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
영화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에서는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잘 쓰지도 않는 내 일기장에 그나마 몇 줄씩 늘어가는 페이지라고 하면 단연 나의 버킷리스트이다. 사실 버킷리스트라고 하면 올해 목표나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죽기 전에 이뤄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새해 버킷리스트', '20대 버킷리스트' 등 하고 싶은 일들을 조각조각 모아 소중한 계획들을 세우곤 한다. 버킷리스트가 단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정말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적은 목록이라고 해도 결국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문득 무언가 하고 싶은데 선뜻 시작하기 어렵다면 버킷리스트라는 핑계를 만들어서 시작하는 습관이 있다.
일단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현실적으로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먼저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예를 들어 돈이나 시간 같은 것들. 포기해야 할 것들을 깔끔하게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한다. 돈이 필요하면 돈을 벌고, 시간이 필요하면 시간을 만든다. '난 참 지독한 사람이라 결국 이뤄낸다.'라고 버릇처럼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결국 이뤄내더라.
명분이 필요하다. 내가 하려고 하는 일에 대한 명분이. 웃기게도 그래서 버킷리스트를 처음 작성하기 시작했다. 물론 남들이 다 계획하는 전 세계 배낭여행이라던가 그런 것들도 당연히 포함이지만, 사소한 것들 예를 들어 '붙임머리 하기', '미니 타투하기' 같은 단순 호기심에 명분이 필요해서 만든 리스트들도 있다. 그래서 나에게 버킷리스트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명분 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 이런 것이라도 내 마음대로 하면 안 되나."
내가 일을 저질렀을 때 예를 들어 붙임머리. 돈도 없는데 몇십 만원씩 투자하며 굳이 가짜 머리를 붙이냐며 열에 아홉은 극구 만류했다. 10년간 단발머리로 살다가 문득 긴 머리가 궁금했다. 정말 단순 호기심이었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야 이거 내 버킷리스트야!"
이상하게 버킷리스트가 내 편이 되어주는 것 같았다. 저렇게 말하면 지인들은 '나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너 맘대로 해라'라는 식의 말을 했다. 그 이후로도 타투를 할 때도 버킷리스트, 여행을 갈 때도 버킷리스트.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부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차도 생겼고, 유럽여행도 가고, 이직도 했고, 머리카락도 허리만큼 길었고 이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도 쓰고 있더라.
지금도 내 버킷리스트를 보면 웃어버릴 만한 사소한 것들이 많지만 끊임없이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기보단 해보려고 노력하는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뤄내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칭찬한다.
"이만하면 잘살고 있어"