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의 일터에서
나는 그와 이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친절하면서 확신을 가진 말투를 가졌고 남에게 관대했다. 사람 좋은 너털웃음으로 지켜보는 사람까지 유쾌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는 꾸준히 책을 읽고 운동을 하며 모임을 즐기는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그도 좋아했고 무엇보다 그와의 대화는 빈 틈 없이 만족스러웠다.
내가 연인으로 만나고 싶어 하는 나의 최소한의 기대치에 너무나 들어맞는 사람이었다.
그와 연인이 된 후로 그는 내게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는 종종 우울해하고 나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동굴에 찾아들어갔다.
나를 만난 이후로는 독서와 운동을 멈췄다.
무엇보다 그와의 대화는 빈 공간뿐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의 중후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는 변함없는데도 그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말의 따뜻함은 달랐다.
연인이 되고 나서 그는 훨씬 냉정하고 단호했다.
나는 그의 연인이기 때문에 처음 내가 사랑에 빠진 사람과는 전혀 다른 그의 진짜 모습을 감내해야 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떠나지 못했다.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으며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그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내가 만난 그의 "가짜"모습은 그의 직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이라 그러한 "나이스한"태도가 "잠재적 고객"이 될 적당한 거리를 지닌 사람들에게는 유지되었다.
반면 그는 실제로 꽤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 가까운 사람에게는 어떤 경우에도 본인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감내하려들지 않았다.
그의 사람을 대하는 영업적인 태도가 현명치 않다고 다그치기도 하였지만 나는 이제 그가 결코 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쉬는 날에는 그의 일터에 가만히 앉아 책을 읽거나 과제를 하는 등의 내 할 일을 한다.
휴일이 하루인 그가 더 보고 싶을 때 그렇게 한다.
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나의 일에 열중하는 척한다.
손님을 대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일터에서의 그의 목소리와 태도는 처음 내가 반한 그의 것이다.
울컥 눈물이 날 것을 참고 있다.
나는 손님을 대하는 그의 모습에 반했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는 그 모습을 다시 겪을 수가 없다.
퇴근 후 집으로 들어가고 나면 그는 다시 어두운 동굴로 들어가 그 스스로를,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나를 고독하게 만들 것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서늘하게 심장에도 스미는 느낌이다.
나는 곧 그와의 이별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