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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울 Nov 28. 2023

로망 실현, 생일 도시락

D-22

이런 말을 들으면 남자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싫어하겠지만, 난 남자친구를 군대로 보내며 로망 몇 가지가 생겼다.

첫 번째는 남자친구와 애틋하게 편지 주고받기

두 번째는 남자친구 군복 입은 모습으로 함께 인생 네 컷 찍기

대망의 세 번째 로망은 도시락 싸서 면회 가기


첫 번째 로망은 남자친구가 기훈단에 있을 때 전화가 안 되어서 편지를 주고받았으니 통과.

두 번째 로망은 남자친구가 외출 나왔을 때 데이트 하면서 함께 사진을 찍었으니 완료.

세 번째는 아직 못했지만, 그 로망을 실현하기 딱 좋게, 마침 남자친구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도시락을 싸서 면회를 가기 위해서는 일단 메뉴부터 정해야 했다.

메뉴 정하기는 누워서 떡먹기였다.

그냥 모두 내가 좋아하는 걸로 준비하면 됐다.

네게 뭘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아무거나 상관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밥, 월남쌈, 베이컨 햄 치즈말이, 딸기, 망고, 사과, 망고스틴을 싸가기 위해 식재료를 주문했다.

그런데 아침에 요리를 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져서 베이컨 햄 치즈말이는 포기했다.

그렇게 열심히 요리한 음식들과 후식, 미리 주문 제작한 레터링 생일 케이크까지 준비해서, 너에게 향했다.


너는 내가 실패한 요리들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너는 도시락을 보며 파는 것 같다며 폭풍 칭찬을 해줬고, 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너의 그런 반응들을 보며 참 뿌듯하고 행복했다.

이로써 나의 세 번째 로망이었던 도시락 싸서 면회 가기도 대성공이었다.




너는 네 생일을 챙기는 걸 별로 안 좋아했고, 나도 원래 생일을 챙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초등학생 때 이후로 내게 생일은 그냥 케이크 하나 먹는 날 정도로만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너를 만나고 나는 생일을 챙기는 게 좋아졌다.

소중한 사람이 태어난 귀한 날을 내가 함께 기뻐하고 축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작년은 네가 군 입대를 한지 얼마 안 된, 연락도 못 하는 시기라 네 생일을 챙겨줄 수 없었다.

그래도 올해는, 비록 생일이 3일 지난 후이기는 했지만 너의 생일을 챙겨줄 수 있었다.

게다가 도시락 싸서 면회 가기라는 나의 로망도 실현하면서 챙겨준 생일이라, 더 고맙고 행복한 기분이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우리 상황에 맞게, 즐거운 마음으로 서로를 축하하자.

서로의 슬픔을 위로하듯, 서로의 행복도 축하하자.

그렇게 축하하며 행복한 추억을 잔뜩 쌓아서, 힘들 때는 가끔 꺼내어보며, 그렇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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