 교실에서 유일한 어른인 내가, 감히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참았던 감정들이, 학생들의 하교와 함께 몰려온다.
그리고
나의 그
감정들은 가끔 눈물이 되어 왈칵 쏟아지기도 한다.
우리 반 학생들 일로 흘리는 눈물, 학부모의 민원으로 인해 흘리는 눈물, 관리자의 호통 때문에 흘리는 눈물.
빈 교실에 혼자 있는 그 적막과 어둠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던 학생들 소리와 대비되어 더 외롭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선생님이 들어줄 때 너희 이야기를 나에게 다 해
. 울고 싶을 때 선생님 앞에서 울어. 선생님이 다 들어줄게. 어른이 되면 울고 싶어도 못 울고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아. 지금 다 내게 해. 너희는 학생이니까 괜찮아
.’
나는
우리 반 학생들이 내게 힘든 걸 털어놓고, 마음이 안정이 되고,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본인이 온전히 받아들여지고 존중받는 경험을 하면, 자신의 감정을 현명하게 다스릴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사실 나도 사람인지라
학생들의 부정적인 감정과 안 좋은 일화들은 내 마음에도 전이가 일어나
무기력함과 답답한 마음이 들어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걱정이 많아도 함부로 내색하거나 약해져서는 안 되는 선생님이다.
이런 일방적인 관계, 일대 다수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선생님이라서, 참 외로워지는 날들이 많다.
나한테도 선생님이 계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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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좋아하는, 의원면직을 고민하는, 20대 초등교사. 교사로서, 인간으로서의 내 찰나의 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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