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의 본질은 '팀워크'이다.
친구들과의 해외여행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일이다.
2015년 겨울, 술자리에서 우연히 나온 방콕 이야기가 한 달 만에 현실이 되었다.
보통은 이른 새벽 비행기를 타지만, 우리는 괜히 여유를 부리고 싶다며 오후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러나 그 작은 선택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경험으로 이어졌다.
출발 전부터 이상 신호가 있었다.
공항에서 태국 음식을 먹고, 남는 시간에 카페에 들러 차와 케이크까지 곁들였는데,
그때부터 속이 불편해졌다. 피곤해서 그렇겠지, 비행기 안에서 잠깐 쉬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2시간쯤 지나 기내식을 먹고 나니 상태는 더 악화되었고, 화장실을 오가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내 표정을 눈치챈 승무원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여행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다
“약을 먹었으니 괜찮아질 것 같아요”라고 답했지만,
이내 구토가 이어졌다.
결국 승무원은 자신들이 쉬는 공간을 내주며 담요를 건넸다.
그러나 한기는 가시지 않았고, 한 분은 자신의 코트를 건네주며 말했다.
“옷은 세탁하면 되니 편하게 덮으세요.”
잠시 후 기내 방송이 울렸다.
“기내에 의사분이 계시면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영화 속 장면 같았다. 다행히 세 분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와서 진료를 해주었고, 나는 수분 보충과 휴식을 권고받았다.
아픈 것도 힘들었지만, 그 좁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미안함이 더 컸다.
그러나 금세 깊은 잠에 빠져버렸고, 착륙 후에는 휠체어에 실려 공항 응급실로 향했다.
며칠 뒤 한국으로 돌아와서 항공사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나를 케어해 주던 승무원분이 안부 묻는 전화였다.
나는 감사 인사를 전했고 꼭 보답을 하고 싶었지만 끝까지 거절하며 이렇게만 전해왔다.
“누구든 그 상황이었다면 저보다 더 잘했을 겁니다. 고객님께서 감사 인사까지 전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큰 보람을 느낍니다.”
'보람' 그 말이 머리에 많이 맴돌았다.
나 역시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고객을 마주하지만, 내가 과연 저렇게까지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나 돌아보게 되었다.
해당 항공사에 홈페이지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해당 글을 보고 관련 부서에서 연락이 와 전화 인터뷰까지 진행하였다.
며칠이 지났고 그 일이 잊힐 때 즘 해당 항공사 사보가 집에 배달되었다.
사보에는 ‘이달의 우수사원’으로 그 승무원이 소개되었고, 글의 끝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겉으로는 제가 고객 곁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 순간의 진짜 힘은 모든 동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몫을 해주었기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누군가는 객실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다른 승객들을 배려하며 흐름을 지켜주었기에, 저는 오롯이 한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는 결코 개인의 역량만으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만들어낸 무대 위에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그 글을 읽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가 하는 일이 작아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고객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면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도 결코 하찮지 않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 속에서도 우리는 늘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그 작은 성실함이 모여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고, 또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날의 여행이 내게 그랬듯, 우리 각자가 걷는 평범한 하루에도 그런 의미가 숨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