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라푼젤 공주가 된다

아직 선생님을 하는 이유

by 유울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

내가 뭐라고 내 말을 잘 듣는다.

내가 뭐라고 내게 와 안긴다.

내가 뭐라고 나를 사랑한단다.

난 뭣도 아닌데,

아이들은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혼내고 잔소리도 많이 하는데, 그것들은 또 금방 잊고 내게 와 다정한 말을 건넨다.

좋은 곳에 다녀오면 내게 이야기를 해주며 나도 행복한 기분이 들게 해 준다.

등굣길에 마주치면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뛰어와 안긴다.

내가 출근할 때까지 주차장에서 숨어서 날 기다리며, 만나면 반갑게 인사한다.

머리카락을 기부하려고 머리를 길게 기르니 나보고 라푼젤 같단다.

원피스라도 입고 가는 날에는 공주님 같다며 칭송해 준다.

어려워하는 문제를 알려주면 나보고 천재 같다며 감탄도 한다.




난 붙임성 좋은 성격이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살갑게 다가가는 걸 어려워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나도,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과 서로 아주 많이 편안해진다.

그쯤 되면 학생들은 하나 둘 내게 사랑을 고백하고 표현하며, 내가 감당하기도 어려울 만큼 성큼성큼 다가온다.

그래서 나도 그쯤 되면 학생들에게 원인 모를 뭉클한 감정을 자주 느낀다.

청소를 하다가 “내년에 다른 학교 가지 말고, 또 담임 선생님 해주세요~”라고 하는 갑작스러운 말에 뭉클.

하교 후에 다시 찾아와서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인사드리려고 다시 왔어요!”라는 말에 또 뭉클.


그렇게 일 년을 학생들과 보내고, 가끔 학교에서 그 아이들을 마주치면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잘해줄걸, 더 표현해 줄걸, 더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걸.

전 남자 친구를 보는 느낌처럼 후회와 미안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하지만 나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아이들은 또 날 보며 반갑게 웃어주고 뛰어와 날 안아준다.


날 안아주고 좋아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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