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원훈 Sep 19. 2024

그림책 여행_츠타야 서점에 갔어요 (1)

서점과 카페의 조화가 만든 멋진 분위기


  어느덧 후쿠오카 서점 속 그림책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틀 동안 별다른 에피소드 없이 마루젠, 기노쿠니야, 준쿠도 등 일본의 유명한 서점들 돌아다니는 경험은 막 재밌는 여행이라거나 누군가에게 추천하기에는 애매했다. 다만 나에게 있어서는 그림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음이 느껴졌기에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첫째 날은 하카타역 부근을, 둘째 날은 텐진 시내 일대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하루를 온전이 보내는 마지막 날인 셋째 날. 또 다른 유명 서점인 <츠타야 서점>을 가기 위해 난생처음 롯폰마츠역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츠타야 서점 롯폰마츠(TSUTAYA Ropponmatsu, 六本松 蔦屋書店)


  츠타야 서점. 서적뿐만 아니라 음반, DVD, 가전, 생활용품 등을 취급하는 복합적인 매장이라고 할 수 있다(물론 책이 메인이긴 하다). 내가 방문한 츠타야 서점 롯폰마츠는 꽃집이 함께 있을 정도. 이것저것 구경하기 좋은 유명 서점이라 할 수 있겠다. 거기에, 스타벅스가 함께 있어 마치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지하철 나나쿠마선을 타고 도착한 롯폰마츠역은 후쿠오카 과학관으로 유명한 역이었다. 이곳에서 위로 쭉 올라가면 그 유명한 오호리공원이 나온다. 보통 하카타나 텐진에만 머물던 나에게 롯폰마츠는 생소하게 다가왔다. 오직 츠타야 서점을 위해 이곳을 굳이 가야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다양한 서점에서의 그림책을 접하고 싶었기에 그런 생각은 잠시 서랍 속에 접어두었다.


  지하철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나타나는 건물인 롯폰마츠 421. 1층은 고급스러운 마트/상점이, 3층은 후쿠오카 과학관이 위치하였다. 그리고 2층에 츠타야 서점이 있었기에 방문하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엄청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츠타야 서점 롯폰마츠는 중간지점에 커다랗게 스타벅스 매장이 있어 마치 북카페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왼쪽 한편은 롯폰마츠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멋진 뷰가 있었으며, 서점 곳곳에 테이블이 있어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구조였다. 그리고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수많은 현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저마다의 휴식을 취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휴식, 힐링. 츠타야 서점 롯폰마츠는 이런 힐링을 위한 특별한 공간인 것처럼 느껴졌다.



  츠타서점에는 다양한 종류의 서적, 잡지 등이 즐비하였다. 조명으로만 따지만 지금까지 갔던 서점 중에서 가장 주황빛이 맴돌아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한 층에 모든 종류의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데다가 스타벅스까지 있으니 여유로우면서도 바글바글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림책 코너를 찾는 데까지 워낙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우선 하나씩 주변을 살펴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상품들이 내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박스포장이 되어 있는 원피스 만화책이라던가.


(생활용품 아래에 위치한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들.)


  그림책이 위치한 코너가 보일 때쯤, 아동을 위한 생활용품과 그림책이 함께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쪽 부근은 전부 유아, 아동 관련 상품인가 보다. 곰돌이 모양의 그릇은 나도 탐낼 정도였지만(?) 그림책을 위해 잠시 마음을 가라앉혔던 것은 안 비밀. 일본의 국민 그림책작가인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들이 있었던 부분에서 확실히 츠타야 서점만의 특징이 드러났다.


  라이프스타일의 조화랄까? 책도 읽고, 그릇 구경도 하고. 아동서적 코너만 봐도 각 서점마다 다양한 특징을 가진다는 점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던 순간이었다.




  츠타야 서점 속 그림책


  츠타야 서점의 그림책코너는 기본적으로 준쿠도 서점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특정 그림책 작가의 코너가 크게 있었던 건 아니었으며, 기다란 책장에서 수많은 그림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대에는 다른 서점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조금 더 추상적인 스타일의 그림책들이 있어 표지를 구경하는 재미가 더해졌다.


(다른 서점에서는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느낌의 그림책이었다.)


  여름, 모험심을 기르기 위한 추천 그림책들. 표지만 봤을 때는 주 독자층이 영유아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스타일 또한 내가 엄청 좋아하는 그림들은 아니었지만, 스토리의 진행 방식이나 표현 기법 등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것저것 전부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릴 때 누구나 편식을 하지만, 싫어하는 것을 꾸역꾸역 먹는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단에 있는 애벌레 그림책은 나도 예전부터 봤던 기억이 난다.)


  조그마하게 추천하는 그림책이라고 표시된 코너도 있었다. 확실히 위 사진과 비교해 보면 이 그림책들은 독자 연령대가 더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유아 시기에는 그림책도 그림책이지만, 책이라는 소재 자체를 하나의 놀이로 생각하기에 스토리보다 단순하면서 여러 색감을 느낄 수 있는 책들이 많다. 팝업북처럼 책이 신기하게 펼쳐진다거나, 다양한 소리를 낸다거나 하는 부분에서 어린 시기의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외국 그림책작가의 그림책 중 컬러몬스터가 눈에 띄었다. 전에 복지관과 도서관에서 발달장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감정'에 대한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 그림책의 캐릭터들을 활용했었기 때문이다. 감정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단순하게,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것. 그림책을 구상할 때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츠타야 서점 자체의 규모가 크다 보니, 그림책 코너도 기다란 책장이 적지 않게 있었다. 그러면서 수많은 그림책들 중에 내 취향인 그림책들이 점점 눈에 띄기 시작했다. 먼저 이전에도 봤던 일러스트레이터의 다른 작품들. 그림책인 듯, 그래픽 노블인 듯, 경계가 모호하지만 표지 디자인부터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 있었다. 표지에서부터 이런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또, 노하나 하루카의 <109ひきのどうぶつかくれんぼ>. 번역하면 <109마리 동물 숨바꼭질>. 이 작가의 다른 그림책이 번역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저렇게 작은 그림들을 어떻게 한 컷에 다 집어넣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들 정도로 노력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라 생각했다. 아직 국내에서 번역되지 않은 책인 것 같았는데, 컷 구분이라던가 동물의 표현, 색감 등에 대해 간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책이었다.



  

  한참을 그림책에 빠져 살펴보던 중, 유아서적 담당자처럼 보이는 분이 서점 구석에 빠르게 의자를 세팅하는 것을 보았다. 무슨 행사를 진행하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잠시, 몇 어머니들이 아기와 함께 착석을 하자 담당자분은 그림책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내 부족한 일본어 실력으로 인해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잘 몰랐으나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것만은 확실했다.


  서점에서 이렇게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왠지 모를 뿌듯함이 차올랐다. 더욱이, 내가 정한 그림책작가의 길 또한 멋지게 느껴졌다. 즐거운 마음을 간직한 채 서점 속 다른 그림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2)편에 계속.


이전 06화 그림책 여행_준쿠도 서점에 갔어요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